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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1.13 17:41최종 업데이트 26.01.13 17:41

매년 같은 논으로 돌아오는 재두루미

우리는 논을 지킬 준비가 돼 있는가

5일 얼어붙은 논 위를 천천히 걷는 재두루미 3개체를 다시 찾았다. 장소는 서산 A지구 한 농경지였다. 지난해 2월 재두루미를 확인했던 바로 그 논이다. 서산의 광활한 농경지 중 정확하게 똑같은 위치의 논에 재두루미가 찾아왔다.

 25년 2월 서산에서 확인한 재두루미 2개체
25년 2월 서산에서 확인한 재두루미 2개체 ⓒ 이경호
 같은논에 다시 26년 1월 찾아온 재두루미
같은논에 다시 26년 1월 찾아온 재두루미 ⓒ 이경호

재두루미가 다시 같은 논에 확인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재두루미는 계절 이동 과정에서 월동지와 중간 기착지를 기억하고 반복적으로 이용하는 습성을 가진 종이다. 번식지는 러시아 남동부와 몽골, 중국 북부에 분포하고, 겨울철에는 한반도와 일본, 중국 남부로 이동한다. 이동 거리는 수만 킬로미터에 이른다.

재두루미(Antigone vipio)는 두루미과에 속하는 대형 조류로,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 '취약' 종으로 분류된다. 국내에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돼 있다. 전세계 1만 개체 수준으로 추정되는 한반도 진객이다.

한국에서 재두루미는 한강하구, 철원평야, 파주, 순천만 등 일부 지역에서 주기적으로 월동한다. 이외 지역에서는 정기적인 관찰이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서산에서 동일한 논을 반복적으로 찾는 재두루미의 출현은 주목할 만하다고 할 수 있다.

 26년 1월 3개체의 재두루미의 모습
26년 1월 3개체의 재두루미의 모습 ⓒ 이경호

재두루미는 습지와 농경지를 함께 이용하는 종이다. 논에서 벼 낟알, 풀씨, 뿌리식물 등을 섭취하고, 습지에서는 곤충이나 작은 수서생물도 먹는다. 겨울철에는 먹이 활동이 하루 행동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사람이나 차량 등 외부 교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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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논을 반복적으로 찾는 행동은 해당 지역이 재두루미에게 먹이와 휴식, 안전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재두루미의 방문은 그 논이 아직 기능하는 생태 공간이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두루미류는 흔히 습지의 지표종으로 불린다. 두루미가 머문다는 것은 그 지역의 습지와 농경 환경이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되고 있다는 뜻이다.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두루미는 오래전부터 장수와 평화, 절개의 상징으로 인식돼 왔다. 재두루미가 한국의 농경지에 내려앉는 이유는 조건 때문이다. 먹을 수 있고 쉴 수 있고 덜 방해받는 공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서산의 농경지가 언제까지 이 조건으로 유지 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농경지의 대형화, 습지의 소멸, 겨울철 농업 환경 변화는 재두루미의 월동 가능성을 빠르게 좁히고 있다. 재두루미가 지난해에 이어 다시 같은 논을 찾은 것은 대체 불가능한 공간이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해마다 같은 논으로 돌아오는 재두루미는 길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정확했다. 이제 이 논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 우리가 고민할 때이다.

#재두루미#서산#멸종위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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