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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지막으로 쿠팡에서 물건을 산 것은 11월 29일 오전이었다. 11월 29일 저녁에 정보가 유출되었다는 메시지를 받고 그 후부터는 쿠팡 이용하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에서다. 며칠 동안 지켜보다 12월 11일에 어렵사리 회원 탈퇴를 하고도 앱은 한동안 그대로 두었다.
[관련기사: 드디어 쿠팡 회원 탈퇴에 성공했어요]
쿠팡의 변화를 기대했는데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가 2025년 12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서 동시통역기를 착용해달라는 최민희 위원장의 요구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특별히 물건을 살 생각은 없었지만 괜히 궁금한 마음에 하루에 한두 번씩은 그곳을 들락거리기도 했다. 아마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습관이 되어서 그런 것 같다. 한편으로는 쿠팡 측에서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 무언가 큰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사과와 변화는커녕 날이 갈수록 실망감과 모욕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대표의 사과는 없었고 청문회 때 외국인 두 사람이 나타나더니 한국말을 할 줄도 모르고 알아듣지도 못한다고 했다. 진짜 청문회를 하러 나온 건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국회의원들이 질문을 하면 시원한 답변을 들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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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놀라운 것은 열심히 일한 젊은 노동자의 죽음을 왜곡하는 보도다. 그 후로도 쿠팡의 비상식적인 운영에 대한 보도는 계속되었다. 일반적인 생각과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쿠팡의 이중성이 괘씸했고 분노도 느껴졌다. 그런 비인간적인 모습을 보면서 달라질 거라는 기대가 사라져 휴대폰과 컴퓨터에 있던 쿠팡 관련 것을 모두 없앴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한 층에는 4가구가 사는데 그들도 새벽 배송을 하지 않는 듯 보였다. 쿠팡 정보 유출 사건이 보도되기 전까지는 젊은 사람들이라 새벽 배송을 자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새벽 배송에 필요한 에코백이 보이지 않았고 오히혀 다른 온라인 마켓 에코백이 놓여 있었다.
사람마다 사정이 다 다르지만 내 경우에는 새벽 배송이 그다지 필요치 않다. 구태여 그런 빠름이 아니어도 괜찮은 생활이다. 새벽 배송은 대부분 식자재가 차지하고 있기에 이참에 내 생활도 점검해보기로 했다.
우선 냉장고 정리부터 시작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식자재도 넉넉히 있었다. 와우 회원일 경우 최소한 1만 9800원을 채워야 했다. 당장 필요한 것이 아니어도 액수를 채우려고 이것저것 사놓은 것이 제법 있었다.
그러다 보면 금액을 넘는 경우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딱 1만 9800원을 채우는 것은 쉽지 않았다. 어떤 때는 그 금액을 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필요하지 않은 것도 사게 되어 양이 많아지기 일쑤였다. 이번을 계기로 쿠팡 없이 살아보기로 했다.
탈쿠팡 40일, 결론은 살 만하다

▲쿠팡 로켓배송 차량 ⓒ 연합뉴스
40일 동안 쿠팡 없이도 살아보니 그런대로 살 만했다. 처음에는 불편했고 적응이 잘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온라인 마켓을 전혀 사용 안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여 예전에 가끔 사용하던 온라인 마켓을 다시 이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40일 동안 온라인 마켓에서 구입한 것은 명란젓과 쌀이 전부였다.
그 외에는 동네에 있는 마트나 채소가게를 이용했다. 필요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목록에 넣었지만 당장 사지 않아도 괜찮은 것도 있었다. 그동안 내 나름대로 현명한 소비를 해왔다고 생각했으나 쿠팡 없이 40일을 살아보니 그것이 아니었다. 인터넷에서 식품도 충동 구매를 했었다.
쿠팡을 끊은 지 40일이 지나고 있다. 처음에는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지만 시간이 흐르니 오히려 '탈쿠팡'을 잘했다는 생각마저 든다. 냉장고 안이 깨끗해지고 훨씬 넓어졌다. 무엇이 있는지 한눈에 보이는 점도 장점이다.
다른 온라인 마켓에서 주문한 상품은 쿠팡보다 빠르지는 않았다. 장을 보려면 내가 직접 발품을 팔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하지만 상품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살짝 만져도 보고, 가격을 물어보고, 고르고, 여러 사람과 부딪히는 일들이 생동감마저 들게 한다. 많이 사면 들고 오기 힘드니 꼭 필요한 것만 사게 되는 것도 큰 장점이다. 결제할 카드 대금도 줄어들었다. 걷기 운동은 덤이다.
조금 더 늦어도, 조금 더 비싸도, 조금 번거로워도 상관없단 생각도 들었다. 그 너머에는 또 다른 가치가 존재하고 있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