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 사회에서 그동안 확장되기만 했던 야간노동의 문제가 새벽배송 혹은 초심야시간 배송 금지 등의 논의와 함께 사회적 논쟁이 되고 있다. 그동안 야간노동의 문제를 계속해서 문제 제기한 노동시간센터에서 이번 일터 특집을 통해 이와 관련한 주요 현안, 쟁점, 대안 논의를 기획하게 되었다. 현행 물류 산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야간노동의 현황과 문제점을 진단하고, 야간노동이 왜 문제인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법적 규제 등 대안 논의를 해보고자 한다. 더불어 국내외 야간노동 규제 현황을 고찰하고, 이를 근거로 야간고정노동을 실질적으로 규제할 방안을 제안하면서 논의가 사회적으로 확장되길 기대한다.
24시간 물류산업 시스템의 혁신(?), 야간노동
물류산업은 재화가 생산지에서 소비지로 이동하는 전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산업이다. 운송·보관·하역과 같은 물리적 활동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포장·분류·정보 처리 등 부가 활동까지 포함한다. 도로·철도·해상·항공을 이용한 화물 운송 서비스, 창고·냉장시설·터미널 등 물류시설 운영, 통관대리·화물취급·포장·검수와 같은 서비스가 모두 여기에 속한다.
통계청의 2023년 운수업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물류산업 종사자는 약 85만 1천 명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야간에 일한다. 24시간 물류 시스템은 낮의 배송을 위해 밤에 움직인다. 밤사이 물류창고에서는 포장과 분류가 이루어지고, 분류된 물품은 중간 허브와 최종 배송지로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물류센터 노동자, 간선 화물차 운전자, 그리고 배송노동자가 시차를 두고 하나의 흐름을 완성한다. 이처럼 물류산업은 여러 단계의 노동이 촘촘히 연결된 구조다.
그래서 배송노동자만 떼어 놓고 노동조건이나 노동강도를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물류센터에서의 분류·상차 노동, 장거리 화물 운송 노동, 그리고 마지막 배송 노동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하나의 시스템을 이룬다. 결국, 물류산업의 노동조건은 특정 직종이 아니라 산업 전체의 구조 속에서 이해될 수밖에 없다.
장시간 노동이 만연한 택배산업
한국의 택배산업은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롯데택배, 로젠택배, 쿠팡 CLS 등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화주(화물의 소유주)의 요청에 따라 물품을 소비자에게 전달한다. 이 가운데 쿠팡 CLS는 화주가 모기업이라는 점에서 다른 택배사와 구별된다. 과거에는 화주가 직접 고용한 배송노동자가 배송을 담당하는 때도 있었지만, 현재는 다수의 택배사가 자회사나 영업점 구조를 통해 배송노동자와 계약을 맺는다. 배송노동자의 상당수는 영업점과 계약을 맺은 특수고용 형태로 일한다. 쿠팡 역시 자회사인 쿠팡 CLS가 영업점과 계약을 맺고, 영업점이 다시 배송노동자와 계약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전통적인 택배사들은 주로 주간 배송을 한다. 그러나 주간 배송을 하려면 야간 또는 주간에 간선 화물 운송과 중간 분류 작업이 필요하다. 주간 배송노동자들은 이른 아침부터 일을 시작해, 물량이 많은 날에는 밤늦게까지 배송을 이어간다. 이들은 오랫동안 주 6일 근무, 주당 70~80시간에 이르는 장시간 노동을 해왔다. 2021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주당 60시간 상한이 도입되었지만, 실제 노동시간이 충분히 줄었는지는 여전히 점검이 필요하다.
한국교통연구원의 '2024 생활물류서비스 실태조사'에 따르면 택배 종사자의 일평균 노동시간은 11.7시간(작업 10.5시간, 휴게 1.2시간), 월평균 근무일수는 24.6일이다. 주간 배송자가 다수임을 고려하면, 여전히 주당 60시간을 넘는 노동이 이루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송관철(2025)의 조사에서 쿠팡 주간 배송기사 679명의 주간 평균 노동시간은 11.6시간으로 나타났으며, 주 6일 근무 시 주당 60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이 확인된다.
야간배송 노동의 확대 추세
한국에서 새벽배송을 가장 먼저 도입한 것은 마켓컬리였다. 2015년 5월 시작된 '샛별배송'은 밤 11시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배송하는 방식이다. 쿠팡은 2018년부터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자정 주문, 익일 오전 7시 도착의 새벽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현재는 SSG닷컴, 오아시스마켓 등도 야간·새벽 배송을 운영하고 있다.
쿠팡은 상품 판매부터 배송까지 하나의 기업집단 안에서 한다. 2024년 상반기 기준 택배 물량 시장 점유율은 약 37%로, 국내 1위 사업자다. 쿠팡의 배송은 자회사인 쿠팡 CLS를 통해 이루어지며, 주간배송과 야간배송으로 나뉜다. 최근에는 야간배송 비중이 지속해서 증가해 전체 물량의 60% 이상으로 추정된다. 야간배송 노동자의 하루는 밤 9시 전후에 시작된다. 배송 캠프로 출근해 롤테이너에 실려 온 물량을 소분류하고 차량에 싣는 작업을 약 1시간가량 한 뒤, 밤 10시 무렵 1차 배송을 시작한다.
자정 전후까지 배송을 마치고 다시 캠프로 돌아와 분류와 상차를 반복한 뒤 새벽 1시경 2차 배송에 나선다. 새벽 3시 무렵 다시 캠프로 복귀해 같은 과정을 거쳐 4시 전후 3차 배송을 시작하고, 오전 7시 마감 시간까지 배송을 마무리한다. 이렇게 하루 약 9시간 30분~10시간에 이르는 노동이 이어진다. 근무 형태는 주 5일, 주 6일, 또는 격주로 5일과 6일을 오가는 방식이 혼재돼 있다.
야간배송 노동자는 야간에만 고정적으로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하루 평균 300개 안팎, 많게는 500개에 이르는 물량을 배송한다. 여기에 신선식품 배송에 사용된 프레시백을 수거하고 정리·세척기에 넣는 작업까지 추가된다. 마켓컬리도 야간배송이 이루어지지만, 배송은 2회전 방식으로 운영되고 하루 취급 물량은 대체로 100개 내외로 파악된다. 쿠팡과 마찬가지로 상당수 노동자가 직고용이 아닌 영업점과의 계약을 통해 일하는 특수고용 형태이며, 건당 수수료 구조에서 충분한 소득을 얻기 위해 많은 물량을 처리해야 한다.
목숨을 위협하는 야간배송
백희정(2025)의 연구는 새벽배송 기사를 대상으로 한 건강 설문조사 결과를 제시한다. 주관적 건강상태가 '좋다'고 응답한 비율은 30.3%로, 일반 성인(47.6%)보다 낮았다. 저체중 비율은 6.7%, 비만은 32.9%로 나타났으며, 흡연율은 52.3%로 우리나라 성인 남성 평균(36.1%)을 크게 웃돌았다.
생활습관 지표도 좋지 않았다. 주 1회 이상 음주율은 54.9%였고, 68.7%는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식사는 불규칙해 75%가 하루 2식, 25.6%는 1식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수면시간은 6.1시간이었고, 66.2%가 수면이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다. 수면 방해 요인으로는 빛, 주변 소음, 휴대전화가 지목됐다.
프리젠티즘 분석에서는 '아파도 일한 경험'이 63.6%이고, 6.7%는 아파서 일하지 못한 경험이 있었다. 조사 대상자의 40.6%는 의사의 진단을 받은 질병이 있었으며, 소화기계 질환(44.2%), 관절염(23.3%), 불면증(11.1%)이 많았다. 작업 관련 가장 많이 호소한 건강 문제는 눈의 피로(56.4%)였고, 피부 문제(39.0%)가 뒤를 이었다.
체중 감소를 경험한 비율은 70.3%로, 최대 감소폭은 13kg에 달했다. 업무 관련 사고 경험률은 23.6%였으며, 이 가운데 교통사고가 78.3%로 가장 많았다. 현재 약 1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배송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체계적인 건강영향 조사는 거의 이루어진 적이 없다. 그러나 제한된 설문 결과만으로도 이들의 건강상태가 수면, 정신건강, 심혈관계 질환 측면에서 취약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2025.11.23. 서울 광화문에서 개최된 '과로사없는택배만들기 시민대행진' 모습 ⓒ 서비스연맹
야간노동, 개인이 선택하고 책임질 문제인가?
야간배송 노동자는 한 달 평균 24일가량을 밤에만 일한다. 하루 약 10시간의 야간노동을, 주 6일 전후로 반복한다. 마감 시간을 맞추기 위해 뛰다시피 배송해야 하는 고밀도의 육체노동을 지속한다. 이러한 형태의 야간 고정 노동이 세계적으로 얼마나 존재하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해외에서는 불가피한 야간노동에 대해 엄격한 규제를 두고 있다. 하루 평균 8시간노동 주당 48시간을 초과하지 않게 하며, 연속 야간노동 일수와 한 달 야간근무 횟수에 상한을 둔다. 그러나 한국은 이러한 야간노동 규제가 거의 없다. 배송이 반드시 야간에 이루어져야 하는지도 질문이 필요하다. 해외 여러 나라에서는 야간배송이 없거나 극히 제한적으로만 운영된다. 그럼에도 한국은 하루 8시간을 훌쩍 넘는 야간노동이, 한 달 24일 이상 반복되는 구조가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확산 중이다.
야간배송 노동자들은 고된 야간 고정 노동과 높은 육체적 부담, 건강 악화를 감수하면서도 이 일을 선택한다. 생활임금을 확보할 수 있는 다른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은 이러한 노동시장 현실을 활용해 야간배송을 경쟁력으로 삼고, 이를 새로운 혁신으로 포장한다. 그러나 혁신의 이면에는 누군가의 밤과 건강이 있다. 물류산업의 야간노동을 더는 개인의 선택이나 적응의 문제로만 남겨둘 수 없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노동안전보건 월간지 <일터> 1월호에도 게재됩니다. 이 글을 쓴 김형렬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시간센터 운영위원이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