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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당 쇄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당 쇄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이 다시 꺼내든 '댓글 국적 표기제'를 둘러싸고 정치권의 공방이 거세다. 외국인 댓글로 인해 여론이 왜곡되고 있다는 주장인데, 과연 이 제도는 실효성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법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허점이 많고,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기대한 효과와는 거리가 멀다(관련기사: 국힘 지방선거 대책은 댓글 '국적' 표시제? https://omn.kr/2gnnf).

반복되는 주장, 반복되는 논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0일, 외국인 댓글이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며 온라인 댓글에 국적을 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이 혐중 정서를 자극하는 발언이라고 반박하자, 국민의힘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은 "여론조작과 외국 세력 개입이라는 본질을 가리기 위한 프레임 전환"이라고 재반박에 나섰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오전 개인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오전 개인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 페이스북

사실 댓글 국적 표기제는 국민의힘이 처음 꺼낸 카드가 아니다. 2024년 나경원 의원은 댓글에 접속 장소를 기준으로 국가명 또는 국적, 우회 접속 여부를 표시하도록 강제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 처벌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문제는 이 제도가 정말로 여론 왜곡을 막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법적으로도 성립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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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오픈넷 이사인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12년 위헌 판결을 받은 인터넷 실명제를 부활시키지 않는 한, 댓글 작성자의 국적을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설명한다.

헌법재판소는 당시 인터넷 실명제가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익명성은 유지되고 접속 국가는 인격 중립적 정보"라고 주장하지만, 접속 국가 자체가 이용자를 분류하고 낙인찍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헌법적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기술적으로는 더더욱 불가능

기술적 현실은 더 냉정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댓글 국적 표기제를 실효적으로 운영하려면 사실상 외국 IP를 차단하거나 식별해야 한다. 하지만 VPN(가상사설망)을 통한 우회 접속을 완전히 막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전 세계 수백 개 VPN 사업자의 서버 IP를 모두 확보해야 하는데, 이는 외교적으로도, 행정적으로도 현실성이 없다. 당국이 직접 VPN을 사용해 IP를 추적하는 방식도 거론되지만, VPN 주소는 수시로 바뀌고 사업자 역시 끊임없이 생겼다 사라진다. 한 IT 보안 전문가는 "우회 접속 여부를 가려내는 것 자체가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다"라고 지적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접속 장소 = 국적'이라는 단순화다. 전문가들은 중국 IP에서 댓글이 작성됐다고 해서 이를 곧바로 중국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말한다. 중국에 거주하는 재외동포만 해도 20만 명이 넘고, 한국인 여행객이나 제3국 국적자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난다. 접속 위치만으로 국적과 의도를 판단하는 것은 과도한 일반화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 사례가 말해주는 것

댓글 국적 표기제가 조직적 여론 왜곡을 줄였다는 실증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반대 결과를 보여주는 사례는 존재한다. 중국 SNS 웨이보는 2022년 4월 28일, 온라인 허위정보 억제와 외국 영향력 차단을 명분으로 모든 게시물과 댓글에 사용자 IP 위치를 표시하기 시작했는데, 공교롭게도 현재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논리와 유사하다.

사용자 위치 표시한 '中 웨이보' 연구 논문 미국 코넬대가 운영하는 무료논문 저장 사이트에 올라온 레오양-쉬이칭 교수의 공동 논문 'USER LOCATION DISCLOSURE FAILS TO DETER OVERSEAS CRITICISM BUT AMPLIFIES REGIONAL DIVISIONS ON CHINESE SOCIAL MEDIA' 의 첫 장
사용자 위치 표시한 '中 웨이보' 연구 논문미국 코넬대가 운영하는 무료논문 저장 사이트에 올라온 레오양-쉬이칭 교수의 공동 논문 'USER LOCATION DISCLOSURE FAILS TO DETER OVERSEAS CRITICISM BUT AMPLIFIES REGIONAL DIVISIONS ON CHINESE SOCIAL MEDIA' 의 첫 장 ⓒ 레오양-쉬이칭
웨이보는 해외 이용자는 국가를, 국내 이용자는 성이나 도를 표시하는 방식으로 이용자의 위치를 표기했는데, 이와 관련해 홍콩 침례대학교의 레오 양 교수와 스탠퍼드 대학교의 쉬이칭 교수는 정부 부처와 언론사 등 여론 파급력이 큰 165개 웨이보 계정을 대상으로 '사용자 위치 공개 정책'의 효과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해외 이용자의 참여는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반발 심리(backlash)로 인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를 옹호하는 등 해외 이슈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반면 중국 내 접속 지역이 표시된 국내 이용자들은 지역 차별적 발언이 늘어나면서 댓글 참여 자체에는 점점 소극적으로 변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여론을 '격리'하겠다는 발상

댓글 국적 표기제의 근본적 문제는 '여론을 외국인으로부터 분리하겠다'는 발상 자체에 있다.

오픈넷 이사인 박경신 교수는 국민의힘의 주장에 대해 "한국인으로 가장한 외국인들의 의견을 선별해내겠다는 것인데 이것은 마치 민주당 지지자인척 하고 민주당 게시판에 글을 남기는 국민의힘 지지자들을, 여초사이트에 여자인 것으로 가장하고 글을 남기는 남자를 골라내겠다는 것과 같은 감시-검열 욕망의 발로"라고 지적했다.

진정한 여론 파악이 필요하다면 이미 존재하는 여론조사,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실효성도 낮을 뿐더러, 부작용의 우려까지 제기되는 제도를 굳이 도입해야 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도 실립니다.


#댓글국적표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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