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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동해시에 살고 있다. 동해에 사는 몇 가지 자랑거리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자랑은 날마다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조금만 서두르면 해돋이를 쉽게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집에서 걸어서 삼십 분이면 하평해변에 닿는다. 묵호역과 가까운 이 해변은 해변을 따라 난 철길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좋아 요즘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다. 특히 해변으로 들어가는 철길 건널목에서는 사진을 찍는 이들이 많다.
해가 늦게 뜨는 겨울에는 해돋이를 보겠다고 굳이 서두를 필요도 없다. 2026년 1월 12일, 일출 시각은 오전 7시 37분. 아내가 챙겨준 달콤한 믹스커피 한 잔을 마시고 7시 15분에 집을 나섰다. 차로는 채 5분도 걸리지 않는다.
오늘은 수평선에 구름이 없다. '오메가 일출'이라는 말이 있다. 수평선에서 해가 곧바로 떠오르는 모습을 일컫는 말로 그리스 문자 오메가를 닮아서 부르는 이름으로 보인다. 맑은 날이라 해도 새벽녘 수평선에는 대개 구름이 걸려 있기 마련이라, 오메가 일출을 만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먼동이 틀 무렵 하평해변 ⓒ 박영호
지난 1일, 추암해변 촛대바위에서 새해 첫 해돋이를 멋지게 담아보려다 실패했다. 결국 감추사에서 찍은 사진으로 '게으른 자에게 허락된 해돋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오늘은 그보다 훨씬 더 또렷한, 이른바 오메가 일출을 사진으로 담았다. 처음엔 해를 가리는 배가 있어 아쉬웠지만, 이 또한 풍경이라 생각하니 아쉬움이 조금 덜어진다.

▲배가 있는 해돋이 풍경 ⓒ 박영호

▲이것이 오메가 일출이다 ⓒ 박영호

▲완전히 떠오른 해 ⓒ 박영호
요즘은 휴대전화 카메라 성능이 워낙 좋아 무거운 카메라를 따로 들고 다니는 사람이 많지 않다. 하지만 동해에 살게 되니, 큰 카메라로 제대로 담고 싶은 풍경을 자주 만난다. 한동안 손에서 놓고 지내던 카메라를 챙기는 날이 많아졌다. 취미 삼아 찍는 사진이지만, 어쩌다 보니 렌즈도 몇 개가 되었다. 요즘은 삼각대와 망원 렌즈를 아예 차에 싣고 다닌다.

▲하평해변 해돋이 ⓒ 박영호

▲철길 건널목에서 내려다보는 풍경 ⓒ 박영호
사진을 찍고, 기사에 쓸 사진을 고르면서 버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새삼 깨닫는다. 어떤 작가는 셔터를 누르기 전에 백 번은 생각하라고 했지만, 나는 아직 하수라 백 장을 찍고 나서야 겨우 한 장을 고른다. 그럼에도 사진을 고르며 '셔터를 누르기 전에 생각하라'는 까닭을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하다.
흔히 어떤 분야든 힘을 빼야 고수가 된다고 말한다. 사는 것도 다르지 않다. 한때는 잔뜩 힘을 주고 살아온 적이 있다. 나이를 먹고 나서야 이제야 겨우 힘을 조금 뺄 줄 알게 되었다. 물론 여전히 필요 이상으로 힘을 주다가 넘어질 때도 많지만. 아직은 1월이니 해돋이 보면서 소원을 빌면 효험이 있을 듯하다.
▲해 뜨기 전
하평해변 해돋이 박영호
▲하평해변 해돋이
해가 뜨고 난 다음 박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