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천환경운동연합과 5개 마을 주민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사천시의 대진일반산업단지 조성기간 3개월 연장 결정을 규탄하고, 사업시행자 지정 취소를 촉구했다. ⓒ 뉴스사천
[뉴스사천=강무성 기자]
"산단 조성한다더니 돌만 깨먹고, 주민들은 소음과 진동, 분진에 10년 넘게 말도 못 하는 고통에 시달려 왔습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이 자리에 섰습니다."
6일 오전 사천시청 브리핑룸. 곤양면 한널(한월)마을 이장 정갑용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그의 뒤에는 인근 5개 마을(한널·석문·제민·송정·고동포) 주민들이 '대진산단 기간연장 철회하라'는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사천환경운동연합과 5개 마을 주민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사천시의 대진일반산업단지 조성기간 3개월 연장 결정을 규탄하고, 사업시행자 지정 취소를 촉구했다.

▲사천시가 2015년 승인 이후 10년째 표류 중인 사천시 대진일반산업단지.(사진=뉴스사천 자료사진) ⓒ 뉴스사천
"산단 아니라 채석장... 발파와 토석 반출만"
대진산단은 2015년 7월 곤양면 대진리 일원 25만㎡ 부지에 조건부 승인된 일반산업단지다. 10년 6개월이 지났지만 산업시설은커녕 발파와 토석 채취, 수송만 이뤄지고 있다. 전체 토석 채취량 219만㎥ 가운데 79.4%인 174만㎥가 반출됐다.
사천환경운동연합 최진정 상임의장은 "대진산단은 산단이 아니라 채석장"이라며 "산업시설, 지원시설, 공공시설이 들어와야 할 곳에 돌덩이만 캐내 팔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천시는 지난해 7월과 11월 두 차례 사업시행자 취소 청문 절차를 진행했지만, 업체 측의 조건 이행 약속으로 유예했다. 시가 내건 조건은 공정률 53% 달성, 240억 원 자금 대출 실행, 민원 해결 등이었다. 그러나 12월 31일까지 이행 조건 서류는 제출되지 않았다.
최진정 의장은 "그렇다면 사천시는 애초 약속대로 사업시행자 지정 취소 결정을 내렸어야 했다"며 "그것이 원칙 행정이자 신뢰 행정의 기본 아니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정갑용 한널마을 이장이 산단 공사로 인한 피해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 뉴스사천
"5초에 덤프트럭 한 대... 사람이 살 수가 없다"
주민들의 증언은 처절했다. 곤양면 대진리 주민 송아무개씨는 "12월에 차가 많이 다닐 때 세어보니 5초에 한 대씩 덤프트럭이 지나갔다"며 "새벽 6시부터 차가 오는데, 무서워서 농지에도 못 들어간다. 연장하면 동네 사람들 전부 길바닥에 드러눕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널마을의 한 주민은 "환경영향평가 협의서에는 장비 동시 투입을 자제하라고 돼 있는데, 한꺼번에 70여 대의 공사 트럭이 오간다"며 "분진과 소음, 도로 파손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축산농가의 피해도 심각하다. 한널마을 인근에서 가축을 키우는 주민은 "발파 지점과 축사 거리가 불과 수백 미터"라며 "강한 소음과 진동으로 가축 유산, 폐사, 사료 섭취 장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발파로 하루 종일 불안에 시달리고, 정상적인 생활조차 어렵다"며 "오랜 시간 축산업에 종사해온 농가들조차 이 상태가 계속되면 축산을 포기해야 할 수 있다는 절박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제민마을에 사는 주민은 "40년 만에 고향에 돌아왔는데 덤프트럭 진동으로 축사에 금이 가 무너질 지경"이라며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게 보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진정 사천환경운동연합 의장이 대진산단 사업기간 연장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 뉴스사천
"광포만 오염 우려... 선거 앞두고 눈치보기 연장인가"
대진산단 바로 옆에는 2023년 10월 국내 16번째 연안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광포만이 있다. 주민들은 공사 현장에서 흘러나온 골재와 흙탕물이 광포만으로 유입돼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진정 의장은 "쌓아둔 골재와 흙탕물이 해수면을 메우고 광포만으로 흘러들어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는데, 이를 감시해야 할 사천시는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민들은 사천시의 기간연장 결정 배경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주민들은 "사업시행자들에게 최대한 돌덩이를 캐내 팔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려 한 것인지, 아니면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 계산에서 나온 눈치보기 결정인지 사천시장은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진은 대진산단 조성공사 현장. ⓒ 뉴스사천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대진산단 기간연장 결정 즉각 철회 ▲거짓 행정·불신 행정에 대한 시민 사과 ▲사업시행자의 산지 원상복구 및 주민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사천시는 "이번 연장은 자금 확보 전까지 토석 채취·반출 등 모든 현장 작업을 금지하는 조건부 연장"이라며 "3개월 내 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행정처분을 즉시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