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남 정치싱크탱크 밸리드(VALID) 공동대표(군인권센터 사무국장)가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밸리드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한 뒤 "서울 너무 비싸"라고 적힌 홍보 명함을 내보이고 있다. ⓒ 소중한
"아무리 노력해도 내 삶이 나아지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은 사람을 체념하게 만든다. 불안감을 느끼다 체념하게 되고, 그 다음 단계는 분노다."
10년간 군인권을 위한 활동에 앞장서 온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지난달부터 유튜브 등 SNS에 <서울 너무 비싸>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고 있다. 밝은 하늘색 양복을 갖춰 입은 그는 서울 거리를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난데없이 "서울 너무 비싸지 않느냐"고 묻는다. 시민들은 당황하면서도 "너무 비싸다"고, 세입자로서의 고단함과 타지역에 비해 높은 밥값을 이야기한다.
서울 성북구에서 나고 자란 김 사무국장은 '서울 토박이'이지만, 그 사실이 이 활동의 모든 걸 설명해주진 않는다. 그가 영상을 올리는 유튜브 채널 '서울시민 김형남(@kim.hyungnam)'에는 그래서 이런 댓글이 자주 달린다. "이거 왜 하는 거임?"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이면서 윤석열 탄핵 정국을 이끈 광장의 사회자였던 그는 잘 알려지지 않은 직책 하나를 더 갖고 있다. 정치싱크탱크 '밸리드(VALID)'의 공동대표가 그것이다. 밸리드는 "Victory And Love In our Democracy(우리의 민주주의에 승리와 사랑을)"의 약자이면서, 한국 정치에 유효(VALID)값을 남기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온도와 각도를 상징하는 작은 원이 로고 위에 새겨져 있는데, 이는 의미 있는 각도를 찾아내기 위한 팀의 열정을 뜻한다.
김 대표를 지난 5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밸리드 사무실에서 만나 <서울 너무 비싸> 캠페인에 대해 묻고 들었다. 이 활동을 시작하며 2016년부터 일했던 군인권센터를 떠나기로 한 그의 입에서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으로서 마주했을 땐 자주 듣기 어려웠던 단어가 흘러나왔다. 서울 사는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 체념, 분노, 박탈감 등이 그것이었다.
10년 일한 군인권센터 떠나는 이유

▲김형남 정치싱크탱크 밸리드(VALID) 공동대표(군인권센터 사무국장)가 유튜브 등 SNS에 올리고 있는 <서울 너무 비싸> 캠페인 영상. ⓒ 유튜브 '서울시민 김형남'
김 대표가 2022년 쓴 책의 서문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 이랬던 그의 관심이 군인에서 서울시민으로 확장된 이유를 물었다.
"지금도 수화기 너머로 들었던 후임의 말을 마음의 짐으로 이고 산다. 부당함은 맞서 싸우는 것보다 참는 것이, 힘든 일은 털어놓기 보단 앓는 것이 당장은 힘들어도 오래도록 편하고 현명한 삶이라는 말. 갓 스무 살을 넘긴 평범한 청년의 입에서 나온 그 말을 잊을 수가 없다. 군대를 바꾸는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도 그 무렵이다." - <군, 인권열외> 서문
- 10년 간 일해온 군인권센터를 1월 말 떠나기로 결심했다. 계기가 있나.
"2016년 인턴으로 군인권센터에 들어갔다. 당시 사회 초년생이자 세상이 진보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한 사람으로서, 군대라는 공간을 바꾸는 일도 한국 사회에서 유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 일을 시작하며 가졌던 문제의식이 10년이 지나 우리 사회의 존폐를 가르는 화두가 됐다. 내란 국면에서 '상관의 위법한 명령에 따라야 하는가'가 화두였고 앞서 고 채상병 사건도 있었다. 물론 군 지휘부는 여전히 위법한 명령에도 윤석열에게 복종했고 계엄이 이행되도록 했으나, '이게 맞는지' 의심하는 사람들 덕분에 계엄은 성공할 수 없었다. 군대라는 공간을 바꾸기 위한 그간의 노력이 허튼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 내란 국면에서 군인권센터의 중요성이 더 커지지 않았나.
"이번 내란 국면에서 우리 사회가 처한 문제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됐다. 군대에서 경험한 무조건적인 복종이 사회에서 불의에 타협하는 것이 현명한 삶의 방식인 것처럼 내재화된다. '군대에서 핸드폰 쓰는 것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물으면 30대 초반 남성의 반대 비율이 가장 높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군대에서 핸드폰 쓰고 싶었던 이들이다. 군대라는 공간은 사람의 인식을 왜곡시키는데, 그것이 울분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왜 나만 군대가? 왜 여자는 군대 안 가? 왜 나만 이런 것 겪어야 돼?'라는 식으로.
<서울 너무 비싸> 영상에도 악플이 달린다. 이 분노는 캠페인 취지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가리지 않고 표출된다. 생활인들이 계속 화가 나 있는 세상은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소위 극우라는 극단화된 행동을 해결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년 정도 (군인권을 위한) 한 가지 일을 해왔으니 새 활동을 해보고 싶었다."

▲김형남 정치싱크탱크 밸리드(VALID) 공동대표(군인권센터 사무국장)가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밸리드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소중한
- 10년 동안 군인권센터에서 일하며 병사에게 개인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점이나 월급 200만 원 도입과 같은 긍정적 변화를 만들어냈다. 가장 뿌듯했던 순간을 꼽아본다면.
"되레 항명죄로 기소된 박정훈 대령(고 채상병 사망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의 무죄가 확정됐을 때다. 입대할 때 상부의 명령에 사람들이 체념하고 순종하는 것에 문제의식이 있었다. 거대한 권력이 드리워져 있던 채상병의 죽음 앞에서 누군가는 부당함에 복종하지 않고 정의를 이야기했다. 그 과정이 결국 승리했다. 이 사건 후 있었던 내란의 수습 과정에서도 (박 대령의 모습이) 우리 민주주의가 쉽게 붕괴하지 않은 안전핀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 그간 탄핵 광장에서 사회자로 많은 시민들과 만났다. 느낀 점이 있다면.
"집회에 앞서 안내방송을 했었다. '누가 시비를 걸고 때리려고 하면 맞서지 말고 스태프에게 말해달라', '직접 싸우면 큰일 난다'고. 그런데 이 안내를 하는 사회자 입장에선 참 이상했다. 한국은 그래도 치안이 좋은 나라로 알려져 있는데, 광화문 한복판에서 이런 행동 요령을 설명해야 하다니.
2024년 12월 여의도에서 (탄핵소추안 통과를 위한) 집회를 할 때만 해도 '21세기에 계엄령이 말이 되느냐'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 달도 되지 않아 (윤석열과 국민의힘, 극우 세력 사이에서) '내란이 아닌 구국의 결단'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후 윤석열 구속영장 발부를 뒤집겠다는 사람들이 법원을 때려 부쉈고 헌법재판소를 폭파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들은 이제 '어떻게 저럴 수 있지'의 대상을 넘어 사회에 존재하는 하나의 정치적인 목소리가 돼버렸다. 앞으로 10년이 지나면 저 목소리가 정치적으로 유의미한 주장이 돼버리거나 집권을 노리는 정치 세력이 될 수도 있다."
거리에서 만난 '우리'의 공통 감각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인 김형남 정치싱크탱크 밸리드(VLAID) 공동대표가 2024년 3월 8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박수림
- <서울 너무 비싸>는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초기처럼 거리에서 무작위로 시민들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보인다.
"맞다. 요즘 거리에서 말을 거는 사람이 많다 보니 (오해를 불식시키고자) 하늘색 정장을 입고 인터뷰를 진행한다. 처음 '서울 너무 비싸지 않나요'라고 물었을 땐 '무엇이요?'라고 되물어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곧장 '너무 비싸죠'라는 답이 돌아왔다. 의도를 갖고 나간 내게도 놀라운 일이었다.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정말 '같이' 생각하고 있는 문제였다. 내가 궁금했던 건 바로 이런 사람들의 감각이었다. 서울이 너무 비싸다는 공통된 문제의식 속에서 각자 언제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묻고 싶었다."
- 거리에서 만난 이들 중에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면.
"한 복학생이었다. 군대에 다녀오니 대학가 월세가 20만 원이나 올랐다고 했다. 그분 영상이 가장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실제 그분이 살던 회기동 대학가를 둘러보니 서울에서 월세가 많이 오른 대표적 동네였다. 근처 재개발이 진행되며 원룸 매물이 줄었고 월세가 급등했다. 평균 월세가 70만 원이었고 대로변에 있거나 여성 전용, 오피스텔은 100만 원도 넘었다. 한 달에 20만 원이 올랐으니 1년으로 치면 240만 원이 오른 셈이다. 대학생들에게 너무도 큰 돈이다."
- 서울의 세입자로 살며 절감한 부분인가.
"나는 서울에서 나고 자라 대학도 서울에서 나왔다. 2017년 친구 집에 얹혀 살게 되며 처음 독립했고, 거기서 잠깐 보증금을 모아 다른 월세집에 갔다가 전세로 옮겼다. 안암동 재건축 구역에 있는 옥상 딸린 구옥 주택이었다. 전세집 옆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50년 된 산꼭대기 아파트가 있었다. 처음 전세집을 들어갈 때 전세 대신 돈을 조금 더 얹어 그 아파트를 사는게 낫지 않겠냐는 권유를 받았었다. 고민 끝에 전세집을 선택하고 목돈으론 학자금 대출을 갚았다. 그런데 2019년 집값 대상승의 시기에 그 아파트 가격이 3배 가까이 뛴 것이 아닌가. 출근할 때마다 그 아파트를 보면서 괜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탓할 곳 없는 박탈감, 이것이 우리 세대 사회인들이 공유하고 있는 감정 아닐까."
- 월세 문제와 관련해 사람들을 만나며 무엇을 느꼈나.
"막연히 '서울은 대도시니까 비싸다'는 차원이 아니라는 걸 체감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면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이 있다. '모두가 서울로 올 수밖에 없으니 비쌀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서울이 아닌 데에선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고, 돈도 이만큼 벌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서울에 살게 되어 만족하나'라고 물으면 '살지 않을 수만 있다면 그러고 싶다'고 말하는 분들도 많았다. 열심히 벌어도 남는 건 별로 없는 것 같고, 아침마다 출퇴근할 때면 남아 있는 인류애가 바닥나지 않나. 떠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자리잡고 살기도 어려운 사람들, 서울 어딘가에 불안하게 매달려 사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점을 느꼈다."

▲김형남 정치싱크탱크 밸리드(VALID) 공동대표(군인권센터 사무국장, 오른쪽)이 지난해 4월 윤석열 탄핵 직후 광화문광장 집회에서 사회를 보고 있는 모습. 왼쪽은 박민주 한국진보연대 정책국장. ⓒ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
- 군인권센터의 활동과 사뭇 다른 일로 보인다. 어려움은 없나.
"사실 내게는 그렇게 다른 일로 느껴지진 않는다. 군대라는 공간을 바꾼다고 말할 때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 법·제도가 어떻게 사람의 행동과 마음을 바꾸는지에 핵심이 있다고 생각한다. '군인들이 군대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지? 왜 이런 행동을 하지? 뭐가 문제여서 이런 현상이 발생하지?' 계속 읽어나가는 과정이 있었다. 군인권센터에선 군인과의 전화 상담을 통해 그걸 확인했다면 <서울 너무 비싸>는 밖으로 나가 사람을 만난다고 보면 된다."
- 이 과정에서 무엇을 느끼고 있나.
"'서울 너무 비싸'와 '서울 너무 불안해'란 말이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 느낌을 확인하는 과정이 내게는 매우 중요하다. 법·제도·정책을 바꿀 때, 그것이 가장 밑바닥에서 선행돼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화나 있다는 것을 넘어선 무언가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그 감각의 가장 원초적 표현이 '서울 너무 비싸'라고 봤다. 이는 내가 독립했을 때 느낀 감정이기도 하다. 언젠가 내게 익숙하고 필요한 이 공간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는 박탈감과 불안감이 보통 서민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감각이다.
내가 손 쓸 수 없는 무언가에 의해 이미 내 삶이 규명되고 내 노력이 무의미해진다면, 사람은 곧 체념하게 된다. 불안의 다음 단계는 체념이고, 그 다음 단계가 분노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화낼 타깃을 찾게 되는데 그 대상은 여성, 소수자, 이민자가 될 수 있다. '내가 이렇게 된 건 다 중국인 때문이고 그들과 결탁한 정치 세력이 부정선거를 자행했으니 그걸 막기 위해 계엄을 해야 한다'는, 이런 언어가 쉽게 전염되는 토양이 갖춰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불안이 체념과 분노로 전환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지방선거에 던지려는 화두 '비싼 서울'

▲김형남 정치싱크탱크 밸리드(VALID) 공동대표(군인권센터 사무국장)가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밸리드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한 뒤 액자에 담아 둔 <뉴욕타임즈> 옆에 서 있다. "민주주의 위해 싸우는 청년들(The young people fighting for democray)"이란 제목의 기사에 양소희 밸리드 공동대표의 사진과 발언이 담겨 있다. ⓒ 소중한
- 서울의 집값이나 생활 물가가 비싸다는 말 외에 <서울 너무 비싸>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해볼 수 있을까.
"거리 인터뷰에 응하는 분들도 끝나면 이걸 왜 하는지 묻는다. 올해 6월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언론, 정치권의 초미의 관심사는 서울시장 선거다. 그런데 '누가 서울시장이 될 것인가'가 정말 사회적 관심사일까. 지방선거는 보통 총선·대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다. 직전 2022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선거 투표율은 53.2%였다. 서울시민 절반이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수치일까? 그렇지 않다. 직전 총선(2020년) 서울 투표율은 68.1%, 직후 총선(2024년)은 69.3%였다. 대선(2025년) 때는 80.1%였다."
- 그 이유를 어떻게 짚었나.
"지방선거 투표가 삶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투표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2030세대 투표율은 30%대다. 10명 중 7명 정도가 투표장에 가지 않는다. 내부순환로나 경부선을 지하에 두겠다는 공약이 도시 발전을 위한 쟁점일 수 있지만, 복학했더니 월세가 20만 원 오른 청년에게는 자신의 삶과 관련이 없는 이야기다.
지방선거 투표율이 가장 높은 곳은 강남 3구다. 이들에게 지방선거는 내 문제를 이야기하는, 이해관계가 아주 뚜렷한 선거다. (이들에겐) 신속한 재개발·재건축이 중요한 문제이지만, 그것이 모두의 삶과 연관된 문제는 아니다. 내 문제가 호명되지 않는 선거에서 유권자가 투표장으로 향하겠나. 이 문제를 선거판 전면에 드러내기 위한 캠페인으로 <서울 너무 비싸>를 보여드리고자 한다."
- 정치인으로서는 서울 집값이 최우선인 유권자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서울 집값이 중요한 시민들에겐 '노력해서 산 집의 가치가 더 상승함으로써 나의 노력이 사회적으로도 더 인정받았으면 좋겠다'는 공통의 감각이 존재한다. 이 감각이 한국과 서울의 성장기를 살아온 분들이 갖고 있는 느낌이다. 그런데 이렇게 정해진 시기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집을 사고, 그 집값이 올라 자산을 쌓을 수 있었던 세대의 다음 줄엔 집값이 오르는 걸 보며 불안만 쌓아가는 세대가 있다. 같은 땅 위에 서있는데 사는 세상이 너무 다르다. 흔히들 세대 갈등을 이야기하지만, 이들의 간극과 갈등을 과연 우리 정치가 잘 들여다보고 있을까. 시민의 절반만 투표장에 나오는 현상이 결국 이 문제에 대한 우리 정치의 성적표다."
- 정책을 말하는 일은 선거에서 곧잘 인기가 없다고 인식된다.
"시민들이 인터뷰 말미에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다. '서울로 몰리는 게 제일 문제다. 몰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 문제다.' 그만 몰려야 하는데 계속 몰리는 이 상황. 서울이 비싸진다는 건 결국 나라가 전체적으로 망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더 비싸지면 더 빠르게 망가질 것이다. 이건 단순한 정책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선거라는 중요한 분기점에 서울이 너무 비싸다는 이야기가 회자돼야 한다."
- 김 대표에게 서울은 어떤 도시인가.
"서울은 살기 위한 자격을 요구하는 도시가 돼가고 있다. 내가 여기서 일한다고 여기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서울에서 일하는 이들의 다수는 먼 곳에서 매일 한 시간 이상 통근하며 시간을 낭비한다. 비정상적인데 우리는 그러려니 하고 산다. '서울은 대도시니까. 인구 1000만의 도시니까. 뉴욕도 그렇게 산다는데.' 그런데 원래 그런 게 어딨나. 어떻게든 서울에서 버티다가 밀려나는 사람이 일년에 백만명이 넘는다. 빈자리는 다시 서울로 몰려든 새로운 사람들이 채운다. 사람이 도시를 쓰는 게 아니라 도시가 사람을 쓰고 버린다.
거리에서 만난 분들로부터 '돈 벌어서 월세 내고, 장사해서 임대료 내고 나면 저축은 언제하냐'는 말씀을 많이 들었다. 실제 그 돈을 집이 있는 사람이 가져간다. 집주인이 악해서라기 보다 사회 구조로 인한 현상이다. 일할 수록 가난해진다는 느낌이 빠르게 전염되고 있다. 무주택에서 탈출하지 않으면 계속 더 가난해질 것 같다는 불안이 도시를 잠식한 이상 이 탈출 러시는 쉽게 끝나기 어렵다. (집이 없는 상태에서) 탈출하지 않으면 가난한 삶을 살게 된다는 불안이 있는 도시, 내가 느끼는 서울이다."
"어쩔 수 없는 일 아니야"

▲김형남 정치싱크탱크 밸리드(VALID) 공동대표(군인권센터 사무국장)가 5일 서울 마포구 밸리드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소중한
- 밸리드의 공동대표로 있다. 어떤 단체인가.
"2023년에 만들었다. 물리적인 공간을 갖고 활동한 지는 반 년 정도 됐다. 우리 세대가 느끼는 감각을 정치적인 언어로 바꾸는 활동의 필요성을 느꼈다. 우리 세대가 살아갈 세상을 위해 해결돼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그 다음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전면에 걸고 활동하는 조직이다. 각자 자기 영역에서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온 사람들이 알음알음 모여 지금은 40여 명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
- 사회의 진보를 믿고 있나.
"나는 사회가 진보한다고 믿는다. 지금 이 순간이 최선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모든 이가 사회의 진보를 믿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지난 윤석열 탄핵 광장의 건너편에서 마주했던 두려움의 본체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대신 '여기서 더 나아지지 않을 것이고 노력해봐야 소용 없다'는 불안함이 스멀스멀 퍼져갈 뿐이다. 내일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진보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 세상에는 미래가 없다."
- 그런 점에서 <서울 너무 비싸>와 군인권센터의 활동이 연결되겠다.
"군대는 '어쩔 수 없어', '변하지 않을 거야'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곳이다. 그래서 부당한 일을 겪으면 말이라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려고 병사들에게 휴대폰을 쥐어줘야겠다고 생각했고, '군인권센터가 도와줄 테니 시범부대 하나만 만들어보자'고 국방부 공무원과 군인들을 설득했다. 그렇게 가장 바뀌지 않을 것 같았던 군대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서울 너무 비싸> 역시 마찬가지다.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세상이 나눠지고 병들고 있는데 '어쩔 수 없는 거 아닌가', '서울은 큰 도시이니 어쩔 수 없지 않나'라는 말만 할 것인가. 그 앞에서 '아니야, 그거 어쩔 수 없는 것 아니야'라고 설득하고 바꿔가는 일, 그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

▲김형남 정치싱크탱크 밸리드(VALID) 공동대표(군인권센터 사무국장)가 5일 서울 마포구 밸리드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소중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