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수정 : 19일 오후 4시 30분]

▲월남전참전자회 서울지부가 서울시 민간경상사업보조금을 지원받아 지난해 12월 8일부터 13일까지 베트남·캄보디아 국외 전적지 순례를 다녀왔다. 이 사진에는 전적지 일정 중 관광지를 방문한 회원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 오마이뉴스
법정 보훈단체인 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 서울지부(아래 서울지부)가 서울시 보조금으로 외유성 해외 순방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조례에 근거한 '국외 전적지 순례'가 순방의 명분인데, 전체 일정 중 전적지 방문은 2곳에 불과했고 대부분 관광지 방문, 쇼핑 등으로 일정이 채워졌다.
서울시는 <오마이뉴스>에 "제도·지침이 없어 사업계획서 자체에 개입할 근거가 없다"면서도 "보조금 교부 전 사업계획서를 받아 사업의 성격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혀다. 서울지부 측은 "참여하는 분들의 (평균) 연령이 80세로 한 시간 이상 잘 걷지 못한다"며 "박물관 외 전적지 방문에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해명했다.
전적지 순례인데... "비취색 바다 위 섬 관광"
<오마이뉴스>는 서울지부가 지난달 8~13일 총 4박 6일간 다녀온 '베트남·캄보디아 전적지 국외 순례' 일정표를 입수했다. 일정표에는 두 나라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부터 숙소 및 항공편, 쇼핑 등 일정이 적혀 있었다. 아래는 서울지부가 방문한 장소를 중심으로 전적지 순례 일정표를 재구성한 것이다.
1일차(12월 8일)
- 하노이 도착 후 가이드 미팅
- 하노이 시내 관광 : 호치민 생가, 일주사, 바딘광장 등 명소 관광, 베트남 (군사)역사박물관
- 하노이 → 하롱베이(2시간 30분 소요) 이동 후 호텔 체크인
2일차 (12월 9일)
- 하롱베이 비경투어 : 스피드보트, 향루원 투어, 티롭섬 전망대 및 승솟동굴 관광
- 호텔 투숙
이 같은 일정표에는 "짙은 비취색 바다 위에 떠 있는 그림 같은 3000여 개 섬 관광" 같은 문구도 함께 담겨 있었다. 1~2일차 일정에서 월남전 관련된 전적지는 베트남 군사역사박물관 한 곳이었다. 서울지부는 3일차 일정부터 캄보디아로 이동했다. 3~5일차 일정 중 전적지 관련 장소는 캄보디아 전쟁박물관뿐이었으며, 그 외 모든 일정은 관광이었다.
3일차(12월 10일)
- 하롱베이 → 하노이 이동 (2시간 30분 소요)
- 베트남 하노이 국제공항 → 캄보디아 씨엠립 국제공항 도착
- 로얄가든(박쥐공원) 방문 후 호텔 체크인 및 휴식
4일차 (12월 11일)
- 앙코르와트, 바이욘 사원, 코끼리 테라스 등 관광, 압사라 민족쇼 관람. 호텔 투숙
5일차(12월 12일)
- 왓트마이 사원, 캄보디아 전쟁박물관 방문, 톤레샵 호수 관광
- 씨엠립 국제공항(21:35) → 호치민 국제공항(23:50) → 인천 국제공항 (06:30)
이러한 순례 일정은 "호국·보훈 정신 함양·고취를 위해" 서울시가 조례에 따라 지원하는 민간경상사업보조금으로 진행됐다(국가보훈대상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제6조 제2항). 세금이 활용된 지원금으로 조례 취지에 따른 순방이라기 보다는 사실상 관광을 다녀온 셈이다.
<오마이뉴스>가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서울시 전적지 순례비 지원 내역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해 서울지부에 2억 6000만 원을 지원했다. 해당 자료엔 방문 지역은 "베트남 전적지"로 표기돼 있었는데 실제론 베트남뿐 아니라 캄보디아까지 방문이 이뤄졌다.
참전자회 "관광도 사업 목적"...서울시 "보훈 정신 함양이 원칙"

▲지난해 12월 8~13일, 법정 보훈단체인 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 서울지부 회원들이 '국외 전적지 순례'라는 이름으로 베트남·캄보디아에 갔을 당시 배포된 일정표. ⓒ 오마이뉴스
서울시 측 관계자는 지난 16일 <오마이뉴스>에 "시가 민간경상사업보조금 지출사업의 계획서 내용을 정성·정량적으로 평가하는 제도나 지침의 근거가 없다"며 "사업계획서의 타당성을 평가하려면 제도적 근거가 주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로선 사업계획서 내용 자체에 대한 개입이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다만) 서울시는 실제 집행된 일정과 내용이 (단체가 시에 사전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와 일치하는지 여부를 확인한다"며 "당초 사업계획 목적과 다른 중대한 변경이 있는 경우 시의 사전 승인을 득해야 한다. 목적 외 승인 없이 임의로 보조금을 집행한 경우 보조금 전부 또는 일부를 반환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 2월까지 (서울지부로부터) 실적보고서 등 자료 제출을 받아 2025년 사업비 정산 및 사후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지부 측은 "시의 승인을 받았다"며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지난 16일 <오마이뉴스>에 "월남전 주요 전적지가 밀림터 등 산악지대로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 가기 어렵다"며 "작년의 경우 베트콩 사령비 등을 갔다 오긴 했으나 참가자들이 1시간 이상 걷기 어려워 주로 박물관 같은 곳에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참가자들의) 평균 연령이 80세 노병들"이라며 "베트남 참전 군인들의 격려 차원에서 전적지 순례도 할 겸 관광도 하는 것이 (사업의) 주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서울지부의 주장에 서울시 관계자는 "전적지 순례 사업은 보훈 정신을 함양하고 (전쟁) 당시 희생을 기리는 게 원칙이자 사업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법정 보훈단체인 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 서울지부가 서울시 보조금으로 외유성 짙은 해외 순방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8~13일, 서울지부 회원들이 '국외 전적지 순례'라는 이름으로 베트남·캄보디아에 머문 모습. ⓒ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