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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아동일시보호소 박신재 소장
경기도아동일시보호소 박신재 소장 ⓒ 용인시민신문

설레는 카운트다운과 뜨거운 환호 속에 새해 첫 장이 열렸다. 달력 한 장이 넘어가는 일은 짧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숨을 고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우리 앞에 다시 놓인 것이다.

2026년 병오년, 붉은 말의 해를 앞두고 경기도아동일시보호소도 다음 걸음을 준비한다. 갑작스럽게 보호가 필요해진 아이들이 가장 먼저 머무는 정거장이다. 박신재 소장은 "아이들과 함께 새해를 힘차게 달릴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개소 3년 차를 맞은 보호소는 지난 3년 동안 약 180명의 아이들을 품었다. 37명 종사자의 헌신으로 큰 사고 없이 한 해를 마무리했다. 이 조용한 성취가 2026년의 새로운 희망을 지탱한다.

지난 2025년 12월 24일 박신재 소장을 전화로 인터뷰 했다.

예고 없이 문 앞에 선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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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평균 3개월, 길게는 6개월 정도를 이곳에서 보낸다. 짧아 보이지만, 박신재 소장은 이 시간을 아이 인생의 '골든타임'이라 부른다. 아이들은 대부분 예고 없이 이곳에 도착한다. 경찰이나 공무원의 손에 이끌려, 충분한 설명도 듣지 못한 채 보호소 문을 연다. 앞으로 얼마나 머무를지, 다시 집으로 갈 수 있을지, 아니면 전혀 다른 곳으로 가게 될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이곳에 있는 어른들이 자신을 도와줄 사람인지, 또 다른 상처를 남길 사람인지도 가늠하지 못한 채 경계와 불안을 안고 들어온다.

"아이들은 처음엔 어떤 말도 믿지 않습니다. 말보다 먼저 보는 건 어른의 태도입니다."

박 소장은 보호소에 들어온 아이들은 눈으로 확인한 경험 만을 신뢰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곳에서의 하루는 설명보다 행동으로 쌓인다. 어른이 약속을 지키는지, 화가 난 순간에도 선을 넘지 않는지, 끝까지 곁에 남아 있는지를 아이들은 유심히 본다. 보호소는 아이들이 '어른을 다시 판단해볼 수 있는 첫 자리'가 된다. 그 짧은 시간이 이후의 삶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

"보호소는 아이들을 정화하는 필터이자 정수기"

박 소장은 보호소의 역할을 '정수기'에 비유한다. 가장 목마를 때 안전하게 마실 수 있는 물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보호소라는 필터를 거쳐 정서적 안정을 찾도록 돕는 것. 그것이 이곳이 존재하는 본연의 임무다.

영아 입소율이 높아지는 추세도 안타까운 현실이다. 3.16kg으로 태어난 신생아가 2.7kg까지 줄어든 채 실려 왔던 순간이 있었단다. 아이는 울지도 못할 만큼 기력이 없었다. 피검사를 하려 해도 피가 나오지 않았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긴급한 상황이었다. 아이를 살려내고 건강을 회복시키는 일은 이곳의 치열한 일상이다. 다행히 그 아이는 몸무게를 회복하고 웃음을 되찾았다.

한 번은 삼남매가 동시에 입소했다. 부모의 심각한 신체 학대에 노출된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의 폭력성은 심각했다. 박 소장은 아이들이 잠들 때까지 퇴근하지 못했다. 무서워하는 다른 아이들을 달래고 삼남매를 이해시키려 밤을 지새웠다. 어른에 대한 신뢰가 없던 아이들이 상담과 치료를 통해 비로소 대화를 시작했다. 잘못을 인식하고 반성하는 기미를 보였다. 그것은 기적 같은 진전이었다.

떠난 뒤에도 이어지는 믿음

보호소에는 오래 남는 장면들이 있다. 거친 행동으로 모두를 힘들게 했던 한 초등학생 남자아이는 퇴소를 앞두고 짧은 편지를 남겼다. "선생님들 고맙고, 가기 싫다." 형식적인 인사처럼 보였던 그 문장은, 아이가 몇 달 뒤 그룹홈 원장과 함께 보호소를 다시 찾으며 진심이 됐다. "보고 싶어서요." 보호소를 떠난 뒤에도 누군가 자신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알 때 아이는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다

보호소는 아이의 집이 될 수 없다. 아이가 안정적으로 살아갈 자리는 다른 곳에 있다. 그래서 보호소는 한 발 물러선다.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이전의 관계는 조심스럽게 뒤로 물러나지만 그럼에도 멀리서 믿어주는 어른으로 남는다. 박 소장은 말했다. "떠난 뒤에도 누군가 자신을 믿는다는 걸 알면, 아이는 다시 일어섭니다." 관계는 떠났다고 끝나지 않는다. 아이의 기억 속에서 다른 형태로 이어진다.

다시 달리기 위해 숨을 고르는 2026년

2026년, 박신재 소장의 목표는 '내실 다지기'다. 그는 아이들의 발달과 심리 치료 강화를 '적절한 수분 공급'에 비유했다. 불안과 상처로 메말랐던 시간을 천천히 적셔, 아이들이 다시 자랄 수 있게 돕겠다는 뜻이다. 특히 최근 늘어난 영유아 입소에 대비해, 보호 기간 동안 발달 상태를 세심하게 살피고 개월 수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동시에 "아이들을 돌보는 종사자들에게는 연수와 교육이라는 '영양제'를 더하고 싶다"고 했다. 번아웃을 막고, 오래 현장에 남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박 소장은 "아이들의 인권은 많이 이야기되지만, 아이들을 지키는 사람들의 안전과 존엄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있다"고 말했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안전해야 보호도 지속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운영 예산은 늘 부족하다. 아동 1인당 월 운영비 26만 3천 원. 기관 운영비 월 77만 원. 전기세와 가스비를 내기에도 벅차다. 아이들에게 좋은 옷을 사주고 영화를 보여주려면 후원이 절실하다. 다행히 작년에는 여성기업인협의회 등 지역 사회의 도움으로 직원 포상과 교육을 위한 예산을 마련했다. 박 소장은 이제 더 적극적으로 지역 사회와 손을 잡으려 한다. 혼자서는 넘을 수 없는 벽을 함께 넘으려 한다.

25년 동안 아동 복지 현장을 지켜온 박 소장에게 아이들은 곧 자신의 삶이다. "아동이 있기에 사회복지사 박신재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아이들이 훗날 이곳을 고향 같은 곳으로 기억하길 바란다. 다시 태어나 미래를 계획할 힘을 얻은 곳.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새해를 맞이하며 박 소장은 우리 사회에 당부했다.

"아이들뿐 아니라, 아이들을 지키는 사람들에게도 따뜻한 시선을 보내주세요."

모든 아이들이 조금 더 자주 웃고 그 웃음이 사회의 희망으로 번져나가는 한 해. 그가 바라는 2026년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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