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노인회 대전 동구지회가 소속 경로당 회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논란이다. 사진은 동구지회가 지난 2004년 산하 172개 경로당에 보낸 회장 선거 '별첨' 규정 내용. 동구지회는 경로당 회장에 입후보하려면 동구지회에 9가지 서류를 제출한 뒤, 동구지회에 후보 등록을 신청하도록 했다. 이러한 규정은 대한노인회 정관 경로당 운영규정에 없는 것으로, 이후 대한노인회 대전연합회에서 해당 규정 승인을 거부해 무효화됐다. ⓒ 장재완
대한노인회 대전 동구지회가 소속 경로당 회장 선거에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논란이다. A동구지회장이 자신의 3선 연임을 위해 투표권을 가진 경로당 회장 선출 절차를 왜곡하고, 이를 합법인 양 규정을 개정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내부 반발이 커지고 있다.
12일 제보자에 따르면, 대전동구지회는 2024년 '경로당 회장 선출 시 제출해야 할 서류 9종'을 신설해 동구지회 산하 172개 경로당에 공지했다.
이 별첨 규정에 따르면, 경로당 회장에 입후보하려면 ▲ 후보자등록신청서 ▲ 이력서 ▲ 주민등록등(초)본 ▲ 사직서(각급회 임직원이 각급회장에 입후보할 때) ▲ 회원가입(회비납부)증명서 ▲ 사직서(각급회 임직원이 각급회장에 입후보할 때) ▲ 회장선출 규정 준수 서약서 ▲ 제10조(후보자결격사유)에 대한 관계기관의 확인서. 가족관계증명서 ▲ 건강진단서(2년 이내의 일반건강검진결과, 치매검사결과) 등을 동구지회에 제출하고, 동구지회에 후보 등록을 신청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절차는 대한노인회 정관이나 경로당 운영 규정 어디에도 명시돼 있지 않은 내용이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경로당 회장과 감사는 각 경로당 총회에서 자율적으로 선출하도록 되어 있으며, 지회는 요청이 있을 때만 선거를 지원할 수 있다.
제보자인 B경로당 회장은 "경로당은 지시를 받는 하부기관이 아니라 독립된 단체임에도, A지회장이 마치 상급기관처럼 선거를 통제했다"며 "그동안 경로당은 대한노인회 정관 제12조(임원의 선출)에 '경로당 회장은 대한노인회 운영 규정 제6편 각급 회장 선출 및 선거관리규정에 준하여 선출하되 실정에 맞게 따로 정하여 운용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실정에 맞게 회장을 선출했다. 그런데 갑자기 전국에서도 유례가 없는 규정을 만들어 이를 적용한 것은 사실상 지회장이 입맛에 맞는 사람만 회장으로 세우기 위한 꼼수였다"고 주장했다.
특히, 문제의 별첨 규정은 지회장의 3선 연임을 앞두고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선거용 사전 포석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A지회장은 2018년부터 지회장직을 맡아 현재 2선·8년째 근무 중이며, 올해 2~3월 지회장 선거에서 3선에 도전할 예정이다.
제보자 B회장은 "경로당 회장 후보에 등록하려면 9가지 복잡한 서류를 떼어서 지회에 직접 방문하도록 한 것은 사실상 자신들에게 협조적인 사람이 회장에 선출되도록 하려는 꼼수"라며 "심지어 동구지회는 C경로당 자율적으로 선출한 저를 '별첨 규정'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 동안 회장으로 인정해 주지 않고, 등록도 거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지난 3년 동안 약 120여 개 경로당이 지회가 임의적으로 만든 규정대로 회장을 선출했다. 동구지회가 A지회장에게 우호적인 경로당 회장단을 구성하기 위해 선거에 개입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규정 무단 개정·총회 강행… 무리한 "합법화 시도"
2024년 8월, 동구지회는 B회장이 문제의 '별첨 규정'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자 지회 선거관리규칙에 편입시키는 개정안을 상정해 '합법화'를 시도한 의혹도 받고 있다.
노인회 정관 선거관리규칙에는 별첨과 같은 서류 제출을 '중앙회장·연합회장·지회장 선거 시 적용한다'고 되어 있었으나, A지회장은 이를 '경로당 회장 선거에도 적용한다'로 바꾸어 총회에서 통과시켰다는 것.
이에 B회장은 "지회 규정으로 경로당 회장 선거를 통제하려 한 것은 명백한 정관 위반"이라며, 8월 26일 대전시연합회 상벌심의위원회에 A지회장을 제소했다. 결국 대전연합회는 제소 3개월 만인 지난 12월 9일 A지회장에게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솜방망이 징계" 반발... 제보자 "3선 선거 앞두고 징계 실효성 없다"
B회장은 이번 징계에 대해 "사실상 봐주기 솜방망이 처분"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는 "규정을 불법 개정하고 경로당 선거에 개입한 것은 제명 수준의 중대 사안인데, 정직 1개월은 형식적 징계에 불과하다"며 "1월 중 징계가 끝나면 2월 지회장 선거에 그대로 출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전연합회가 3개월이나 사건을 뭉개다가 중앙회로 넘긴 것도 납득할 수 없다"며 "연합회장과 동구지회장이 밀접한 관계라는 의혹이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대한노인회 규정에 따르면, 규정을 위반하거나 직무를 유기한 임원은 '제명 또는 직무정지' 처분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지회장에게는 단 1개월 정직만 내려졌으며, 선거 출마에는 제한이 없다.
B회장은 "A지회장에 대한 엄중한 징계가 내려지지 않고, 또다시 A지회장이 지회장 선거에 나온다면, 불법적인 규정을 만들어 자기 사람을 심어 놓은 경로당 회장들에 의해 또다시 지회장으로 선출될 것"이라며 "이는 노인회의 민주적 운영을 무너트리는 일일 뿐만 아니라 불법을 저질러서라도 회장에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몹시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전연합회 "별도 규정 만든 것은 문제"... 동구지회 "열악한 경로당 도와 주려 한 것"
이러한 주장에 대해 대전시연합회 관계자는 "경로당 회장 선거도 노인회 정관에 규정된 선거 관리 규정을 적용하는데, 이번 사안은 그 외 별도의 규정을 만들었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다. 특히, 경로당 회장 선거와 관련한 후보자 서류제출을 경로당에 하는 게 아니라 지회에 하도록 한 규정이라서 문제가 됐다"며 "결국 지회가 경로당 선거에 관여한 셈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규정을 만들게 되면 상급회에 승인을 받아야 유효한 것인데, 동구지회에서 저희 연합회에는 2025년 8월에서야 승인을 요청했다"며 "연합회에서는 자체적 검토 뿐만 아니라 중앙회에 질의를 해서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려 반려시켰다. 따라서 관련규정은 무효다"라고 설명했다.
동구지회장에 대한 상벌위원회 징계결과와 관련해서는 "그런 부적정한 규정을 만들어 이를 일부 경로당 회장 선거에 적용했다는 이유, 즉 무리하게 지휘해서 선거에 개입했다는 이유 등으로 상벌위원회에서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내렸다"며 "다만, '양형이 너무 가볍다'는 이유로 반발하는 분들이 있어 중앙회에 재심을 청구, 재심이 진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
'지회장의 연임을 위해 규정을 만들어 선거에 개입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내용적으로 그런 주장의 사실 여부는 알 수 없다"며 "다만, 지회가 과도하게 경로당 회장 선거에 관여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한 동구지회 관계자는 별첨 규정을 신설하게 된 이유에 대해 "대한노인회 정관 경로당 운영 규정에 따르면, '임원의 선출은 각급 회장 선출 및 선거관리규정에 준하여 선출하되 실정에 맞게 따로 정하여 운영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경로당 사정에 따라 정상적 선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그래서 지회에서 선거 과정을 도와주기 위해 필요한 서류에 대해 안내해 주고 접수를 대신 받아주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그런데 지회에서 경로당 회장 선거에 관여하려고 했다고 주장하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특히, '지회장 3선 연임을 위한 자기 사람 심기'라는 주장에 대해 "말도 안 된다. 회장 선출은 경로당 회원들이 하는 것인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 서비스 차원에서 잘해 보려고 한 것일 뿐"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대한노인회 중앙회 관계자는 "현재 재심을 청구해 절차가 진행 중에 있어 어떠한 내용도 답변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