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자료사진) ⓒ 서울중앙지방법원
[기사보강 : 12일 오후 7시 30분]
내란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이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등을 받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해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류경진) 심리로 진행된 이상민 전 장관 사건 결심공판에서 특검은 "피고인을 엄히 처벌함으로써 고위공직자에게 자신들의 의무를 상기시키고 다시는 이러한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군대와 경찰이라는 가장 막강한 무력 조직이 동원됐다. 국민의 생명, 신체, 안전을 책임지는 행정안전부 장관으로서 대통령 친위쿠데타에 가담해 경찰이 동원돼 국회 봉쇄할 것을 알았고 이행사항을 확인하고 묵인했다. 또 국민들이 위급한 재난상황에 의지하던 소방공무원에게 단전단수 지시했다."
이상민 전 장관의 구체적인 혐의는 아래와 같다.
① 주무 부처인 행안부 장관으로서 불법적인 계엄 선포를 막지 못하고 사실상 방조한 혐의 ② 경찰청과 소방청에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하는 등 전 대통령 윤석열씨의 내란 범죄에 순차적으로 가담한 혐의 ③ 지난해 2월 헌법재판소의 전 대통령 윤석열씨 탄핵심판 변론에서 단전·단수 지시를 한 적이 없고 대통령으로부터 관련 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는 취지로 허위 증언한 혐의
이상민, 마지막까지 혐의 부인... "단전·단수 지시받거나 내린 적 없다"
이날 결심공판에서는 이상민 전 장관 피고인 신문이 먼저 진행됐다. 이 전 장관은 "12·3 비상계엄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받거나 내린 적이 없다"고 재차 주장했다.
- 특검팀 "피고인은 당일(2024년 12월 3일) 오후 8시 26분∼9시 10분 대통령 집무실에 있었는데, 이 34분간 (단전·단수) 지시나 문건을 못 받았나?"
- 이상민 "책상 위에 문건이 놓인 것을 봤을 뿐 직접 받은 건 없었다."
우연히 문건을 보게 돼 내용만 인지했다는 취지다. 특검은 이 전 장관이 오후 9시 48∼51분께 용산 대통령실 접견실에서 양복 상의 안주머니에서 문건을 꺼내 읽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거론하며 문건 내용을 물었다. 그러자 이 전 장관은 "부인이 울산에서 서울로 올라와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제 시간에 올 수 있을까 걱정돼 당일 일정표를 꺼내 봤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 선포 후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문건을 꺼내 보여주는 모습이 포착된 것과 관련해선 "갖고 있었던 건 일정표 정도다.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을) 언제 알았냐'고 물어봐서 '저도 오늘 이 자리 와서 알게 됐다'고 말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특검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 공판에서 처음 CCTV 영상을 공개하면서, "한덕수와 이상민은 서로의 문건을 돌려보고 손가락을 짚어가며 무엇인가 긴밀하게 논의하는 모습이 확인된다. 이때 이상민이 웃고 있던 모습도 포착됐다"라고 설명했다. 해당 문건에 대해 "이상민이 윤석열로부터 지시받은 문건, 국회 민주당사·언론사 시간대별 봉쇄계획, 언론사 단전단수 등 시간대별 봉쇄계획이 담겼다"라고 덧붙였다.
최후진술서 판사 경력 강조... "이 건물서 법관으로 첫발"
이상민 전 장관은 "12·3 비상계엄과 내란을 연결 짓는 것 자체가 창의적인 발상이라 생각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나 관련 국무위원, 경찰, 군인들이 내란 관련으로 수사받고 기소됐는데도 다 내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냐"라고 따져 물었고, 이 전 장관은 "다른 재판부 사건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아래와 같이 답했다.
"창의적인 생각이라고 한 건 뭐냐, 비상계엄을 바로 내란으로 엮는, 치환하는 그런 발상 자체가 창의적이라는 거다. 비상계엄은 비상계엄이고, 내란은 내란이다.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연결짓는 게 창의적이다. 내란은 헌법상 범죄행위다. 비상계엄은 헌법상 대통령 권한이다. 내란은 범죄잖아. 이걸 동일시한다는 게 창의적이라는 거다."
이 전 장관은 이후 최후진술에서 법관 경력을 강조했다.
"지금으로부터 35년 전 이 건물(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법관으로서 첫발을 내딛었다. 평생 법관으로 공직할 걸 다짐했고 핸드폰을 처음 개통하면서도 전화번호 뒷자리를 2842로 했다. 이 판사였기 때문이다. 저뿐 아니라 제 처와 딸 아들 역시 흔쾌히 핸드폰 번호를 동일하게 2842로 했다. 지금까지 우리 가족 모두 이 번호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사회생활 첫발을 법원 일원으로 내딛고 젊은 날 법관으로 공직했기에 당시 마음가짐과 자세는 제 평생에 걸쳐 이어져 왔다. 첫 다짐과 다르게 대법원 근무 마지막으로 법원을 떠났지만 친정인 법원에 누를 끼치면 안 되고 법관으로의 자긍심이 있어서 변호사 업무나 행정부에서의 업무 그리고 행안부 장관으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동안 매사에 공사를 분명히 하고 다른 사람의 의구심을 가질 행동을 하지 않도록 매 순간 조심하고 노력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특히 행안부장관 업무 2년 7월 동안 대통령과 선후배라는 이유로 세간의 따가운 눈초리와 언론의 철저한 감시, 질타에 긴장 늦추지 않았고 단 한 순간도 마음을 놓지 못한 순간이었다."
그는 "헌신적으로 제 변론을 해온 변호인들에게 기쁜 감사의 의사를 표한다"라고 말하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분한분이 저와 각별한 인연을 맺은 분들이다. 함께 사시를 준비한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친구부터 혼신의 힘을 다해 절 도와준 보좌관, 저의 사법연수원 교수 시절부터 절 믿고 따라준 제자, 같은 법률사무소 동료에 이르기까지 제 변호에 나서준 분들이다. 마지막으로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고 자상하게 오랜 인내심으로 이 재판을 원만히 이끌어온 재판부에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경의와 감사 인사를 드린다."
두 시간 넘게 최종 의견을 진술한 이 전 장관 변호인 역시 "제가 83년도부터 지금 42년째 피고인을 알고 지금까지 같이 지내왔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피고인(이상민) 성품이 절대 무리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적어도 제가 아는 이 장관은 그렇다. 피고인은 절대 무리 안 한다. 술을 잘 마신다. 나보다 주량이 엄청 세다. 술 마시고 단 한 번도 흐트러진 자세를 보여준 적이 없다. 나는 술 마시고 앞니도 다 나갔다. 결혼 반지도 잃어버렸다. 술 마시고 길에 누워있다가 경찰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런 내 입장에선 술을 아무리 먹어도 한 번도 흐트러지지 않는 이 장관을 볼 때 얼마나 밉겠나. 오늘 낮에, 갑자기 눈이 오더라. 저는 상서로운 눈이라고 생각했다. 이상민의 상 자는 상서로울 상 자로 알고 있다. 그런 상서로운 일이 피고인에게 생겼으면 좋겠다."
재판부는 "2월 12일 오후 2시 선고한다"라는 말을 하고 법정을 나섰다. 그 순간 법정에서 "장관님 힘내십시오"와 "아빠 사랑해"라는 말이 울려 퍼졌다. 이 전 장관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곤 법정을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