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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야생생물 보호를 위한 국제 세미나가 10~11일, 경남 거제 도시재생 이음센터에서 열렸다. 이번 세미나는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이 주최하고,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시민사회와 관련 단체의 후원으로 진행됐다. 노자산 골프장 건설 논란을 출발점으로 삼았지만, 논의는 거제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는 '개발과 멸종위기종 보전'의 구조적 문제로 확장됐다.

노자산서 시작된 문제 제기, 전국의 구조적 쟁점으로

세미나는 1부 '노자산 골프장 건설과 멸종위기 생물', 2부 '전국 멸종위기종 보호 활동 사례'로 나뉘어 진행됐다. 개발을 전제로 한 이식과 보전이라는 방식이 과연 생명을 지키는 해법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미 법과 제도가 존재함에도 왜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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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회는 윤주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모임 대표의 인사말로 시작됐다. 윤 대표는 멸종위기종 문제를 특정 지역의 갈등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드러내는 지표라고 짚으며, 이번 세미나가 현장과 과학, 법과 시민사회의 경험을 연결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첫 발제에 나선 원종태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 생태조사팀장은 노자산 골프장 건설 과정과 함께, 멸종위기종 대흥란 이식 계획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짚었다. 그는 노자산에서 확인된 팔색조, 대흥란, 거제외줄달팽이 등의 서식 실태를 설명하며, 해당 지역이 단순한 산림이 아니라 여러 멸종위기종이 얽혀 있는 복합 생태계임을 강조했다.

원 팀장은 "골프장 건설을 전제로 한 이식 계획은 생태계의 연속성과 맥락을 무시한 접근"이라며, 멸종위기종을 '옮길 수 있는 대상'으로 취급하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노자산의 생태적 특성을 설명하며, 이 지역에는 골프장이 들어와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말했다.

 발중인 한동욱 박사
발중인 한동욱 박사 ⓒ 이경호

한동욱 가톨릭대학교 의생명과학과 박사는 '개발사업에 따른 멸종위기종 보전 방안'을 주제로 발제했다. 한 박사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지정이 개체수, 개체군 수, 분포 범위의 한정성, 서식지 훼손 정도 등을 기준으로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모호하게 적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모호성을 줄이기 위해 분류군별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은 회피 보전이 절대 원칙이며, 멸종위기 2급의 경우도 이식과 이주를 쉽게 선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방치할 경우 멸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종인 만큼, 개발 주체의 책임을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박사는 또한 '네이처 포지티브(Nature Positive)' 전략의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개발로 인해 훼손된 종과 서식지를 동일하거나 그 이상으로 복원해 자연 손실을 '영(0)'으로 만드는 접근이다. 그는 "우리는 여전히 손실을 전제로 한 정책에 머물러 있다"며, 개발과 보전을 병렬적으로 다루는 기존 방식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름 없는 종은 보호받기 어렵다"
 발표중인 볼체 교수
발표중인 볼체 교수 ⓒ 이경호

아마엘 볼체 중국 난징임업대학교 생명과학대학 교수는 '거제도롱뇽의 미래를 위한 보전 계획'을 주제로 발제했다. 볼체 교수는 전 세계 양서류의 상당수가 멸종위기에 처해 있으며, 도롱뇽류는 특히 위협이 심각한 분류군이라고 설명했다. 서식지 감소와 기후변화는 양서류에게 치명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는 거제도롱뇽이 특정한 서식 조건에 강하게 의존하는 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유사한 서식지를 인위적으로 조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현재의 서식지가 사라질 경우 종 자체가 멸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볼체 교수는 "이름이 없는 종은 보호받기 어렵다"며, 거제도롱뇽이 종으로 인식되고 기록되는 과정의 중요성도 짚었다.

특히 그는 양서류 이식과 이주가 국제적으로 성공 사례가 매우 드물다는 점을 강조했다. 불가피하게 이주를 선택해야 할 경우에도, 사전 조사부터 이식 과정, 이후의 장기 모니터링까지 전 생애 주기를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양서류의 경우 일생 주기가 10년 이상인 만큼, 충분한 자금과 인력이 전제되지 않은 이식은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개발을 쉽게 하기 위한 이식은 결코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도롱뇽의 경우 탄소를 흙에 고정하는 역할을 하며, 기후위기시대에 보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종이라고 설명했다.

 발표중인 유키 교수
발표중인 유키 교수 ⓒ 이경호

유키 오구라 일본 사가대학교 농학부 교수는 대흥란의 보전 과제와 생태적 특성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대흥란이 스스로 광합성을 하지 않고, 나무 뿌리와 연결된 특정 균류에 의존해 살아가는 균종속영양식물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식물은 서식 환경에 따라 의존하는 균이 정해져 있어, 단순한 개체 이식으로는 생존이 어렵다.

유키 교수는 "대흥란을 옮긴다고 해도, 토양과 균의 네트워크가 단절되면 결국 사라질 수밖에 없다"며, 눈에 보이지 않는 생태적 관계를 보호는 것이 보전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흙을 건드리는 행위 자체가 대흥란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법은 있지만, 현장에서는 왜 작동하지 않는가

최재홍 변호사는 야생생물 보호를 위한 환경법제 활용 전략을 주제로 발제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 이미 멸종위기종을 보호할 법과 제도는 마련돼 있지만, 개발 과정에서 이식, 보호구역 해제, 대체서식지 조성 등을 활용한 편법이 반복돼 왔다고 지적했다. 또 가리왕산과 4대강 사업 사례를 언급하며, 법의 취지가 현장에서 어떻게 왜곡돼 왔는지를 짚었다.

최 변호사는 앞선 발제들을 토대로 대체서식지 조성과 관련한 법적 대응 가능성을 언급하며, 최근 새만금 관련 판결을 소개했다. 그는 향후 멸종위기종 보호를 위한 법적 대응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표 중인 최재홍 변호사
발표 중인 최재홍 변호사 ⓒ 이경호

2부에서는 전국 각지의 멸종위기종 보호와 개발 갈등 사례가 공유됐다. 정정환 활동가는 지리산 사포마을 골프장 백지화, 엄문희 활동가는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조은미 활동가 한강의 생태보전과 강문화 공동체 활동, 정인철 활동가는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역사, 김안나활동가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주민대책위, 박중록: 부산 선생님 대저대교 활동, 오동필 단장은 새만금 개발과 연안습지 훼손, 김현욱 활동가 가덕도 신공항, 이경호 금강정비사업과 4대강 세종보 농성장, 권경숙: 충남 천수만 태양광 백지화에 대해 사례 발표를 통해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각 지역의 활동가들이 현장의 경험을 전했다. 발표자들은 하나같이 개발 논리 앞에서 반복되는 '이식과 대체'가 생태계의 복잡성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 관련한 법을 엄격하게 들이대지 못하고 개발에 밀리는 일은 멸종을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11일에는 참석자들이 노자산 현장 탐방을 함께 하며 세미나를 마무리했다.

노자산에서 시작된 질문은 결국 전국의 현장에서 되풀이되고 있는 질문이었다. 멸종위기종을 지키는 일은 특정 종 하나를 옮기는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자연을 어떤 방식으로 대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라는 점이 이번 세미나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노자산 현장 담사
노자산 현장 담사 ⓒ 노자산지키기시민모임

 국제 세미나 단체 사진
국제 세미나 단체 사진 ⓒ 노자산지키기시민모임

#노자산국제세미나#멸종위기종#야생생물보호#거제도롱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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