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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의 하루를 떠올리면 마음이 무겁다. 학교가 끝나면 학원 차에 올라타고, 저녁은 편의점에서 때우며, 집에 돌아와서도 숙제와 시험 준비에 시달린다. 아이들의 꿈이 '성공'이 아니라 '하루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것'이 되었다면, 이 교육은 과연 정상이라 말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 교육은 한때 국가 발전의 가장 강력한 동력이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우리는 교육을 통해 문해율을 높이고, 산업화에 필요한 인력을 빠르게 길러냈다. 이른바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 속에서 교육은 국가가 필요로 하는 지식과 기술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도구로 기능했고, 그 성과는 분명했다.

한계에 이른 '빠른 추격자'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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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제는 그 전략이 이미 한계에 이르렀음에도 여전히 우리 교육을 지배하고 있다는 데 있다. 산업사회에 맞춰 설계된 교육은 창의와 협력보다 순응과 경쟁을 중시해 왔다. 교육의 본질인 인간의 성장과 자아실현은 뒤로 밀려났고, 학교는 상급학교 진학과 취업을 위한 '선발과 도태의 장'으로 변질되었다. 인구는 급감하고 사회는 창의적 선도자를 요구하지만, 교육은 여전히 1970년대식 경쟁의 틀에 갇혀 있다.

특히 상대평가 중심의 교육 체제는 아이들을 '제로섬 게임' 속으로 몰아넣는다. 누군가의 1등급은 반드시 다른 누군가의 탈락을 전제로 한다. 이 구조에서 친구와 지식을 나누는 일은 미덕이 아니라 손해가 되고, 실패는 배움의 과정이 아니라 치명적인 낙인이 된다. 아이들은 도전보다 정답을 선택하고,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이 살아남는 길이라는 왜곡된 세계관을 자연스럽게 내면화한다.

이러한 경쟁 구조는 수도권 중심의 대학 서열화와 결합하면서 더욱 잔인해진다. 수도권 명문대는 지역 인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었고, 지방대학의 약화는 지역 산업의 쇠퇴와 정주 여건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의 적성과 소질보다 대학의 '이름'을 좇아 전공을 선택한다. 이는 개인의 불행일 뿐 아니라 국가 전체로 보면 엄청난 인적 자원의 낭비다. 교육 문제는 이미 지역 소멸과 국가 균형 발전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교육 과열이 낳은 사회적 비용도 외면하기 어렵다. 입시 중심 교육은 아이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해치고 있다. 한국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도가 OECD 최하위권이라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통계는 우리 교육이 아이들을 어디로 몰아가고 있는지를 냉정하게 보여준다.

사교육에 무너지는 가계, '에듀푸어'의 확산

가계의 부담 역시 한계에 다다랐다.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사교육비 총액은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중산층 가정조차 자녀 교육비 때문에 노후 준비를 포기하는 '에듀푸어로 전락하고 있다. 교육이 더 이상 희망의 사다리가 아니라, 가계를 무너뜨리는 구조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이 모든 희생은 더 나은 미래로 이어지고 있는가.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학 진학률은 70%를 넘었지만, 대학생 1인당 교육비는 OECD 평균에 크게 못 미친다. 고등교육의 양적 팽창은 이루었지만 질적 투자는 부실했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가계가 떠안았다. 학위의 가치는 떨어졌지만, 상위권 대학의 학벌 프리미엄은 오히려 강화되면서 격차의 대물림은 더 공고해지고 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이공계 인재의 해외 유출도 가속화되고 있다. 연구에 몰입하기 어려운 환경, 낮은 투자, 기초학문의 고사는 젊은 인재들을 자연스럽게 국외로 떠나게 만든다. 이는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 빠져나가는 심각한 위기다.

이제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언제까지 '누가 더 잘 선발되는가'를 놓고 경쟁할 것인가. 고등교육이 보편화된 시대에 여전히 선발 중심 경쟁에 매달리는 것은 사회 전체의 에너지를 소진시키는 일이다. 이제 교육의 목표는 서열을 가르는 데 있지 않다. 모든 시민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 역량을 갖추도록 보장하는 것, 다시 말해 '기본교육'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교육은 더 이상 누군가를 탈락시키는 장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은 민주사회와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떠받치는 핵심 공공재다. 막다른 골목에 선 대한민국 교육이 다시 길을 찾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 과감한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그 출발점은 바로 기본교육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조선대학교 명예교수입니다.


#기본교육#상대평가#대학서열화#인재유출#사교육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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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형 (jhccckim) 내방

조선대학교 명예교수. 조선대학교에서 부총장 및 총장직무대리를 역임했다. 기본소득국민운동본부 정책단장, 사단법인 기본사회 연구단장을 지냈으며,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는 민주당 대선후보 직속 기본사회위원회 정책단의 기본교육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기본교육 관련 정책을 제안했다. 기본교육의 공공성과 방향 전환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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