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5월과 6월 보문산에서 발견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노랑목도리담비(왼쪽)’와 ‘삵(오른쪽)’의 모습(자료사진). ⓒ 대전충남녹색연합
대전의 대표 녹지인 보문산 산책로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노란목도리담비 사체가 발견돼 도시 생태 보전의 경고음이 울렸다.
8일 대전충남녹색연합에 따르면, 시민 제보를 통해 지난해 12월 23일 한밭도서관 방향 진입로와 청년광장, 고촉사로 이어지는 산책로 인근에서 노란목도리담비 사체를 확인했다. 이 일대는 대전충남녹색연합이 과거 시민 모니터링을 통해 담비의 서식을 최초로 확인했던 지역이다.
노란목도리담비는 생태계 먹이사슬 최상위에 위치한 포유류 포식자이자 '우산종'(Umbrella Species)으로, 이 종의 보전은 동일 서식지 내 다른 야생생물의 보호로 이어진다. 담비는 약 20km 이상을 이동하며 설치류와 조류, 과일, 꿀 등을 섭취하는 등 활발한 활동 반경을 보이는 종으로 알려져 있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발견된 담비의 상태로 볼 때 로드킬 또는 민간이 설치한 덫에 의한 피해 가능성이 높다"며 "도심 속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개발에 내몰리고 있다"고 밝혔다.
"대전시는 법적 의무 외면... 멸종위기종 실태조사조차 없어"
이들에 따르면, 현행 '자연환경보전법'과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10년마다 자연환경보전실천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하며,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전 대책 또한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대전시는 유해야생동물 퇴치 홍보 외에는 실질적인 보호정책이나 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있다는 것. 공식적인 대전시 환경자료에서도 담비, 삵, 하늘다람쥐 등 멸종위기종의 서식 현황이나 전수조사 결과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대전의 깃대종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하늘다람쥐조차 별도 보전 대책이 없어 방치된 상황이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은 "대전시가 깃대종을 행정 홍보용으로만 내세우면서 정작 보호 계획은 전무하다"며 "보문산 일대 개발 사업들이 시의 생태 관리 의무를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현재 대전시는 보문산 케이블카와 고층전망타워, 제2수목원 조성, 오월드 재창조 사업(3300억 원 규모) 등 총 7000억 원이 넘는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해 대전충남녹색연합은 "대전시가 대규모 개발사업에 몰두하는 사이 도시 생태계는 무너지고 있다"며 "정치적 성과를 위한 난개발로 보문산이 훼손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또 "보문산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수많은 생명체가 연결된 생태계의 보고"라며 "우산종 담비의 죽음은 그 생태계의 붕괴를 알리는 경고 신호"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대전충남녹색연합은 "대전시는 자연환경보전조례와 야생생물보호계획에 명시된 행정의 책임을 즉각 이행해야 한다"며 "담비의 경고를 외면한다면 대전 생태의 미래도 없다. 대전시는 보문산 개발사업을 중단하고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호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