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12월 18일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전·충남 지역 여당 국회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지방선거 이전까지 행정통합을 완료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지난 12월 18일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전·충남 지역 여당 국회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지방선거 이전까지 행정통합을 완료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 대통령실

대전-충남 통합이 급속도로 추진되고 있다. 올해 2월에 통합을 위한 특별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6월 지방선거 때 통합 지방자치단체장을 선출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7월 1일부터 통합된 광역지방자치단체를 출범시키겠다는 구상인 듯하다.

대전-충남 통합을 추진하는 명분은 수도권 일극집중 완화이다. '대전-충남을 통합하여 덩치를 키움으로써 수도권에 맞먹는 지역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장 의문이 든다. 통합을 한다고 해서 갑자기 경쟁력이 생긴다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그리고 균형발전을 위해 가장 우선순위를 둬야 하는 것이 '행정통합'이라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정말 균형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경기도 용인에 추진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단지와 같은 시설의 입지부터 전면 재검토하는 것이 우선이다(관련기사 : 초고압송전탑으로 뒤덮일 비수도권...나라 두 쪽 내는 '남방한계선' 억지 https://omn.kr/2gl4x). 행정통합을 한다고 해서 일자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균형발전을 생각한다면, 기업을 분산시키고 인구를 분산시키는 정책을 펴는 것이 우선이다.

AD
그렇다면 통합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전기도 없는 수도권에는 더 이상 전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반도체 공장 같은 시설이 들어서지 못하게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비수도권 지역의 의료, 교육, 돌봄 등을 개선함으로써 비수도권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다.

이런 일들을 하지 않고 갑자기 '행정통합'을 내세우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오히려 국내외의 경험을 보면, 지방자치단체가 광역화되는 것은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농·어촌과 주변 지역을 더욱 소외시킬 가능성이 높다. 효율성이 증가하기는커녕 비효율과 혼란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2010년 마산, 창원, 진해를 통합시켰지만, 108만명이던 인구는 2024년말 100만명 이하로 떨어졌다. 이는 통합이 비수도권 지역문제 해결의 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지적해도, 무리하게 강행하려는 분위기이다. 그래서 아래에서는 외국의 사례도 살펴보고, 국민의힘이 발의해 놓았다고 하는 대전-충남 통합 특별법안의 문제점도 짚어보려고 한다. 그리고 절차적 문제도 살펴보려고 한다.

광역지자체간 통합이 문제해결책이 될 수 없어

광역지방자치단체간의 통합은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5극 3특' 구상과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5극 3특' 자체의 타당성을 떠나서, 굳이 광역지방자치단체간에 통합을 하지 않아도 '5극 3특'은 추진할 수 있다. 이미 충청권의 경우 충청광역연합이라는 특별자치자치단체까지 출범한 상황이다. 2024년 12월 출범한 충청광역연합은 충남-대전-세종-충북의 4개 광역지방자치단체간의 연합이다. 그런데 충청광역연합은 거의 출범하자마자 표류하게 되었다. 갑자기 4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중에서 2개만 떼내어서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하기 때문이다.

 충청광역연합 홈페이지 캡처 화면
충청광역연합 홈페이지 캡처 화면 ⓒ 충청광역연합

지방자치 선진국에서도 광역지방자치단체간 통합의 예는 찾기 어렵다. 프랑스가 2015년 22개 레지옹(초광역 지자체)를 13개 레지옹으로 조정한 예를 드는 경우가 있으나, 프랑스의 지방자치제도는 우리와 많이 다르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읍·면 정도에 해당하는 코뮌이 기초지방자치단체로 되어 있다. 프랑스에는 무려 3만 6천개에 달하는 코뮌이 존재한다. 프랑스는 이처럼 풀뿌리 자치가 탄탄한 상태에서 변화를 시도했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1961년 5.16. 군사쿠데타 이후에 읍·면의 자치권을 박탈한 상황이다. 그러니 프랑스와 우리나라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 내에서도 레지옹 통합에 대한 평가는 좋지 않다. < EU연구 >에 2025년 부경대학교 오창룡 교수가 게재한 논문인 '프랑스 초광역 행정개혁의 역설 : 레지옹 통합의 제도적 한계와 시사점'에 따르면, 레지옹 통합으로 인해 상당한 추가비용이 발생한 반면 효율성은 좋아지지 않았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규모가 커지면서 오히려 행정서비스에 대한 접근비용이 증가했고, 의사결정의 속도도 저하되었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통합을 통해 달성하고자 했던 경쟁력 강화와 고용창출 효과도 실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구나 프랑스 이외의 국가에서는 이런 식의 통합을 추진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일본도 기초지방자치단체간 통합 사례는 많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간 통합 사례는 없다.

물론 지방자치단체간에 협력이 필요할 수는 있다. 그러나 협력이 필요하다고 해서 '통합'을 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협력이 필요하면 '연합'을 통해 협력하면 될 일이다.

겨우 511억 원 추가 지원받자고 통합?

지금 국회에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주도해서 발의된 '대전충남특별시 설치 및 경제과학수도 조성을 위한 특별법안'이 있다. 제목부터가 '경제과학수도'인데, 농어촌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명칭이다. 특히 어마어마한 재정분권이나 특례를 둔 것처럼 포장하지만, 뜯어보면 내용이 부실하다. 오죽하면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법안에 따른 추가재정소요를 5년간 2556억 원으로 추계했을 정도이다. 중앙정부로부터 1년에 겨우 511억 원의 추가 지원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나머지는 선언·권고적인 형식으로 규정되어서 추계가 곤란하다는 것이다.

물론 추계를 하자면 더 할 수 있는 부분도 있겠지만, 국회 예산정책처가 이런 문서를 냈다는 것 자체가, 졸속으로 추진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방증한다.

국회 예산정책처 비용추계서 국회 예산정책처 비용추계서 중에서 캡처
국회 예산정책처 비용추계서국회 예산정책처 비용추계서 중에서 캡처 ⓒ 국회 예산정책처

한마디로 정치인들은 '장밋빛 환상'을 부추기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대전-충남 만이 아니라 광주-전남 등 여러 곳에서 통합 추진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중앙정부의 곳간이 무제한도 아닌데, 어떻게 모두 '파격적인 재정지원'을 할 수 있겠는가?

차분한 공론화와 주민투표가 필요

따라서 대전-충남 통합은 졸속으로 추진할 일이 아니다. 최근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더욱 그렇다. <굿모닝충청>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작년 12월 26일부터 27일까지 대전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남녀 809명을 대상으로 실행한 조사 결과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41.7%, 반대한다는 응답은 47%로 나왔다고 한다. 게다가 행정통합 추진 시기에 대해, '2026년 7월 이전 즉시 추진'은 26.5%에 불과했다. '2~3년 내 점진 추진'이 27.5%, '5년 이상 검토 후 추진'이 30.7%로 나타났다. '천천히 추진하자'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KBS대전방송총국이 2025년 12월 22일부터 27일까지 한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대전, 충남, 세종 각각 800명씩 조사)에서는 통합 찬성이 높게 나왔지만(대전은 통합찬성 49%, 반대 41%, 충남은 통합 찬성 57% 반대 30%). 인지도 조사에서는 '처음 듣는다'거나 '들어본 적은 있지만 내용을 잘 모른다'는 응답이 대전 70%, 충남 72%에 달했다.

주권자인 주민들이 결정해야 할 중요한 문제를 제대로 된 공론화도 하지 않고, 국회가 특별법으로 밀어붙여선 안 된다.

뿐만 아니라 제1청사를 어디에 둘 것인지, 통합 광역지방자치단체의 명칭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교육청과 경찰청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갈등요인도 많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통합 속도내기'가 아니라 '차분한 공론화'이다. 특히 지방선거 전까지 통합을 하겠다는 발상을 철회해야 한다.

#대전충남#통합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변호사



독자의견3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