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는 학교 현장에서 학생부 업무를 담당한 경험이 있으며, 담임교사와 학년부장으로 근무하며 학생·학부모·교사 간 다양한 갈등과 상담을 직접 경험해 왔습니다.
요즘 교실에서는 갈등의 끝이 대화로 맺히지 않는다.
"선생님, 저 신고할 거예요."
이 문장은 이제 위협이 아니라 일상적인 선택지가 되었다. 최근 <오마이뉴스> 기사 '
말리기는커녕 빙 둘러싸고 싸움 구경... 학폭 제도가 만든 교실 풍경'은 학교폭력 제도가 오히려 학생들로부터 갈등을 해결해 볼 기회를 빼앗고 있다는 문제를 짚었다. 사소한 다툼도 곧바로 '사건'으로 비화하고, 교사는 교육적 중재자가 아닌 행정 절차 관리자로 밀려난다는 지적이었다. 이 기사를 읽으며 자연스럽게 포개지는 책이 한 권 있다.
바로 신서희·김유미의 <선생님, 저 신고할 거예요>(2025년 12월 출간)라는 책이다.

▲<선생님, 저 신고할 거예요> 책 표지 ⓒ 카시오페아
이 책은 지금의 학교를 둘러싼 서늘한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신고가 폭증한 이유를 단순히 요즘 아이들이나 교사의 태도 문제로 치부하지 않는다. 대신 법과 제도의 언어가 빠르게 교실을 잠식하면서, 정작 '교육의 언어'가 설 자리를 잃어가는 구조적 문제를 묻는다. 그리고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학교는 여전히 배움의 공간인가, 아니면 갈등을 처리하는 행정기관이 되어버렸는가.
'
사건'이 되기 전의 순간들
책에 등장하는 사례들은 아플 만큼 현실적이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뒷담화, 새치기에서 시작된 몸싸움, 장난처럼 던진 말이 남긴 상처, 학부모의 반복적인 민원… 교실과 복도, 단체 채팅방 어딘가에서 이미 여러 번 보았을 법한 장면들이다.
인상적인 점은 저자들이 이 사건들을 자극적으로 소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가 가해자인지, 누구의 잘못이 더 큰지를 단정하기보다, 왜 이 갈등이 신고까지 가게 되었는지를 차분히 따라간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학생들의 미성숙함만이 아니다. 갈등을 함께 풀어갈 시간과 여유를 잃어버린 학교 시스템, 그리고 '개입하면 더 복잡해질까 봐' 뒤로 물러나게 된 어른들의 모습이다.
앞서 언급한 기사에서 서부원 시민기자가 지적했듯, 지금의 학교에서는 갈등을 겪어보고, 사과해보고, 관계를 회복해보는 경험 자체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선생님, 저 신고할 거예요>는 바로 그 지점을 가장 아프게 짚는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법을 외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학교폭력 심의, 긴급조치, 조사관 제도, 학교 내 녹음의 적법성, 아동학대 신고 의무 등, 교사라면 한 번쯤은 마주했을 법한 제도들이 'Page+' 코너를 통해 정리되어 있다. 단순한 법률 설명이 아니라, 현장에서 어떤 판단이 요구되는지를 중심으로 풀어낸다.
특히 '교권 침해'와 '교육활동 침해'를 구분하는 대목에서는, 교사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점까지 솔직하게 다룬다. 모든 민원이 부당한 것은 아니며, 모든 신고가 잘못된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법의 언어가 교육의 언어를 완전히 대체해 버리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일이라는 메시지가 책 전반에 흐른다.
처벌이 아니라, 책임과 회복으로
책을 덮으며 오래 남은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갈등을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가. 신고는 필요하다. 분명 보호가 우선되어야 할 상황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그 이후를 묻는다. 처벌로 끝난 사건 이후, 아이들은 무엇을 배웠는가. 교실은 이전과 같은 공동체로 돌아갈 수 있는가. 그리고 교사는 다시 그 아이들을 마주할 힘을 회복할 수 있는가.
저자들은 '퇴출'이 아니라 '책임'을 말하고, '격리'가 아니라 '회복'을 이야기한다. 이는 이상론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처럼 신고와 절차만 남은 학교에서, 우리가 끝내 놓치지 말아야 할 최소한의 교육적 회복력 강조에 가깝다. 현장에서 학폭 사안이나 민원을 겪어본 교사라면 책장을 넘기는 손길이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때로는 마음 한구석이 묵직해지거나 코끝이 찡해질지도 모른다.
<선생님, 저 신고할 거예요>는 학교를 포기하자는 체념의 기록이 아니다. 오히려 여전히 학교를 믿고 싶은 사람들의 간절한 기록에 가깝다. 갈등이 박멸된 무균실 같은 교실이 아니라, 갈등을 통해 배우고 회복할 수 있는 교실을 다시 상상하자고 제안한다.
'신고의 일상화' 속에서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것은 어쩌면 질서가 아니라, 서로 부대끼며 자라날 '성장의 시간'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 시간을 다시 붙잡아 보자고,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