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는 '트럼프 재집권 1년을 돌아보면 트럼프 정치가 이제는 받아들여야 할 현실임을 눈치채게 된다'고 강조했다. ⓒ 김도균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요즘 한국 언론이 미국의 변화를 충분히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이제 워싱턴이 아닌, 지역과 사회운동이 정치의 중심이 된 나라"라며 "트럼프는 워싱턴을 무너뜨리는 역할을 자임하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뉴욕 한인 커뮤니티에서 20년 넘게 시민참여·유권자운동을 해왔고, 최근 10년간은 워싱턴에서 연방의회를 상대로 한인 권익과 한미관계 현안을 입법·정책으로 연결하는 활동을 이끌고 있다. 한인 유권자 설문조사·정책자료집 발간, 의원실 보좌관 브리핑, 한인 청년 인턴 프로그램, 의회 내 한인 보좌관 네트워킹 등 '풀뿌리 로비' 기반을 구축해온 현장형 활동가로 꼽힌다.
13일 기자와 만난 김 대표는 현재의 미국 정치 상황을 "사실상 세 번째 내전 상태"라고 표현했다. 첫 번째가 남북전쟁, 두 번째는 1960년대 시민권 운동, 그리고 지금은 '트럼피즘'과 '마가(MAGA)' 세력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사회적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트럼프가 갑자기 등장한 '이상한 인물'이 아니라, 미국 공화당 정치의 장기적 흐름 속에서 등장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레이건, 부시, 매케인, 롬니까지는 비교적 중도적이고 상식적인 보수였다. 그런데 오바마가 두 번 집권하면서 공화당 우파의 분노가 폭발했고, 그 감정을 대변하는 인물이 바로 트럼프였다."
김 대표는 트럼프가 거친 언행을 할수록 지지층이 결집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막말과 갈라치기가 트럼프 정치의 핵심 전략"이라며 "하층 백인 유권자들은 분노를 자극하는 메시지에 반응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외교보다 국내 문제를 훨씬 중요하게 본다고 설명한다. "마가는 해외 문제에 별로 관심이 없다. 젤렌스키를 돕는 것도 싫어하고, 동맹국 문제에도 피로감을 느낀다. 대신 '우리 집부터 지키자'는 정서가 강하다." 베네수엘라, 중남미, 난민 문제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 시민의 안전과 불안을 자극하는 이슈가 곧 정치 동원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중간선거 전망, "마가 결집력은 여전"
오는 11월 치러질 미국 중간선거를 두고 김 대표는 "트럼프와 마가의 결집력은 여전히 강하다"고 전망했다. "트럼프가 막말을 할수록 지지층이 결집한다. 특히 하층 백인 유권자들의 충성도는 여전히 높다." 반면 민주당에 대해서는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유권자 수는 많지만 투표율이 낮고, 지지층 확대에도 한계가 있다."
김 대표는 중간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마가 운동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6년에는 트럼프 개인이 튀어나온 느낌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돈, 조직, 인력, 미디어가 결합된 구조가 됐다."
지난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패배한 직후부터 우파 엘리트 그룹이 트럼프 재집권을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헤리티지 재단을 중심으로 '프로젝트 2025'가 만들어졌고, 정책과 인재를 동시에 준비했다. 단순한 선거운동이 아니라 권력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한 것이다."
김 대표는 이 흐름의 핵심에 락브리지 네트워크(Lockbridge Network)라는 새로운 정치·자본 연합이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공화당의 '돈줄'이 제조업 자본이었다면 지금은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플랫폼 기업 억만장자들이 정치의 중심에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단순한 후원이 아니라, 권력 자체를 비즈니스처럼 운영하는 집단이라고 했다.
그는 "이제는 돈을 벌기 위해 정치에 접근하는 게 아니라, 정치권력을 확보하기 위해 돈을 쓰는 시대"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이 네트워크는 2019년부터 'J.D. 밴스'를 차세대 리더로 키우기 시작했고, 2022년 오하이오 상원의원 당선을 통해 정치적 발판을 마련했다.
"트럼프가 다시 대선 후보가 됐을 때, 기존 공화당 자금은 등을 돌렸지만 락브리지 네트워크는 트럼프를 끝까지 밀었다. 결국 부통령 후보로 J.D. 밴스를 낙점한 것도 이들의 영향력 덕분이었다."
김 대표는 이들의 "진짜 목표는 트럼프 이후의 미국"이라며 "백인 중심 국가, 강한 민족주의, 기독교 근본주의 국가로 재편하는 게 이들의 비전"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그는 트럼프 정치가 단순한 개인적 일탈이 아니라, MAGA 운동을 기반으로 한 신우파 엘리트들의 구조적 권력 재편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여전히 한국의 안보·경제·문화 전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존재인 만큼, 한국은 이들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고 장단기 대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재명 정부가 조급함 없이 트럼프 2기 워싱턴 권력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며 접근하는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 많은 나라들이 관세 협상에서 혼란을 겪는 것과 대비된다고 말했다.
"한국은 견뎌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UPI/연합뉴스
김동석 대표가 인터뷰에서 반복적으로 강조한 메시지는 바로 '견뎌야 한다'는 것이었다. "트럼프가 무슨 말을 하든, 한국이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미국의 변화는 구조적인 것이고, 단기간에 바뀌지 않는다."
그는 한국이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보다 전략적 인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급해하지 말고, 흔들리지 말고, 이 상황을 견디면서 자기 전략을 유지해야 한다. 견딘다는 건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변화한 미국 정치 구조를 읽고 실리로 대응하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트럼프와 마가가 만들어낸 미국 정치의 변화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것이 한국 외교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문일답] "트럼프는 개인이 아니라 구조"
- 지금의 미국 정치 상황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가.
"미국은 지금 사실상 '세 번째 내전' 국면에 들어섰다고 본다. 첫 번째는 남북전쟁, 두 번째는 1960년대 시민권 운동, 그리고 지금은 엘리트와 기득권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정치로 폭발하는 시기다. 이 분노가 마가라는 형태로 조직화됐고, 트럼프는 그 에너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정치화한 인물이다."
- 마가(MAGA)는 어떤 정치 세력인가?
"마가는 단순한 선거 슬로건이나 지지층이 아니다. 하나의 사회운동이자 정치 정체성이다. 내부적으로는 의견이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공유하는 핵심 사상이 있다. 첫째는 백인 민족주의, 둘째는 기독교 근본주의, 셋째는 미국 우선주의다. '미국은 백인의 나라', '미국은 기독교 국가', '미국은 세계의 중심'이라는 인식이 마가의 정체성을 이루고 있다."
- 트럼프는 그 안에서 어떤 인물인가.
"마가 지지자들에게 트럼프는 '시스템 파괴자'다. 기존의 워싱턴 정치, 엘리트, 언론, 제도, 기득권을 부수는 인물로 인식되고 있다. 그가 막말을 하고, 규범을 깨고, 거칠게 행동할수록 오히려 지지층은 '저 사람이 우리 편'이라고 느낀다. 트럼프는 단순한 정치인이 아니라 분노와 불신을 대변하는 상징이다."
- 트럼프의 정치 방식을 어떻게 봐야 할까.
"트럼프의 강경하고 파괴적인 정치 스타일을 단순히 개인적 성향이나 규범 무시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그 이면에는 마가 운동을 기반으로 한 공화당 내 급진적 이념 세력이 조직적으로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는 구조적 변화가 있다. 트럼프의 과장된 이미지 뒤에 숨은 신우파 엘리트들의 실체가 더 중요하다. 이들은 마가를 기반으로 정치권력을 장악하고 미국의 방향을 구조적으로 바꾸고 있다."
- 트럼프 2기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트럼프는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되는 데 관심이 없고, 극단적인 당파 정치에 집중하고 있다. 이민자 탄압, 사면권 남용, 법무부와 국방부 개편 같은 권력 행사는 그 성격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와 같은 요란한 파괴적 접근방식이 트럼프 개인의 특징으로만 보면 오산이다.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트럼프의 과장된 이미지는 공화당내 극단적인 이념적 급진주의를 은폐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 미국 외교 정책의 변화는 어떻게 봐야 하나.
"외교는 더 이상 미국 정치의 중심이 아니다. 지금은 국토 안보가 곧 국가안보다. 난민, 국경 통제, 마약, 범죄, 치안 문제가 정치의 핵심이 되었다. 그래서 과거처럼 국가안보보좌관이나 외교 라인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백악관에서는 '국토를 지키는 사람들'이 실질적인 권력을 쥐고 있다."
- 한국에 대한 미국의 관심은 어느 정도인가.
"솔직히 말해 그리 크지 않다. 트럼프는 센 상대와만 상대한다. 김정은, 시진핑, 푸틴 같은 강한 인물에게 관심을 갖는다. 한국처럼 조용히 협조하는 동맹국은 정치적으로 매력적인 상대가 아니다. 관심을 받으려면 돈, 투자, 관세, 무역 같은 실질적 이슈가 있어야 한다."
- 지난해 8월 한미정상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상황에 대해 잘못된 메시지를 SNS에 올렸다.
"트럼프는 팩트에 관심 없다. 그는 자극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반응을 보는 스타일이다. 그 정보는 우파 종교 네트워크를 통해 전달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취임식에서도 가장 영향력이 있었던 집단은 목사들이었다."
- 한국의 대미 전략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트럼프 2기는 마가 운동에 모인 지식인들 없이는 불가능하다. 한국은 마가를 기반으로 정치권력을 장악하는 신우파 엘리트들의 성향과 전략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한국은 이들의 실체를 빨리 파악해서 장단기 대책을 세워나가는 전략적 접근을 해야 한다."
- 11월에 치러질 중간선거 전망은?
"마가의 결집력은 여전히 강하다. 트럼프가 막말을 할수록 지지층이 더 단단해진다. 특히 하층 백인 유권자들의 충성도가 높다. 민주당 지지층은 많지만 투표율이 낮고, 마가는 숫자는 적어도 적극적으로 투표한다. 이 구조가 쉽게 바뀌지 않는다."
- 민주당의 한계는 무엇인가.
"민주당은 확장성이 제한적이다. 이미 확보한 지지층은 크지만, 그 이상으로 외연을 넓히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공화당 우파, 특히 마가는 새로운 유권자를 계속 정치 참여로 끌어들이고 있다. 분노와 위기의식이 동원력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 마가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마가는 사라지지 않는다. 2016년에는 트럼프 개인이 툭 튀어나온 느낌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자본, 조직, 인력, 미디어, 네트워크가 결합된 구조가 됐다. 트럼프가 정치 무대에서 물러나더라도 마가의 정치적 영향력은 상당 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감정적으로 반응하면 안 된다. 트럼프가 무슨 말을 하든, 한국이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미국의 변화는 구조적인 것이고 단기간에 바뀌지 않는다. 한국은 조급해하지 말고, 흔들리지 말고, 냉정하게 이 상황을 견뎌야 한다."
- '견뎌야 한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견딘다는 건 가만히 있는 게 아니다. 구조를 읽고, 감정이 아니라 전략으로 대응하라는 것이다. 트럼프식 정치가 계속될 가능성을 전제로, 실리와 국익 중심으로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
- 이재명 정부의 대미 외교 접근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처음에는 답답했지만, 외교·안보팀이 조급해 하지 않고 트럼프 2기 권력 구조를 이해하며 대응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많은 나라들이 관세 협상에서 혼란을 겪은 것과 대비되는 차분한 접근이었다."
- 마지막으로 한국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렇게 달라진 미국에 (사는) 한인 동포가 200만 이상이다. 미국은 국가안보를 완벽하게 국토안보로 대체한다. 다시 말해서 트럼프 권력은 시민권자와 비시민권자를 구분해서 대우하고 관리한다. 달라진 미국, 오히려 강화되는 트럼프 권력이 현실인 상황에서의 한인 동포 사회, 200만 미국 시민인 한인 동포를 대해야 한다.
그래서 이재명 정부의 해외 한인동포 정책은 이전과는 매우 달라야 한다. 이 대통령의 전략적 기민성을 담당자가 따라 배웠으면 한다. 확장만큼 안정이 담보돼야 할 사안이다. 미국의 변화는 한국의 국가적 활력으로 민족역량을 잘 구축하기 위한 기회이기 이전에 일단은 넘어야 할 고비다. 미국 시민인 한인동포의 역할이 지렛대가 될 수 있다. 국가적 역량의 구심력과 원심력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