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의 분주함이 막 가라앉은 오후 1시 무렵, 강릉의 한 작은 무인카페. 식사를 마친 손님들은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휴대전화를 내려다보거나 조용히 대화를 나누며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평범한 일상 속에서,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장면 하나가 조용히 시선을 붙잡았다.
커피숍 한켠, 햇빛이 간신히 스며드는 자리에서 보기 드문 꽃이 피어 있었다. 화려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 작은 존재는 공간의 분위기를 바꾸기에 충분했다. 조화를 꽂아 둔 듯 낯설게 느껴졌지만, 커피 향이 감도는 일상적인 공간 속에서 살아 있는 꽃은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스투키 꽃꽃이 피면 행운이 찾아온다는 기분 좋은 징조로 여겨지는 꽃이다 ⓒ 진재중
그 꽃은 한 화분 안에서 녹보수와 함께 자라고 있는 스투키에서 피어났다. 생육 환경과 성장 속도가 전혀 다른 두 식물의 공존은 처음부터 균형이 맞지 않았다. 넓은 잎과 왕성한 생장력을 지닌 녹보수가 화분의 공간과 빛을 빠르게 차지하면서, 스투키는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시들어 가는 듯 보였다.
경쟁에서 밀린 쪽은 분명 스투키였다. 줄기는 눈에 띄게 생기를 잃었고, 화분 속에서 차지하는 존재감도 점점 희미해졌다. 그러나 바로 그 스투키에서 뜻밖의 변화가 나타났다. 평소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꽃이 피어난 것이다.

▲녹보수 사이에 피어난 스투키 꽃 ⓒ 진재중
전문가들에 따르면 스투키의 개화는 매우 드문 현상이다. 특히 생육 환경이 열악할수록 종족을 남기기 위한 본능적인 반응으로 꽃을 피우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이 작은 화분에서 벌어진 일 역시 그 연장선에 있었다. 생존 경쟁에서 밀려나던 스투키가 남은 에너지를 꽃에 쏟아붓듯, 마지막 선택을 한 것으로 보였다.
관리의 어려움 탓에 꽃집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이 꽃은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커피숍에서 피어났다. 커피를 마시던 손님들 가운데 일부는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었고, 또 다른 이들은 신기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점심시간 이후의 느슨한 오후, 작은 꽃 하나는 잠시나마 사람들의 시간을 늦추고 있었다.

▲스투키 꽃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김 박사 ⓒ 진재중
커피를 함께 마시던 김희석 반려식물원장은 "아프리카 동부가 원산지인 이 다육식물은 꽃을 보기 어렵기로 유명하다"며 "꽃이 피면 행운이 찾아온다는 꽃말처럼, 기분 좋은 일들이 있을 것 같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도심의 작은 커피숍, 자그마한 화분 안에서도 생존은 경쟁이자 선택이었다. 녹보수 옆에서 밀려나던 스투키가 끝내 꽃을 피워낸 순간은, 사라지기 직전까지도 생명은 자신의 역할을 다하려 한다는 사실을 말없이 전하고 있었다.

▲스투키환경이 좋은 장소에서 자란 스키 ⓒ 진재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