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민수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 남소연
[기사보강 : 12일 오전 10시 29분]
국민의힘이 또다시 간판을 바꿔 달 것으로 보입니다. 장동혁 대표 체제 이후 당명 개정 이야기가 솔솔 나오더니, 구체적인 절차까지 밟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지난 9일부터 책임당원을 대상으로 당명 개정 여부를 묻는 ARS(자동응답전화) 조사를 실시했고, 새 당명에 대한 의견도 받았습니다. 정희용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책임당원 77만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당명 개정 의견 수렴 결과 68.19%가 찬성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장 대표는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당의 가치와 방향을 재정립하고, 전 당원의 뜻을 물어 당명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지난해 12월 25일 사랑의교회 예배 후에도 "국민의힘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새롭게 정립하고 보수 정당의 가치를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며 당명 개정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당명 개정의 명분은 거창합니다. "보수 정당의 정체성과 가치를 명확히 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들려오는 이야기들이 심상치 않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등을 보면, 당 안팎, 특히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는 당명에 '자유'를 넣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자유 내세웠던 자유한국당, 결과는...

▲국민의힘 당명 변천사 ⓒ 임병도
국민의힘은 선거에서 참패하거나, 대통령 탄핵 같은 결정적 위기가 닥칠 때, 이미지 쇄신이 필요할 때 당명을 바꿨습니다. 민주자유당에서 신한국당으로, 1997년 외환 위기 속 대선 시기에는 한나라당으로, 디도스 사태와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후에는 새누리당으로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쇄신의 의지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힘 계열 정당의 당명 변경은 쇄신보다는 과거의 잘못을 덮기 위한 '신분 세탁'이나 '이미지 쇄신용'에 가까웠다는 비판도 제기되곤 했습니다.
지금 국민의힘 일각에서 주장하는 자유라는 키워드, 낯설지 않습니다.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였던 2017년, 새누리당이 당명을 바꿀 때 선택했던 이름이 '자유한국당'이었습니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보수의 핵심 가치라며 자유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홍준표·황교안 대표 체제 하에서 당은 급격히 우경화됐고, 태극기 부대라 불리는 극우 세력과 손을 잡았습니다. 광장에서는 과격한 구호가 난무했고, 당은 이념 투쟁에 몰두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습니까?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자유한국당 입장에서 그야말로 악몽이었습니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대구와 경북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패배했습니다. 서울 구청장 25곳 중 24곳을 민주당에 내줬습니다. 보수의 텃밭이라 불리던 부산·울산·경남마저 무너졌습니다.
자유를 외치며 이념적 선명성을 강화하고 극우 세력과 결집했지만, 국민들은 그들을 외면했습니다. 중도층은 등을 돌렸고, 합리적 보수마저 고개를 저었습니다. '도로 자유한국당'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싸늘한 온라인 여론
온라인 커뮤니티의 반응도 심상치 않습니다. 한 누리꾼은 "보수의 기본 가치인 공화나 자유는 미국 공화당처럼 가장 중요한 단어가 맞다"면서도 "문제는 이 보물 같은 단어들이 극우 정당들에 의해 오염되고 희화화되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국민의힘이라는 당명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사태 등으로 이미지가 훼손돼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현실론도 나옵니다. 하지만 대안으로 거론되는 이름들에 대해서는 냉소적입니다.
실제로 국민의힘이 지난 선거에서 참패한 이유가 단순히 이름 때문이었을까요? 민심을 읽지 못하는 불통, 시대착오적인 이념 논쟁, 그리고 혁신의 부재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2012년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꿀 때,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당명뿐만 아니라 정강·정책에 '경제민주화'를 넣으며 중도 확장을 꾀했습니다. 그 결과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보수 진영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겨야 할 '자유'와 '공화'가 오히려 조롱거리가 되고, 당명에 넣으면 표 떨어지는 단어가 돼버린 현실. 이것이야말로 국민의힘이 직면한 진짜 위기일 수 있습니다. 당명을 무엇으로 바꾸든, 그 안에 담길 내용이 극우적 이념과 낡은 색깔론이라면 국민의힘은 또다시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