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D.C.에 있는 케네디 센터(트럼프가 임명한 이사회에 의해 트럼프-케네디 센터로 개칭)에서 열린 하원 공화당 의원들의 연례 정책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6. 1. 6 ⓒ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6일(현지 시각)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이 그린란드를 획득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무력 사용 방안도 논의에서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획득이 미국 국가안보의 최우선 사안이며 북극 지역에서 적들을 제지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걸 확인했다"라고 강조했다. 영토 획득을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에 대해 무력 사용 가능성까지 고려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국주의적 발상은 그린란드와 덴마크는 물론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한편 마크 루비오 국무장관은 하루 전인 5일 미국 의회 몇몇 의원들과의 비공개 회동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의도는 결국 그린란드를 구매하는 것이라며 무력 사용 가능성에 반하는 발언을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루비오 국무장관은 7일 기자들에게 다음 주 덴마크 관리들과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획득 방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임을 밝혔다. 미국의 CBS는 라스 크리스찬 브라스크 덴마크 의회 외교위 부위원장과의 인터뷰를 인용해 이 회담이 그린란드와 덴마크 외무장관들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보도했다.
동맹국을 공격한다?
백악관의 브리핑과 루비오 국무장관의 발언 등을 통해 알 수 있는 건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현재로선 미국의 그린란드 획득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력으로 그린란드를 합병하는 방안과 돈으로 사는 방안 두 개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은 두 개 방안을 현실적인 선택지로 보고 있지만 이는 모두 국제사회의 규범과 상식을 벗어나는 것이어서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이 웃어넘겼던 일이다. 그러나 이제 세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머릿속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궁금해하며 미국이 반드시 그린란드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에 대응할 논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당황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논의하는 두 가지 선택의 현실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많은 전문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무력 사용 가능성을 생각하면 미국이 무력으로 그린란드를 점령하는 건 거의 '식은 죽 먹기'다. 그린란드는 독일 면적의 6배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지만 인구는 고작 5만 8,000명 정도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주민은 수도인 누크와 서쪽 해안에 살고 있다. 그린란드는 덴마크의 자치령으로 외교·안보·국방·금융 등은 덴마크의 통치하에 있고 사람이 살지 않은 대부분의 지역은 덴마크 특별부대가 주로 개썰매를 이용해 정찰하고 있다. 그러므로 미국이 무력을 사용하면 거의 저항 없이 그린란드를 장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덴마크의 안보 전문가인 한스 티노 한센은 BBC에 미국이 알래스카 기지의 병력으로 공군과 해군을 지원을 받고 낙하산과 헬기를 이용해 그린란드 장악 작전을 쉽게 실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덴마크 코펜하겐 티볼리 성에 그린란드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2026.1.8 ⓒ EPA=연합뉴스
그러나 이런 군사 작전이 가능은 하지만 실현될 거라고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미국과 덴마크 및 유럽 동맹들과의 관계, 국제법 위반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 미국 국방부 부장관인 미크 멀로이는 BBC에 "(그린란드와 덴마크는) 미국에 위협이 아닐 뿐만 아니라 동맹"이라고 말했다. 또한 백악관이 군사 작전을 실행에 옮기려 하면 의회 승인 없는 대통령의 전쟁 권한을 제약하는 '전쟁 권한법'(War Powers Act)에 따라 의회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회가 나토 동맹을 무너뜨리는 걸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설사 미국이 무력으로 그린란드를 장악한다 해도 국제 사회의 인정을 받지 못할 것이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합병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다. 2022년 9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4개 주를 무력 점령하고 주민투표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이 지역을 합병했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는 결의안에서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인정하지 않았다. 러시아의 거부로 결의안은 통과되지 않았지만 국제사회는 여전히 러시아의 합병을 불법으로 보고 있다.
그린란드를 구매하는 것에 대해서도 현재로선 현실성이 낮다. 가장 큰 걸림돌은 그린란드도 덴마크도 매매를 원치 않고 미국의 '도발'과 '협박'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에 하나 그린란드 주민들이 매매를 원한다고 해도 단순히 땅값이 아닌 주민의 정체성과 지역의 역사, 문화와 전통 등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한 가격을 어떻게 매길지 답을 구하기가 어렵다. 구매 대금 마련 또한 쉽지 않다. 미국이 구매 대금을 지출하려면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조약을 통해 획득하더라도 상원에서 3분의 2의 찬성표를 얻어야 하는데 현재 미국 의회 상황으로 보면 어려운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공격과 덴마크에 대한 무력 사용 가능성 언급에 대해 일부 공화당 의원들조차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덴마크 기선 제압한 미국, 다음 단계는

▲그린란드 누크 외곽의 얼어붙은 해안 만을 따라 배 한 척이 나아가고 있다. 2025.3.6 ⓒ AP=연합뉴스
미국 여론도 변수인데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획득 구상에 반대하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다. 8일 실시된 유고브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3%가 그린란드 획득을 위한 미국의 무력 사용에 반대했고 8%만이 찬성했다. 공화당 지지자 중에서도 15%만이 찬성했고 민주당 지지자 중에서는 87%가 반대했다. 구매에 대해서도 반대가 훨씬 많아서 45%가 반대하고 28%만이 찬성했으며 27%는 의견을 유보했다. 공화당 지지자는 51%가, 민주당 지지자는 10%만이 찬성했다. CNN은 그린란드 합병에 대한 과거 여론조사에서도 반대 의견이 항상 두 배 이상 높았다며 미국인들이 원하는 건 해외에서의 모험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사안, 특히 물가상승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현실성이 떨어지고 국제사회와 미국 내 반대가 높다고 해서 아예 무시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미국의 도발과 협박이 그린란드와 덴마크에 실질적인 압박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이 국제 및 국내 여론을 신중하게 고려하는 성향도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거론하며 그린란드 획득 필요를 주장하고 있지만 동시에 그린란드의 자원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 국가안보 보좌관인 마이크 왈츠는 2025년 1월 <폭스 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획득하려는 건 국가 안보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중요 광물"과 "천연자원" 때문이기도 하다고 노골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사업가 기질이 확실한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 미국의 경제적 이익에 초점을 맞춰 국제 정치를 해왔던 점 그리고 최근 베네수엘라 공습 후 노골적으로 베네수엘라 석유 자원 통제에 들어간 점 등을 고려하면 그린란드 획득 주장 또한 국가 안보보다 경제적 이익과 더 관련됐다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미 그린란드에 2차 세계대전 때 건설된 미군 기지가 있고 1951년 미국과 덴마크가 맺은 방위 협정에 따라 미국이 추가로 군사기지를 건설하고 병력과 장비를 얼마든지 더 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밴스 미국 부통령이 그린란드 피투픽 우주기지에 도착했다. 2025.3.28 ⓒ AP=연합뉴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은 미국의 그린란드 획득 계획을 기정사실로 하고 무력 사용과 구매 가능성 등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하며 덴마크와 그린란드를 압박해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업 협상에서 선제적 제안과 최고치 압박으로 상대를 압도한 후 협상에서 유리한 상황을 만드는 전술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그린란드와 덴마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다음 주에 있을 그린란드, 덴마크와의 회담에서도 이미 기선을 제압한 미국은 무력 사용과 구매 등의 기본 구상을 상쇄할 만한 안을 내놓으라고 그린란드와 덴마크를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그린란드와 덴마크로서는 유럽 국가들의 강한 지지를 끌어내고 유지하는 것, 미국 내 의회와 국민 여론이 움직여주길 바라는 것,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에서 위기에 봉착하거나 임기가 끝날 때까지 협상을 끄는 것 등의 선택지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장 눈앞에 닥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을 이겨내는 게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악조건하에서도 그린란드와 덴마크가 가진 가장 큰 무기는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 즉 2025년 1월 덴마크 언론인 베링스케의 여론조사 결과처럼 그린란드 주민의 약 85%가 그린란드가 미국의 일부가 되는 걸 원치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