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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라는 말은 왠지 조금 슬프게 들린다. 학교의 이름이 당연히 '나의 학교, 우리 학교'일 텐데, 고유명사 자체가 '우리학교'라니. 그만큼 그들에게 '우리'라는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 간절하고 중요하다는 뜻일 게다. 여기서 '우리학교'란 일본에 있는 재일조선인 민족학교를 말한다.

나에게도 우리학교에 대한 특별한 추억이 있다. 남북관계가 온화하고 교사 간 교류가 활발했던 2000년대 초반, 나는 평양과 개성을 몇 번 다녀온 적이 있다. 남과 북은 각자의 체제와 교육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양측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한 채 '조선적'이라는 특수한 국적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이들, 그들이 세운 배움터가 바로 우리학교다.

과거 근무하던 학교가 일본의 호소다 여고와 자매결연을 맺었을 때, 학생들을 인솔하고 일본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당시 주변에 우리학교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정부의 허락과 학교 측의 양해를 구해 그곳을 방문했었다. 오랜 세월이 흘러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우리 겨레의 말과 글, 얼을 지키려던 노력의 흔적들, 그리고 고유의 전통문화를 생활 속에 담아내려던 강한 의지는 지금도 가슴 깊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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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2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일본 내 혐한 분위기는 높아졌고, 재일조선인 민족학교에 대한 지원 단절과 그로 인한 소송 등 모진 풍파가 몰아쳤다. 다행히 문집 <꽃송이>를 통해 우리학교의 실상을 알리는 활동이 이어졌고, <몽당연필>과 같은 단체들을 통해 지금도 직간접적인 연대와 협력이 계속되고 있다.

내가 다시 우리학교에 대한 단상을 떠올리게 된 건, 지금 인사동에서 진행 중인 우리학교 사진전을 다녀오고 나서다.

사랑이 넘치는 우리학교 안내지
사랑이 넘치는 우리학교 안내지 ⓒ 유동걸

'사랑이 넘치는 우리학교'라는 제목으로 전재운 사진작가가 기획한 이번 전시는 재일조선학교의 역사를 증언한다. 해방 직후 일본에 남은 재일조선인들은 아이들에게 우리말과 역사를 가르치기 위해 '국어강습소'를 만들었다. 이것이 초·중·고급학교로 발전하며 일본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1950~1960년대만 해도 약 500여 개의 학교가 존재하며 민족 정체성을 지키는 중심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조선학교를 정규학교로 인정하지 않았다. 2010년 시행된 고교 무상화 제도에서도 조선학교는 철저히 제외되었다. 도쿄, 오사카, 나고야, 히로시마, 큐슈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무상화 적용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모두 패소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학생과 시민들은 도쿄 문부과학성 앞의 '금요행동', 오사카부청 앞의 '화요행동'을 통해 지금도 멈추지 않고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 오사카의 경우 2015년 10개였던 학교가 통폐합되어 현재 5개만 남았고, 일본 전역에는 이제 50여 개의 학교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재일조선인 학교 수업 풍경 사진
재일조선인 학교 수업 풍경 사진 ⓒ 전재운 작가

한 점 한 점 사진을 돌아보며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던 이유는 하나둘씩 사라져가는 학교의 미래가 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명절, 운동회, 교실 수업, 학예발표회 등 풍경은 여느 학교와 다를 바 없지만, 그 안에 피어나는 웃음과 눈물, 고민과 아픔은 우리가 그동안 미처 보지 못했던 '재일 디아스포라'의 삶 그 자체였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전재운 작가는 내린천이 흐르는 곳에서 나고 자라 서른이 넘어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2015년부터 칸사이 지역 조선학교의 '오늘'을 기록해온 그는 한겨레신문 등에 조선학교 이야기를 연재하며 소외된 공동체의 모습을 세상에 전하고 있다.

 재일 조선인학교 학생들의 학예회 발표 풍경
재일 조선인학교 학생들의 학예회 발표 풍경 ⓒ 전재운

이재명 대통령이 중국과 일본을 순회하며 정상들과 외교적 성과를 거두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진정으로 따뜻한 대통령이라면 그늘진 곳에서 소외된 이들에게도 눈길을 돌려야 한다. 중국 동포들이 한국어 교육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나, 어렵게 맥을 이어가는 재일 우리학교에도 따뜻한 연대의 마음이 닿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인사동 마루아트센터에서 1월 26일까지 열리는 이 귀한 전시에, 우리 겨레와 아이들을 사랑하는 많은 분의 발길이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오는 17일 오후 5시에는 전시장에서 작가와의 대화도 열린다).

 재일 조선인 학교 학생들의 발표회 사진
재일 조선인 학교 학생들의 발표회 사진 ⓒ 전재운

#우리학교#재일조선인#민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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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걸 (chamgen) 내방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토론교육 운동을 통해 토론의 전사를 키워내왔다. 오랜 세월 토론 공부의 성과를 모아 토론의 전사1~10 시리즈를 기획 집필하고 공부를 사랑하라. 강자들은 토론하지 않는다. 질문이 있는 교실(한결하늘) 등을 출간하며 교육의 새로운 영역을 열어가고 있다. 영동일고 명퇴 후 현재 지리산고, 진도국악고, 무안행복중, 동해삼육중을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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