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혹한의 추위가 잠시 물러간 목요일 오후.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강원도 고성군 아야진 해변에는 사람들이 하나둘 몰려들었다. 매서운 바람은 여전했지만, 햇볕이 내려앉은 바닷가에는 계절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었다.

▲암반위에 싹을 틔운 해조류 ⓒ 진재중
아야진 해변의 암반 지대는 다양한 해양 생명들이 공존하는 생태 공간이다. 햇살이 스며드는 암반 사이에서는 파래와 김이 파릇한 빛을 띠며 자라고 있다. 한겨울에 마주한 이 풍경은 작은 봄의 신호이자, 계절의 순환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다시 살아나는 바다풀의 생명력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춤을 추는 듯 넘실거리는 해조류 ⓒ 진재중
바위와 암반 사이를 천천히 움직이며 먹이를 찾던 군소가 카메라에 포착됐다. 특히 파래류가 풍부해지는 이 시기를 기다려온 듯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다.
해변에 모인 사람들은 바닷가 암반을 가득 채운 해조류를 바라보며 저마다 탄성을 쏟아냈다. 파도에 따라 넘실거리며 춤추는 듯한 파래와 김은 그 자체로 하나의 풍경이 됐다. 손녀의 손을 꼭 잡고 해변을 찾은 김선아씨는 한참 동안 발걸음을 멈춘 채 바위에 붙은 해조류를 바라봤다.
김씨는 "이렇게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바다나물은 처음 본다"며 "봄은 들보다 바다에서 먼저 온다는 걸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해조류를 가리키며 신기해하는 연인들 ⓒ 진재중
서울에서 내려온 한 중년 여성 관광객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신기한 듯 바다를 바라봤다. "아직 강추위가 지나가지 않았는데, 바닷가엔 벌써 봄이 와 있었네요." 놀라움이 묻어나는 표정이었다.
카메라를 든 구동철씨는 파래가 물결에 흔들리는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연신 셔터를 눌렀다. 그는 "아직 공기는 차가운데, 바닷가에서 먼저 봄을 만난다는 게 생명의 신비로움을 느끼게 한다"며 잠시 촬영을 멈추고 바다를 바라봤다.

▲암반에 터를 잡은 홍합 ⓒ 진재중

▲암반 위에 자리 잡은 해조류가 파도와 햇빛을 견디며 자라고 있다. ⓒ 진재중
머잖아 산과 들에도 겨울을 뚫고 쑥과 냉이, 달래가 올라올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아야진 해변에서는 바다나물 향기와 함께 봄이 시작되고 있었다.
▲춤추는 해조류
막 싹을 틔운 해조류들이 파도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춤추듯 흔들리고 있다. 진재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