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문경오미자 장사 씨름대회에서 백두급 장사에 등극한 태안군청 최성민 선수. ⓒ 신문웅
충남 태안군이 3년 연속 유치에 성공한 '위더스제약 2026 태안 설날장사 씨름대회'가 태안군의회의 예산 심의 거부로 좌초 위기에 놓였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태안국제원예치유박람회 홍보라는 절호의 기회를 앞두고 군의회가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태안군에 따르면 군은 대회 개최에 필요한 예산 4억 7050만 원 확보를 위해 지난해 12월 26일 군의회에 원포인트 임시회 소집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9일 임시회가 열렸으나,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의원들 간 이견을 이유로 예산안은 단 한 차례의 실질적 심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사실상 "심의 없는 폐기"라는 초유의 사태다.
지역 정가와 군민들 사이에서는 "의원들이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며 심의를 회피했다", "군 집행부에 대한 보복성 예산 발목잡기"라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군의회가 반복적으로 주요 사업 예산을 정치적 판단으로 삭감하거나 지연시켜 왔으며, 이번 사태 역시 그 연장선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예산 무산으로 태안군이 입게 될 피해는 결코 가볍지 않다. 설 명절 기간 KBS 전국 생중계를 통해 태안을 알릴 수 있었던 기회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고, '태안국제원예치유박람회'와 '태안 방문의 해' 홍보 효과 역시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더 큰 문제는 지역 상권이다. 2024년과 2025년 설날장사 씨름대회는 전국에서 몰려든 관람객들로 숙박업, 음식점, 전통시장까지 실질적인 경제 효과를 만들어냈다. 그 성과를 직접 체감했던 군민들 사이에서는 "왜 잘 되는 사업을 스스로 걷어차느냐"는 실망과 분노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한 지역 상인은 "설날 씨름대회는 단순한 체육행사가 아니라 태안 경제를 살리는 효자 행사"라며 "군민을 대표한다는 의회가 군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이렇게 가볍게 여겨도 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태안군의 대외 신뢰도 역시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미 KBS와 스폰서, 대한씨름협회 등과의 협의를 거쳐 3년 연속 개최를 확정한 상황에서, 내부 예산 문제로 대회가 무산될 경우 향후 대형 전국 단위 행사 유치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군 관계자는 "3년 연속 대회 유치라는 성과를 이뤄놓고도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대외 신뢰도 하락이 우려된다"며 "다만 대회 개최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며, 가능한 모든 대안을 마련해 끝까지 대회 개최를 성사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군민들 사이에서는 태안군의회의 반복되는 보복적 예산 삭감과 무책임한 심의 거부 행태에 대해 강도 높은 자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