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우 경북도지사 ⓒ 경북도청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기부대양여' 방식으로 이전하는 대구경북(TK) 신공항 사업을 두고 "정부만 바라보지 말고 대구·경북이 힘을 모아 먼저 착공하자"고 촉구했지만 대구 지역 정치권은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해 12월 29일 경북도청에서 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대구시와 경상북도가 각각 1조 원씩 총 2조 원 규모의 공동 금융 차입에 나서자"라며 "연이율 3.5% 조건으로 지방채 발행 등 공동 금융 차입을 제공해 사업자가 신공항 공사를 신속히 시작할 수 있도록 하자"라고 제안했다.
지난 3일에도 자신의 SNS에 "TK 신공항 우물쭈물하지 말고 우리 힘으로 먼저 시작해야 한다"라며 "이미 현물로 땅을 확보했고 사업의 칼자루는 대구시가 쥐고 있다. 그런데 왜 아직도 정부만 바라보고 있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군공항 이전 총사업비는 약 11조 5000억 원(이고) 그중 올해 2795억 원, 내년 6999억 원 투자 계획"이라며 "정부 지원이 안 됐다고 주춤할 일이 아니다. 대구·경북이 고작 2795억 원을 마련하지 못해 아예 시작도 못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구와 경북이 각각 1조 원씩 마련하면 된다. 내년까지 필요한 돈은 1조 원이고 2028년 착공까지 2조 원이면 충분하다"라며 "일단 시작해 놓고 그다음 정부와 협의하면 된다. 법을 고치고 광주처럼 국비 지원을 함께 끌어오면 된다"라고 덧붙였다.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이 5일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 조정훈
하지만 대구시와 지역 정치권은 이 지사의 제안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선 착공 방식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와 국방부, 미군 협상까지 포함해 주도해야 할 국가사업"이라며 이 지사의 제안에 "매우 신중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특히 2조 원을 연 3.5%로 차입할 경우 이자만 700억 원이 들고 사업이 지연되면 10년간 7000억 원의 이자가 발생할 수 있다며 신중론을 폈다. 그는 "이자가 7000억 원이면 대구에 있는 청년 스타트업 7000개에 1억 원씩 줄 수 있는 자금"이라며 "더 성장하는 스타트업 700개에 10억 원씩 줄 수 있는 자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재정 지원을 확약받고 국방부와 미군이 서로 협의해 합리적인 이전 계획을 먼저 확정해야 한다"라며 "재원 조달 방식에 대해서도 먼저 정부로부터 확정을 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자칫 잘못하면 대구·경북의 재정 상태를 볼 때 나중에는 시·도민의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 조정훈
지난해 12월 29일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도 "여러 가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양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며 "최종적으로 방향을 정한 뒤에 실현되도록 뛰어야지 정치인 한두 사람, 시도지사 한두 사람이 뛰어서 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역시 대구시장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국회 부의장)도 "TK 신공항이라 부를 게 아니라 전투비행단 이전으로 불러야 한다"라며 "TK 신공항으로 명명한 것 자체가 중앙정부와의 관계에서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 의원은 "정부가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TK통합 신공항 특별법을 바꾸고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을 쓸 수 있도록 다시 바꾸었지만 특수목적법인(SPC) 구성에 실패했다"라며 "공자기금이 들어와도 쉽지 않기 때문에 정부 예산이 지원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대구시 역시 공개적으로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 지사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은 "이 지사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라면서도 "현실적인 검토와 지역 사회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TK 신공항 사업이 '기부대양여'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는 만큼 이 지사의 제안대로 진행하려면 관련 법 개정과 기존 합의각서 재작성 등 복잡한 행정 절차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방이 먼저 시작할 경우 정부 재정 지원을 받는 데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다"라며 "정부 재정 지원 방안이 먼저 마련되고 그 이후에 지방 분담 구조를 논의하는 것이 순서"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선 정부 확약, 후 지방 분담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결국 이 지사의 제안에도 '누가 먼저, 어떤 책임을 지고 시작할 것인가'를 둘러싼 간극은 여전히 좁혀지지 않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