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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아래 한노보연)는 오래전부터 교대제 야간노동의 문제점을 제기했고, 2년 전부터는 야간전담 노동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와 어떻게 보호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이어 왔다. 밤에 잠을 자고 낮에 일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편리함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이 야간노동을 늘려 왔고, 누군가의 편리한 아침을 위해 다른 누군가의 밤이 '쉼'이 아닌 '노동'으로 채워지는 것을 경고했다. 과거에도 야간노동이 있었지만 필수적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교대제 방식의 야간노동이 지금처럼 쟁점이 된 적은 없었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야간에만 일하는 고정야간이나 지나치게 긴 야간 노동시간은 최근의 현상이며 이는 새로운 유형의 노동과 관련되어 있다. 고정 야간노동과 장시간 야간노동의 대표적인 일터는 쿠팡 등 새벽배송을 위한 물류센터들이다. 전국적으로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수는 수십만 명에 이르고 있으며, 밤새 모아지고 분류된 상품을 야간에 배송하는 노동자의 수 또한 수만 명에 이르고 있다.

물류센터 노동자의 종사상 지위는 대부분이 일용직이나 가짜 3.3% 프리랜서들이고 배송노동자의 대부분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이다. 일용직, 3.3% 가짜 프리랜서, 그리고 특수고용 노동자의 공통점은 장시간 노동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프리랜서와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노동시간의 상한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매년 수십 명이 일하다 사망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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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공통점은 일하는 시간 동안 노동강도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노동강도는 노사 간 협의가 필요한 영역이지만 물류센터 일용직 노동자의 대부분이 노동조합에 가입되어 있지 않고, 배송 노동자들도 노조 조직률이 낮은 편이다. 이러다 보니 사용자들은 가장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야간노동을 설계하고 있다.

우리나라 야간노동에 대한 법적 규율은 가산수당 추가 지급 조항이 거의 유일하다. 우리나라는 밤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를 야간노동으로 정의하는데, 이때 일할 경우 통상임금에 50%의 가산수당을 지급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 외 18세미만의 청소년이나 임산부의 야간노동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으나 본인 동의 절차 등을 통해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야간노동자가 직접 고용된 임금노동자라면 산업안전보건법상 특수건강검진 대상이 된다. 그러나 야간노동자는 임금노동자가 아닌 경우가 많아 특수검강검진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야간노동을 대하는 다른 자세

주요 선진국들은 야간노동에 대해 우리나라보다는 다양한 규제를 가지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노동법(제2장1조)에 야간노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만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혀 무분별한 남용을 경계하고 있다. 야간노동에 대한 가산수당도 50% 추가 지급이 아닌 100% 추가 지급, 즉 두 배를 지불하도록 되어 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도 야간노동에 대해 가산수당 100%를 추가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는데 같은 맥락의 규율이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는 야간노동의 경우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정도 가지고 있다. 이는 장시간 야간노동을 예방하기 위함인데, 우리나라는 8시간 야간노동에 2시간을 더해 10시간까지 장시간 야간노동을 수행하는 경우가 흔해 대조적이다. 밤이 긴 나라인 핀란드도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야간노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며 예외적으로만 허용한다.

독일의 경우 근로시간법(Arbeitszeitgesetz)에 야간노동과 교대제 노동을 다루고 있다. 독일도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야간노동을 8시간 넘게 활용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 장시간 노동을 예방하기 위함이다. 다만, 탄력근로제처럼 4주간 8시간을 초과하지 않는다면 1일 최대 10시간까지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독일이나 프랑스, 그리고 다른 유럽연합 국가들의 공통된 지침은 야간노동자의 주간노동으로의 전환 권리를 보장한다는 점이다. 어린 자녀가 있거나 돌봐야 할 가족이 있을 경우, 혹은 야간노동으로 인해 건강상 문제가 발생한 경우 주간노동으로 전환을 요구할 수 있고 회사는 이를 반영하여 주간노동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때 회사가 야간노동을 못한다는 이유로 해고 등 불이익을 줄 경우 부당노동행위가 된다. 이 같은 조치는 야간노동을 노동자의 의무로 받아들이는 것을 경계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야간노동자의 주간노동으로의 이동 권리는 우리나라에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는 야간전담 노동자 다수가 근로계약을 체결한 임금노동자가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편, 주요 선진국들이 야간에 일하는 노동 자체를 줄이기 위한 사회적 노력을 하고 있는 것도 우리와 다른 점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야간영업시간에 대한 규제이다. 예를 들어 독일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영업시간이 저녁 8시까지로 되어 있고 일요일은 의무적으로 문을 닫아야 한다. 이탈리아와 영국도 7시나 8시까지로 영업시간이 제한되어 있다. 덴마크는 월요일부터 토요일 영업시간을 오후 5시까지로 제한해, 독일, 영국, 이탈리아보다 짧다. 네덜란드는 저녁 10시까지 영업을 할 수 있지만 일요일에는 문을 닫아야 한다.

이들 나라의 시민들은 언제든 필요한 시간에 물건을 살 수 없어 불편하지만, 그 불편을 기꺼이 감수한다. 야간 영업시간을 규제하지 않으면 많은 사람들이 야간에 활동하게 되고, 그만큼 집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쉴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야간노동을 줄이기 위한 대책

 2025.11.23. '과로사 없는택배만들기 시민대행진'에서 나왔던 선전물
2025.11.23. '과로사 없는택배만들기 시민대행진'에서 나왔던 선전물 ⓒ 서비스연맹

야간노동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건강도 내 건강과 똑같이 소중함을 인정하는 사회적 공감을 만들어야 한다. 심야 야간노동에 대해 '야간노동을 원하는 노동자가 하는 일'로 받아들이거나 '주간 노동에 비해 50%의 임금을 추가해 주는 일'로 야간노동을 정당화한다면 야간노동은 줄이기 어렵다.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므로 누군가는 야간노동을 해서라도 더 많은 임금이 필요한데 이것을 진짜 원해서 하는 노동으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심야 야간노동, 그중에서도 야간에만 일하는 노동을 한꺼번에 줄이기는 어렵다.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많은 탓도 있지만 편리함과 즐거움에 젖은 생활을 일순간에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야간노동을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장기적인 과제로 두더라도, 당장은 야간노동으로부터 최소한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조치들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

첫째, 야간노동 시간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 야간노동을 하더라도 8시간을 초과해서는 안 되도록 명시하고 휴식시간도 주간노동과 달리 조정해야 한다. 예컨대, 지금은 4시간마다 30분씩 휴게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되어 있으나, 야간노동은 피로관리를 위해 2시간마다 20분씩 휴게시간을 자주 부여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할 경우 8시간을 일한다고 할 때 주간노동은 한 번, 총 30분 휴식을 할 수 있지만 야간노동은 세 번, 총 60분을 쉴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근무일 사이에 11시간 휴식할 수 있도록 한다.

둘째, 야간노동에 대한 보상을 높여 기업들이 값싸게 야간노동을 활용하려는 관행을 바꾸어야 한다. 지금보다 야간노동 비용이 증가한다면 기업들도 야간노동을 가급적 줄이려는 노력을 할 것이다. 프랑스처럼 야간노동 가산수당을 현행 1.5배에서 2배로 늘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볼 수 있다. 기업 입장을 고려한다면 가산수당 2배 적용은 전체 야간시간대가 아닌 자정부터 4시까지로 조정할 수도 있다. 그렇게 할 경우 심야노동을 최소화하고 자정 전 일을 마치거나 아침 일찍 출근하여 일하는 방식으로 설계가 가능할 수 있다. 가산수당을 인상하는 대신 겸직 금지를 통해 야간노동을 마친 후 또 다른 일을 하지 않도록 제한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셋째, 야간노동에 대한 보호 조치는 고용형태와 무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야간노동에 대한 보호가 근로계약을 체결한 임금노동자에게만 적용되어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타 야간노동 관련 조치들은 노동자대표와의 협의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노동조합이 있으면 노동조합과 협의하면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노동자대표와 협의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현행법상 노동자대표를 노동자의 직접, 비밀, 무기명 투표로 선출하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지 않더라도 노동자대표를 민주적으로 선출하고,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야간노동에 대한 노사 간 협의가 가능한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넷째, 장기적으로 부문별한 야간노동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대형슈퍼마켓의 일요일·공휴일 폐점은 적극 검토해 볼 수 있다. 새벽배송도 생활에 필수적인 항목으로 제한하여 신선식품 등으로 국한할 필요가 있다. 24시간 영업도 제한적인 범위에서만 허용하여 사회 전체적으로 야간노동의 남용을 줄여야 한다.

야간노동은 필수가 아니다

때론 욕망을 내려놓아야 행복해질 때가 있다. 야간노동도 마찬가지이다. 나를 위한 지나친 편리함이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무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만들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노동의 대가를 지불했으니 괜찮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으나, 생명을 앗아가거나 단축할 정도로 노동의 대가를 지불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사람의 목숨보다 소중할 정도의 보수가 존재할지도 깊이 고민해 볼 문제이다. 야간노동은 필수가 아니고 선택이어야 한다. 그것도 쉽게 이용할 수 없는 비싼 선택이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노동안전보건 월간지 <일터> 1월호에도 게재됩니다. 이 글을 쓴 정흥준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시간센터 운영위원입니다.


#비필수야간업무#노동자건강권#영업시간제한#야간노동규제#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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