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정 : 10일 오후 4시37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당 쇄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온라인 댓글에 작성자의 국적을 표시하는 이른바 '댓글 국적 표시제'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국민의힘은 과거 개별 의원 차원에서 이런 주장을 했던 적은 있지만 당 차원에서 목소리를 내는 건 새로운 움직임이다. 10일 국민의힘은 당대표가 직접 자신의 SNS를 통해 이를 언급했고, 이어 당 대변인의 공식 논평을 연이어 발표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에 대해 우려가 나온다. 댓글 국적 표시제가 기술적으로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제도 도입 시 국가 간 갈등으로 번지거나 외교 관계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개별 의원 차원 주장이 당 공식 목소리로
장 대표는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외국인의 댓글에 의해 여론이 왜곡되고 있다"며 "과거 7년 동안 국민의힘을 비난하는 글을 6만 5000개 이상 올린 X계정의 접속 위치가 '중국'으로 확인된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은 댓글의 국적표기에 64%가 찬성하고 있고, 상호주의에 입각해 외국인 투표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69%에 이르고 있다"면서 "이제라도 민심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언급한 X계정 사례는 지난해 11월 같은 당 주진우 의원의 주장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주 의원은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2019년 개설돼 국민의힘을 원색 비난하는 게시물 6만 5200개를 올린 SNS 계정의 접속 위치가 중국으로 확인됐다"며 "한국인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중국에서 접속한 계정이 대거 발견되면서 논란이 거세다"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글을 올린 이후 국민의힘 대변인 공식 논평이 뒤따랐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올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해외에 기반을 둔 조직적인 댓글 활동으로 국내 온라인 여론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국적 표시제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보호를 위해 반드시 도입돼야 할 시급한 과제"라고 밝혔다.
조용술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해외에 기반한 댓글 활동을 통한 여론 왜곡 우려가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에서 국적조차 표시하지 않겠다는 태도는 국민의 알 권리와 여론 신뢰를 외면하는 무책임한 행태"라고 주장했다. 그는 "댓글 국적 표시제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자는 것이 아니"라며 "익명성 뒤에 숨은 외부 개입 가능성을 차단하고 여론 형성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미 몇차례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지난해 2월 나경원 의원은 온라인 이용자의 접속 국가명과 우회 접속 여부 표기를 의무화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앞서 21대 국회에서도 2023년 1월 김기현 의원이 온라인 댓글 작성자의 접속 장소 기준 국적과 우회 접속 여부 표기를 의무화한 정보통신망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전까지 이런 움직임은 모두 개별 의원 차원으로 평가됐다. 그런데 지방선거를 140여일 앞두고 국민의힘 당 차원의 움직임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오전 개인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 페이스북
기술적으로 가능할까? 사회적으로 유익할까?... 전문가들 우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술적, 사회적 측면에서 모두 우려의 뜻을 표했다.
윤주범 세종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한국인이라도 해외에서 SNS를 사용하면 접속 위치가 외국으로 뜨고, IP를 우회해 사용하는 경우에도 사용자 국적과 다른 국가가 (위치로) 뜬다"며 "(장 대표의 언급 사례처럼) SNS 접속 위치가 중국이란 이유만으로 사용자가 중국인일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설사 댓글 국적 표시제가 실시된다 해도 우회하는 방식은 많기 때문에 실효성이 낮다는 뜻이기도 하다.
윤 교수는 "만일 댓글에 국적을 표시한다면 온라인상에서 작성자의 국적과 얽힌 차별적이고 선동적인 주장이 발생할 수 있다"며 "작성자가 외국인이라서 문제라는 식의 정서가 깔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외국인 댓글로 여론이 왜곡된다'는 장 대표의 인식은 일부 극우 혐오 세력의 '중국에 의한 부정선거론' 주장과 맥이 통하는 부분이 있다.
박춘식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최근 네이버를 비롯해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사용자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국적 등의 정보를 요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현 시스템상 해당 제도를 실시하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또 접속 위치만으로 사용자 국적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모든 외국인이 여론을 왜곡하는 식의 문제적인 댓글을 다는 것은 아니"라며 "해당 제도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어떤 댓글을 어떤 식으로 규제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한데 그 과정에서 국가 간 갈등이 촉발되거나 외교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