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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방송으로 말하던 사람이 이제 글로 아이에게 말을 겁니다. 전환의 길목에서, 여전히 세상에 말을 걸고 있는 중입니다.
예전에 방송작가 후배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방송작가로 일하다 보니까요. 저 점점 착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웃고 넘겼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말이 틀리지 않았다. 방송 원고는 늘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는 말을 건네야 하고, 조금이라도 더 좋은 방향을 이야기해야 한다. 자극적이거나 날 선 말보다는 듣는 사람의 마음을 다독이는 문장이 필요하다. 그런 글을 매일같이 쓰다 보면 글을 쓰는 사람 자신도 자연스럽게 그 방향으로 살아가게 된다.
나는 아동문학을 쓰면서 그 변화를 더 또렷하게 느낀다. 동화는 더더욱 그렇다. 아이들에게 건네는 이야기는 결국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지를 알려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동문학을 쓰며 나는 종종 이런 생각을 한다.
'지금 나는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선물하고 있구나.'
그래서일까. 동화를 쓰는 동안의 나는 가끔 산타할아버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이들에게 직접 무언가를 쥐여주는 건 아니지만, 이야기라는 이름의 선물을 조심스럽게 포장해 건네는 사람.산타는 계절을 따라 움직이는 인물이 아니라, 새해가 시작될수록 더 필요해지는 미음의 태도 같은 존재다. 아이들이 동화를 읽으며 잠시라도 웃고, 조금이라도 마음이 가벼워진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크리스마스 트리동화를 쓰는 동안의 나는 가끔 산타할아버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이들에게 직접 무언가를 쥐여주는 건 아니지만, 이야기라는 이름의 선물을 조심스럽게 포장해 건네는 사람. ⓒ 이효진
물론 동화 속 이야기가 늘 처음부터 끝까지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다툼도 있고, 상처도 있고, 마음이 무너지는 순간도 등장한다. 하지만 나는 끝내 이야기를 해피엔딩 쪽으로 데려간다. 세상이 늘 그렇게 흘러가지는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아이들 앞에서는 그래도 괜찮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끝까지 놓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동화를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이 장면을 읽는 아이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이 말이 아이의 하루를 조금 더 힘들게 만들지는 않을까?'
그 질문을 반복하다 보면 글을 쓰는 나 역시 조금 더 조심스러운 사람이 되고, 조금 더 다정한 어른이 되어간다. 어쩌면 이것이 동화작가로서의 사명감인지도 모르겠다. 의사가 생명을 살리기 위해 애쓴다면, 동화작가는 아이들의 마음이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도록 작은 불을 밝혀주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세상이 늘 착하지는 않다는 걸 알면서도, 그래도 세상에는 끝내 좋은 방향이 있다는 믿음을 이야기 속에 남겨두는 일.
나는 내가 쓴 글을 통해 아이들이 조금 더 희망을 찾고, 조금 더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를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아이들이 각자의 삶을 자기 힘으로 잘 살아가기를 바란다. 동화는 아이들 대신 답을 내리는 이야기가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답을 찾아가도록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이야기니까.
그래서 나는 이 일을 좋아한다. 글을 쓰는 동안 아이들에게 착한 마음을 건네면서, 동시에 나 자신도 조금 더 착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이 느낌이. 오늘도 나는 또 하나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포장한다. 아이들이 언젠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풀어볼 작은 선물이 되기를 바라면서.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 개인SNS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