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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1.07 13:38최종 업데이트 26.01.07 13:38

혐오를 넘어 공감으로, 어린이 희곡 <I AM 코털>

콧속에서 시작된 질문, 교실로 이어지는 연극의 힘

 『I AM 코털』(김정영 글 라나 킴 그림 행복한미래 2025년 12월)
『I AM 코털』(김정영 글 라나 킴 그림 행복한미래 2025년 12월) ⓒ 김정영

2026년 새해를 맞아 <I AM 코털>(김정영 글 라나 킴 그림 행복한미래 2025년 12월) '혐오를 넘어 쑥쑥! 작고 특별한 꼬마 코털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학교에서 교육 활동으로 전개하는 교육연극의 대본인 희곡이다. 책을 펼쳐보면 처음에 나오는 연극의 배경과 등장인물부터 호기심과 상상력을 펼치게 한다. 승오의 콧구멍이라는 신체 내부 공간을 연극의 출발점이 되는 배경으로 삼았다. 의인화된 코털과 사물들은 놀이성과 상징성을 함께 지녔다.

때 : 봄
곳 : 승오의 콧구멍, 교실, 병원, 가게
등장인물 : 롱털이, 촉촉이, 코딱지, 할아버지 코털 등 코털과
미세먼지, 코털 가위, 머리카락, 쌍둥이 꽃가루 등 의인화된 사물
승오, 민서, 의사와 종업원 등 인물

무대 중앙 바닥에는 두 개의 원이 그려져 있다. 이 원들은 도넛 모양으로, 큰 원 안에 작은 원이 포함되어 있다. 도넛 모양의 원은 승오의 콧구멍을 상징한다. 이 책에서 연극의 무대는 최소한의 장치로 공간의 의미를 분명히 드러냈다. 단순한 형식 속에서 상상력을 열어 주는 상징적 무대 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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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원 안에 의자가 놓여 있고, 할아버지 코털이 앉아 있다. 그 옆으로 촉촉이, 코딱지가 서 있다. 롱털이는 토라진 채, 한쪽 구석에서 등을 돌리고 앉아 있다. 무대 서서히 밝아진다. 두 개의 원에서 희곡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윽고 승오의 콧구멍을 상징하는 작은 원 안에서 무대가 서서히 밝아지며 콧속의 작은 세계가 모습을 드러낸다. 콧속의 작은 세계에 감정이 배치되며, 토라진 롱털이의 등진 모습이 갈등의 시작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희곡의 첫 대화는 봄의 설렘과 미세먼지에 대한 걱정을 대비시켜, 콧속 세계에 이미 긴장과 예감을 심는다. 일상적 대화 속에서 갈등의 씨앗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며 이야기에 진입한다.

촉촉이: (신이 난 목소리로) 할아버지, 날씨가 정말 따뜻해졌어요.
할아버지 코털: (깊은 한숨을 쉬며) 그래…. 봄이 왔구나.
코딱지: 할아버지는 안 좋으세요?
촉촉이: 혹시 미세먼지 때문에 그러세요?
할아버지 코털: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봄이 오면, 승오 콧구멍에 더럽고 지저분한 것들이 들어오기 시작하지.

<I AM 코털>은 하찮고 혐오 받기 쉬운 존재인 '코털'을 주인공으로 삼아, 우리가 누구를 쉽게 미워하고 배제해 왔는지를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되묻는 희곡이다. 일상에서 쉽게 지나치던 신체 일부를 무대 위로 불러올린 이 작품은, 혐오와 배제의 감정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반복되는지를 아이들의 언어로 풀어냈다.

<I AM 코털>은 혐오받는 존재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배제와 차별 속에서 잊히기 쉬운 공감과 이해의 가치를 되묻는 작품이다. 사소한 차이가 혐오로 이어지는 사회에서, 이 이야기는 혐오를 이해하는 첫걸음을 조용히 제시했다.

콧속을 벗어난 코털 롱털이는 사랑받고 싶은 욕망과 거절당했을 때의 상처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롱털이는 머리카락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품지만, 그 선택은 곧 "더럽다"는 말로 되돌아온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미움받는 존재'의 자리에 서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왜 그러면 안 되는가'를 직접 가르치지 않는다. 대신 공감의 경험을 통해 질문을 남긴다.

어린이에게 연극은 놀이이기도 하다

어린이 교육연극 현장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김정영 작가는 "어린이 이야기라면 어린이에게 재미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작품 전반에 녹여냈다. <I AM 코털>은 교훈을 앞세우지 않고, 상상력 넘치는 캐릭터와 놀이 같은 전개 속에서 감정과 생각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만든 희곡이다.

단출한 무대와 유연한 동선은 교실이라는 현실적인 공간에서도 연극이 하나의 놀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연극이 가르치는 도구가 아니라 느끼고 질문하게 만드는 교육 활동임을 분명히 드러냈다.

어린이들은 놀이를 통해 생각과 감정을 표현한다. 연극 역시 가르치기 위한 무대가 아니라, 어린이들이 주인공이 되어 또래의 언어와 표현으로 웃으며 풀어내는 놀이가 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희곡을 썼으며, 작품에는 어린이 특유의 호흡과 웃음이 자연스럽게 담겨 있다. 이 희곡들은 대본 없는 놀이처럼 어린이들이 즉흥적으로 연극을 풀어내도록 돕는 매개가 된다. 이 책은 어린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며 표현하는 자발적인 성장의 놀이마당을 연극으로 이어 주는 희곡이다.

무대 위에서 시작되는 질문, 보이지 않는 노동을 떠올리게 하는 희곡

김정영 작가는 학교 현장에서 어린이 연극으로 교육 활동을 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학교 미화원의 활동은 학생들이 매일 마주하며 가장 가까이에서 접하는 사회의 노동 현장이다. 학교 미화원들이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 일하고 있으며,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는 사례들이 적지 않은 편이다.

작가는 학교 환경미화원의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이 교육적인 희곡을 창작하였다. 김정영 작가가 전북 남원 지역의 학교 미화원들을 인터뷰해 근무 환경과 실태를 조사했다.

남원 지역 초등학교의 한 학교 미화원에 의하면, 학교 미화원은 하루 5시간 청소 업무를 맡으며, 학교당 1명만 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30학급 이상 학교에만 2명이 배치된다고 한다. 55세 이상만 채용되는 고령층 일자리로, 정년은 65세다.

청소 업무는 체력 소모가 큰 노동이지만, 휴식 공간은 창고처럼 열악한 경우도 있다. 낮에 비어 있는 경비실을 휴게 공간으로 대신 쓰는 사례도 있었다. 최근에는 노동조합의 요구로 일부 학교에 휴게 공간이 개선되고 있다.

근무는 아침 화장실 청소로 시작해 복도와 계단, 쓰레기 수거와 분리 작업으로 이어진다. 점심 이후에도 같은 작업이 반복된다. 근무 시간은 짧지만 노동 강도는 높은 편이다.

근무시간 확대 요구가 이어지고 있으나, 교육청은 미화원 비용을 인건비가 아닌 청소 처리 비용으로 분류해 개선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휴가 사용도 어렵다. 대체 인력이 거의 없어 휴가를 다녀오면 며칠간 쌓인 쓰레기와 밀린 청소를 감당해야 한다.

열악한 근로 환경보다 더 힘든 것은 사회적 혐오와 차별이다. 학교 공동체 안에서 학교 미화원은 동등한 노동자가 아닌 '보이지 않는 하위 존재'로 취급되기 쉽고, 때로는 공개적인 무시와 낙인을 경험하기도 한다.

김정영 작가는 학교 미화원의 근무 환경과 현실을 바탕으로 이 교육극을 창작했다. 작가는 학교 미화원의 활동과 존재를 우리 몸의 소중한 부분을 감당하고 있으나 더럽고 부끄러운 존재로 여겨지는 코털로 은유하여 이 작품을 썼다.

이 작품에서 코털 롱털이는 단순한 신체의 일부를 넘어,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노동을 상징하는 존재로 읽힌다. 더럽고 하찮게 여겨지지만, 가장 앞선 자리에서 모두를 지켜온 존재들이다.

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이 희곡을 대본으로 연극 활동을 하며, 자연스럽게 학교 미화원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를 희망한다.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많은 청소 노동자, 돌봄 노동자, 서비스 노동자 등 이름 없이 사회를 떠받치는 노동자들에 대한 시선 또한 달라지기를 이 작품은 조용히 기대하고 있다.

김정영 작가가 수업했던 초등학교의 한 학생이 쓴 시가 있다. 이 글은 작가가 시도하는 교육연극의 효과를 드러내는 한 사례로 보여진다.

엄마가 새벽에 일 나가면
할머니가 우리 집을 청소한다.
내가 학교에 오면
할머니도 우리 학교에 와서 청소한다.

길고 낮은 복도 끝에서 낡은 걸레
한 장 안고 조용히 바닥을 닦는다.

누가 봐주지 않아도
먼지 하나 털어 내며
"괜찮아" 혼잣말한다.

아이들 웃음 따라
작은 발자국 지나갈 때
살짝 미소 짓고
다시 고개를 숙인다.

나는 천사를 보고 싶다면
하늘이 아니라
고개를 조금 숙여
아픈 허리로 청소하는
우리 할머니를 바라본다.

이 시에 담겨 있는 '천사는 낮고 후미진 곳에 있다'라는 선언은 <I AM 코털>의 주제와 연결된다. <I AM 코털>은 어린이에게는 공감의 씨앗을, 어른에게는 오래된 편견을 돌아보게 한다. 이 책은 연극이 왜 유효한 교육의 현장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희곡이다.

#IAM코털#김정영#어린이희곡#교육연극#환경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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