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앞에 있지만, 모두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우리는 종종 일부만 보고도 모든 내용을 안다고 느낀다. ⓒ 황인수
"뭐 보고 있어?"
소파에 기대 앉아 있는 아내의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 보니 드라마였다.
"이거 완전 재미있어. 같이 보자."
그런데 조금 이상했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드라마를 아내는 유튜브 요약본으로 보고 있었다. 넷플릭스도 구독 중인데, 굳이 왜 요약본일까.
"다 보려니 시간 아까워서."
아내는 웃으며 말했다
이제 아내는 친구와도 그 드라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유튜브가 없던 시절,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드라마를 보던 풍경은 사라졌다. 시청률 60%를 넘기던 드라마도 이제는 없다. 대신 우리는 요약본을 보고 이렇게 말한다.
"이 드라마 내용 다 알았어."

▲유튜브 한때 접속 오류서울에서 열린 유튜브 행사장에서 시민이 광고판을 보고 있다. 2018.11.13 ⓒ 연합뉴스
메타 착각
하지만 정말 그럴까. 유튜브 요약본을 보고 "다 알았다"라고 말할 때, 뉴스를 제목만 보고 "아, 그 이야기"라며 넘길 때, 아이에게 "아빠가 다 해봐서 아는데"라고 조언할 때, 우리는 정말 다 알고 있는 걸까. 어쩌면 우리는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건 아닐까. 전체 중 일부만 알고 있으면서 모두 안다고 믿는 상태, 우리는 지금 '메타 착각' 속 세상에 살고 있다.
이 차이는 직장에서 더 선명해진다.
"내가 이 회사에서 몇 년을 굴렀는데."
"이건 내가 다 해봐서 아는 거야."
"회사 일은 원래 이렇게 돌아가는 거야."
최근 화제가 된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속 김부장이 반복하던 말이다. 그의 판단 기준은 명확하다. 연차, 과거의 성공 경험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는 사실.
문제는 환경은 바뀌었는데 판단은 과거에 머문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김부장은 틀린 걸까. 문제는 정답 여부가 아니다. 자신의 판단을 점검할 필요가 없다고 믿는 태도다. 성실했고 회사에 오래 기여했고 실제로 성과를 냈던 사람일수록, 오히려 메타 착각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 과거에는 잘 나가던 사람이 어느 순간부터는 타인의 길을 막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개인 차원의 메타 착각은 실수로 끝난다. 하지만 사회로 확장되는 순간, 착각은 의견이 되고 여론이 되고 결정이 된다. 일부 자극적인 기사의 내용으로 어떤 연예인을 규정하는 여론몰이도 그렇다. 또, 신문이나 뉴스에서 이런 문장을 자주 본다.
"해당 정책은 국민 다수가 요구해 온 사안입니다."
이 말이 등장하는 순간, 모든 맥락은 사라지고 '국민 다수'라는 단어만 남는다. 질문은 무엇이었는지, 다수는 누구인지, 응답률은 어느 정도였는지, 어떤 반대가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정책 판단의 불확실성을 '확신의 언어'로 덮어버린 메타 착각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사실처럼 받아들인다. 메타 착각은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주변에서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왜곡된 정보의 결과이기도 하다.
나를 메타 착각으로 이끌고 있다는 신호
메타 착각 속 세상, 그렇다면 우리는 무기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을까. 우리는 부분만 알고 있다. 메타 착각은 "나는 꽤 많이 알고 있다"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일부만 보고 있다는 전제를 깔고 시작해야 한다. "이게 맞을까?"라는 질문 하나만으로도 시선은 달라진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나를 메타 착각으로 이끌고 있다는 신호는 어디서 나타날까. 메타 착각은 감정과 행동을 먼저 건드린다. 불편하게 만들고, 분노하게 만들고, 편을 고르게 한다. 그럴 때 이렇게 물어보자.
"이 말은 나에게 지금 무엇을 믿게 만들고 있을까?"
이 질문은 우리를 누군가가 만든 프레임 안이 아니라, 그 프레임 밖으로 이동시킨다.
마지막으로 확신을 말하는 사람보다 조건을 말하는 사람을 신뢰하는 것이다. "답은 하나입니다" "이건 상식입니다"라고 단정하는 말보다 "이 경우에는", "현재 기준으로는"이라고 시작하는 말에 메타 인지가 있다. 여러 조건을 제시한다는 것은 자신이 모르는 영역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세상을 더 많이 아는 것이 아니다. 내가 모르는 영역이 어디인지 알고, 누가 그 빈틈을 이용하려 하는지 눈치채는 것이다.
지금 당신이 확신하고 있는 그 생각은 이미 지나가 버린 생각은 아닐까. 그리고 지금 당신을 확신하게 만드는 그 말은 정말로 세상을 설명하고 있을까. 아니면 당신을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들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