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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지 않게 진입할 수 있는 일자리로 알려진 물류센터 현장.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며 새벽배송 주문이 폭증하는 동안 물류센터 노동자, 그중에서도 고정 야간노동자의 수는 급격히 늘어났다. 그런데 과로사하는 물류센터 야간노동자 수가 너무 많다.

올해만 쿠팡 노동자 8명이 사망했고, 이 가운데 6명이 야간노동자였다. 또 사망자 8명 중 4명은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였다. 밤에 주문하면 아침에 물건을 받는 일상이 익숙해질수록, 노동자들은 물류센터 안에서 뛰듯 일하는 높은 노동강도를 버텨내야 한다.

교대제가 아니라 야간고정노동을 하는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어떤 조건에서 어떻게 일을 하고 있을까? 지난 2025년 12월 23일, 공공운수노조에서 정성용 전국물류센터 지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정성용 지부장은 2020년부터 쿠팡 물류센터 계약직으로 일을 시작했으나 해고되었다. 올해 중반까지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다른 물류센터에서 야간노동을 했고, 현재는 격월로 주간에 일하고 있다.

잠으로 회복할 수 없는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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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노동자들은 낮과 밤이 뒤바뀐 채 일상생활을 한다. 야간노동은 수면 장애와 사고 위험을 높이는 등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 특히 최근에는 교대제보다 물류센터와 같은 야간고정노동이 더 해롭다는 문제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물류센터에서 야간고정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은 자신의 건강을 어떻게 체감하고 있을까.

"아무래도 잠을 못 자서 계속 피로한 상태로 생활하죠. 잘 시간인 낮에는 해도 밝고 소음도 많아요. 아파트 공사 소리, 안내방송, 가족들이 생활할 때 내는 소리도 있고, 휴대폰도 계속 울리고요. 그래서 연락 오지 않게 하려고 비행기 모드로 해두고 자기까지 해요. 그러다보니 수면에 집착하게 되는 것 같아요. 주변 사람들이랑 생활패턴이 반대로 돌아가니까 대인 관계나 가족 관계 문제도 생기고요.

제가 올해 중반까지 일주일에 1~2회 정도 야간노동을 했어요. 저녁 6시부터 다음 날 아침 6시까지, 연장근무 3시간을 포함해 하루 12시간을 일했어요. 월요일은 고정 출근일이라 일요일에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해요. 잠을 충분히 못 자니까 멍해진 상태에서 일하게 돼요.

주의력이 떨어지니까 물건을 놓치는 일이 종종 생겨요. 계속 위험한 상황이 이어지는데, 이런 게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 좀 무섭더라고요. 팔레트 위에 올라갔다 내려올 때 삐끗한다거나 물건 놓치는 일도 있고요. 그래서 야간조 하시는 분들 중에는 운전을 절대 안 하는 분들도 꽤 있어요."

물류센터 야간조는 야간고정 노동을 한다. 한국 노동법은 하루 야간 근무 시간, 연속 야간 근무, 월별 야간 근무 일수 등에 대한 제한을 두지 않고, 단지 야간 근무 시 통상임금의 50%를 추가 지급하도록만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물류센터에서는 한 달에 20일 이상, 일주일에 연속 5일 이상 야간노동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 일주일에 6일 일하는 곳도 있다. 게다가 경제적 불안정성 때문에 연속 야간노동에 더해 투잡을 하는 노동자들도 있는데, 이는 제도 부재와 맞물려 주업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사회 안전망의 문제를 그대로 보여준다.

"경제적 이유로 야간노동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경제적 압박에서 오는 위기감이 너무 크다 보니, 그에 비하면 몸으로 때우는 건 할 만하다고 보고 물류센터로 오는 거죠. 경제적으로 아슬아슬한 상태이기 때문에 물류센터로 오지만, 동시에 건강도 아슬아슬해지는 셈입니다.

야간노동을 하면 낮에 제대로 잠을 못 자는데, 그만큼 시간이 생긴다고 보는 것 같아요. 그래서 경제적으로 필요한 노동자들은 투잡까지 하고요. 아이러니지만, 몸이 피곤한데 오히려 몸이 아픈 걸 못 느끼게 하려고 쉬지 않는 경향도 있는 것 같아요. 물류센터에서 일할 때는 괜찮다가 퇴사하고 쉴 때 아파서 병원 신세 졌다는 얘기도 꽤 들었습니다."

휴식 없는 노동이 과로사를 만든다

사회적으로 야간노동 시간을 규제하고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야간노동을 하지 않도록 하는 한편, 현재 야간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의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조건을 마련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류센터별로 차이가 있지만, 휴게시간조차 제공되지 않는 현장은 노동자들의 몸을 더욱 축나게 한다.

"최근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시간당 급여'를 받는 노동자가 열심히 일할 리 없다고 말한 게 뉴스에 나왔잖아요. 그런데 실제 쿠팡에서는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어요. 시간당 생산량(Units Per Hour, UPH) 운운하며 쉼 없이 일하게 하고, 관리자 압박도 있어 더욱 그래요.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죠.

물류센터에서는 다들 너무 일을 열심히 하게 돼요. 특히 노동자들의 몸이 축나는 데는 휴게시간 부족이 큰 영향을 미쳐요. 다른 물류센터에서는 과로사 얘기가 별로 없지만, 쿠팡에서는 특히 빈발하는데, 그 이유가 쿠팡 휴게시간이 너무 짧아서 인 것 같아요[1].

이번 달에 제가 편의점 물류센터 주간조로 일했는데, 장거리 달리기 하는 것처럼 숨이 차서 가라앉질 않는 거예요. 격월로 하는 우체국 물류센터보다 편의점 휴게시간이 훨씬 짧았던 게 원인이더라고요."

지난해 11월에만 쿠팡 물류센터와 배송 업무에서 노동자들이 사망한 일은 우리 모두에게 큰 충격을 던졌다. 특히 물류센터에서 이틀 간격으로 노동자 두 명이 사망했다. 물류센터 야간노동자들이 사망한다는 뉴스가 나올 때 현장 노동자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자신의 일터를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서 대응하고 요구하는 활동으로 이어가는 일은 불안정한 고용 구조 앞에서 막힌다.

"노동자들이 아픈데도 건강 인지를 잘못하는 것과 맞닿아있는 것 같은데요. 당장 나는 안 죽으니까 일하던 사람이 죽어도 무감각해지는 게 있겠고요. 노동자들 스스로 "투잡 뛰었겠지", "원래 건강이 안 좋았겠지"라고 생각하는 때도 있어요. 또 계속 야간노동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과로사를 내 일로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어떻게든 현장을 바꾸려는 움직임을 만들고 노동조합 가입도 더 하면 좋겠어요. 하지만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일터를 바꾸려는 생각보다 빨리 떠나야지 하고 생각을 하다 보니 현장을 바꾸기 위한 동력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 같아요.

사실 빨리 떠나지 않거든요. 그런데 일용직도 너무 많고 노동조합 활동도 보장하지 않는 현장이라서 더욱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게 노동조합의 큰 과제이기도 합니다."

새벽배송 없이도 살 수 있는 세상, 함께 고민해야

최근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를 계기로 촉발된 초심야 시간대(자정부터 새벽 5시) 새벽배송 제한 논쟁이 뜨겁다. 배송 노동자들의 다회전 배송, 분류 작업 부과 등으로 인한 과도한 노동강도가 해결 과제로 떠올랐다.

빠른 배송에 덮여버린 노동자 건강권이 드디어 논의되기 시작했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다. 이 논쟁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일지, 야간고정노동에 균열을 낸다면 어떤 방식이 가능할지 들어보았다.

"야간노동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임금입니다. 그래서 임금 문제를 함께 연결해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물류센터 노동조합 활동에서는 폭염, 휴게시간 같은 노동안전 문제가 주로 이슈가 되는 편인데, 노동자들이 임금이 오르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요.

쿠팡 같은 회사에서 임금을 올릴 거라 기대하지 않고 오직 최저임금이 인상되는 만큼만 오른다고 미리 생각하는 거죠. 노동자들이 임금인상을 체념하는 현실이 막막하기도 한데요. 고된 노동만큼 임금도 올라야한다고 생각하고 요구하는 싸움도 이어가야 해요. 최저임금 인상도 대폭 이루어져야겠지만, 야간 노동강도에 대해 기업이 책임 있는 태도로 임금을 정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사람들이 쿠팡 없이 살 수 없다는 허상을 깨야 합니다. 새벽 배송을 한다면 그에 맞는 비용을 지불하게 하고, 배송 마감시간은 앞당기고 배송 시간은 늦춰야겠죠. 노동자 건강을 보장하는 방식을 만들어야 해요. 새로 설계를 하고 공적 개입도 있어야겠고 노동자가 목소리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겠죠.

새벽배송 논쟁하면서 물류센터, 캠프, 배송 흐름을 전체적으로 보게 되었는데요. '고정 주간과 고정 야간을 주간1조와 주간2조로 가게 하는 방식이 가능할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교대제로 바꿀 수 있을지도 고민하고요.

고정 주간 시간을 8시에서 6시로 바꿔서 오후 3-4시에 퇴근하고, 이때 오후조가 출근하는 방식이요. 이렇게 하려면 고용이 두 배 더 되어야 할 텐데, 한 번에 이루기는 어렵겠지만 이런 요구를 꾸준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각주]

[1] 2024년 공공운수노조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실시한 <물류센터 야간고정 노동자들의 작업환경 및 건강 수준> 연구에서 면접 참가자들에 따르면, 동서울우편집중국에서는 2시간마다 30분씩 휴게시간이 주어졌지만, 쿠팡 물류센터는 업무 중 휴식시간이 사실상 없다고 답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노동안전보건 월간지 <일터> 1월호에도 게재됩니다. 이 글을 쓴 유청희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전국물류센터지부#불안정노동자#초과근무수당#최소휴게시간보장#노동강도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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