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25년 6월 19일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바닷가에 있는 장생탄광 배수구인 피아에서 잠수사들이 갱도 안으로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 ⓒ 조정훈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13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가운데 한일 양국이 조세이탄광(장생탄광·長生炭鑛) 수몰 사고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하자 유족들과 시민단체들이 환영하고 나섰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재명 대통령의 방일 일정을 설명하면서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세이탄광 등 과거사 문제에서 한일 양국이 인도적 협력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며 "유해 DNA 조사 등에서 새로운 진전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조세이탄광 문제를 의제로 삼겠다고 하자 조세이탄광 희생자 유족들과 시민단체는 환영했다.
양현 일본장생탄광희생자대한민국유족회 회장은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장생탄광 문제에 관심을 갖고 다카이치 총리와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한일 관계가 진전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영한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지금까지 일본 정부가 유해 발굴에 개입하지 않고 있고 지난해 발굴된 유골에 대해서도 DNA 검사도 하지 않고 있는데 적극 나서길 부탁드린다"며 "우리는 차가운 바닷속에서 80년이 넘도록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유해를 고향으로 꼭 모시고 올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장생탄광 수몰사고로 숨진 고 전성도씨의 손자 전영복씨는 "대통령이 일본 총리와 이 문제를 잘 풀어줬으면 좋겠다"며 "광복 후 80년이 지나 논의하는 것이 많이 늦었지만 양국 정부가 논의에 나서는 것만으로도 유족들은 크게 환영한다"고 말했다.
전씨는 "정치적인 문제를 떠나 일본 정부가 발굴에 적극 나서고 유해를 유족들에게 빨리 돌려줬으면 좋겠다"며 "이 대통령이 좋은 성과를 내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에 있는 장생탄광에서 일본 시민단체인 새기는회가 잠수사들을 동원해 지난 2025년 8월 25일과 26일 유골 발굴을 시도하는 가운데 26일 사람 두개골이 발견됐다. ⓒ 한혜인
장생탄광희생자 귀향추진단도 이날 성명을 통해 "장생탄광 희생자 유골 문제의 한·일 정상회담 의제화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귀향추진단은 "장생탄광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정책 아래 수많은 조선인 노동자들이 혹독한 환경에서 희생된 비극의 현장"이라며 "수십 년간 방치되어 온 역사적 인권 문제를 국가 간 최고 책임 차원에서 해결하겠다는 것은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고 환영했다.
이들은 "수몰사고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유골이 아직까지 일본 현지에 방치되거나 정확한 실태조차 규명되지 못한 현실은 전후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 유족과 시민사회는 진상규명, 유골 발굴 및 봉환, 일본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를 일관되게 요구해 왔다"며 "이번 정상회담 의제화는 이러한 요구에 대한 응답이며 인도주의와 보편적 인권의 관점에서 접근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장생탄광 희생자 유골 존재 현황과 관련 자료에 대한 일본 정부의 전면적 공개와 한일 공동조사 착수 ▲유골 발굴·수습봉환을 위한 한·일 정부 공동 협의체 구성 ▲희생자들의 존엄 회복과 유족들의 권리 보장을 위한 사과와 추모, 역사 기록화 병행 등을 촉구했다.
귀향추진단은 "장생탄광 유골 문제의 해결은 과거를 청산하기 위한 문제가 아니라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책임"이라며 "이번 한·일 정상회담이 역사 정의와 인간 존엄의 회복이라는 원칙 위에서 실질적인 합의와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해안가에 위치한 해저탄광인 장생탄광에서 1942년 2월 3일 갱도에 바닷물이 유입되며 조선인 강제징용 노동자 136명을 포함한 183명이 수몰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탄광 입구는 막혔고 일본 시민단체인 '장생탄광의 수몰사고를 새기는 모임'은 유해 발굴에 나서 지난해 8월 바닷속 피아(환기구)를 통해 희생자의 유골로 추정되는 두개골 등 유해를 발굴해 일본 정부에 DNA 감정을 요구했지만 현재까지 감정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