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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1.05 11:20최종 업데이트 26.01.05 11:20

광주 빵 투어 대세는 양림동

겨울엔 양림동 펭귄마을 '빵지 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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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 양림동 양인제과가 만든 '서서평 소금빵'
광주 양림동 양인제과가 만든 '서서평 소금빵' ⓒ 펭귄마을신문

'빵지순례', '빵투어'라는 말이 있다. 어쩌면 요즘 시대 관광의 필수 요소가 아닐까 싶다. 어디를 방문하더라도 'ㅇㅇㅇ+빵집'이라는 키워드도 포털사이트의 추천 검색어이다.

빵을 먹는다는 건 단순히 '맛있는 한 입'을 넘어서게 되었다. 사람들은 빵을 통해 동네의 공기, 그곳 사람들의 손맛, 골목에 쌓인 시간을 읽어낸다. 그래서 빵투어는 맛집 탐방이 아니라 '지역을 이해하는 방식'이 되었다. 누군가는 주말마다 새로운 빵집을 찾아 떠나고, 누군가는 한 도시를 빵집 하나로 기억한다. 빵이 여행의 이유가 되어버린 셈이다.

양림동은 이런 흐름과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동네다. 근대문화유산과 골목 예술, 오래된 생활의 결이 공존하는 이곳에서 빵집은 단순한 가게가 아니라 '동네를 이해하는 입구'처럼 작동한다. 세 곳의 빵집을 돌고 나면, 양림동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고유한 개성을 모두 맛본 듯한 묘한 충만함이 남는다.

터줏대감 '양인제과'

 광주 남구 양림동 양인제과. 펭귄마을 공예거리 인근이다.
광주 남구 양림동 양인제과. 펭귄마을 공예거리 인근이다. ⓒ 펭귄마을신문

양인제과(남구 제중로47번길 1)
오웬타르트(4입) 18,000
서서평소금빵 2,900

첫 번째로 들른 곳은 양인제과다. 예쁜 빵을 고르다 보면 문득 양림동의 근대문화유산이 떠오른다. 단독 건물 외벽에는 오웬 선교사의 초상화가 걸려 있고, 양림동에서 의료와 선교 활동을 펼쳤던 그의 일대기가 적혀 있다. 양림동을 거닐면서 어렴풋이 들었던 이야기들이, 빵 하나를 고르는 순간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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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인제과는 SBS '생활의 달인'과 블루리본서베이에도 선정된 곳으로 이미 실력은 검증된 맛집이다. 이곳의 감성을 가장 잘 담아낸 메뉴는 단연 오웬타르트(에그타르트). 바삭한 페이스트리에 고소한 수제 커스터드가 더해져 부드럽고 깊은 풍미를 낸다. 초당옥수수, 초코에그, 산딸기, 보늬밤타르트 등 종류도 다양해 취향대로 고를 수 있다. 오웬 선교사가 그려진 패키지 덕분에 광주 관광 기념품으로도 손색없다.

또 하나의 대표 메뉴인 서서평소금빵은 양림동 대표 인물인 '서서평'에서 이름을 따왔다. 서서히 퍼지는 버터 향과 짭조름한 풍미의 조화가 좋고, 깊은 크랙과 넓은 버터 동굴이 매력적이다. 소금빵 마니아라면 꼭 들러야 할 이유가 충분한 곳이다.

노포 '양림제과점'

 광주 남구 양림동 양림제과 전경. 펭귄마을 공예거리 인근이다.
광주 남구 양림동 양림제과 전경. 펭귄마을 공예거리 인근이다. ⓒ 펭귄마을신문

 광주 남구 양림동 양림제과 진열장.
광주 남구 양림동 양림제과 진열장. ⓒ 펭귄마을신문

양림제과(백서로 64-1)
이불빵 7,000
밤과자 3,000

양림동에서 오래 머물러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지나쳤을 법한 곳. 초록색 간판의 양림제과점은 양림교회와 기독간호대학교 옆에서 3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노포다. 관광객보다 동네 주민들이 꾸준히 찾는, 진짜 생활형 빵집의 매력을 갖고 있다.

이곳의 빵은 화려함 대신 추억을 품고 있다. 공룡알, 두부스낵, 밤과자, 상투과자, 생도너츠 등 어릴 적 기억 속에서 꺼낸 듯한 옛날 빵들이 진열대를 채운다. 인기 메뉴인 '이불빵'은 크기만 보고 놀랄 일이 아니다. 묵직한 무게, 7~8겹으로 쌓인 생크림·완두크림·빵이 한 겹씩 드러나며 입안에 포근한 달콤함을 채운다. 늦게 가면 품절될 정도로 사랑받는 메뉴다.

가격도 놀랍다. 이것저것 담다 보면 계산대 앞에서 '생각보다 적게 나왔네?' 싶을 정도로 가성비가 좋다. 양림동의 오래된 시간과 정겨움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 바로 양림제과점이다.

베이커리카페 '펭귄당'

 광주 남구 양림동 펭귄당. 펭귄마을 공예거리 인근이다.
광주 남구 양림동 펭귄당. 펭귄마을 공예거리 인근이다. ⓒ 팽귄마을신문

펭귄당(남구 백서로 81)
올리브치아바타 5,500
잠봉뵈르샌드위치 8,500

양림동 골목을 걷다 보면 어느 순간 풍경이 동화 속 장면처럼 바뀌는 지점이 있다. 그 중심이 바로 펭귄당이다. 귀여운 펭귄 캐릭터와 소품들,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색감이 가득해 골목 자체가 하나의 무대처럼 느껴진다. 파티시에 모자를 쓴 펭귄이 손님을 맞이하는 모습은 양림동의 유머와 예술 감각을 그대로 보여준다.

펭귄당의 대표 메뉴는 사워도우를 활용한 담백한 빵이다. 상업용 이스트를 쓰지 않고 공기 중 자연효모 르뱅으로 오랜 시간 발효해 만든 빵이라, 치아바타나 바게트처럼 심심해 보이는 빵도 씹을수록 고소하고 풍미가 깊다.

조용한 내부 분위기도 매력적이다. 한 잔의 차와 함께 햇살을 받으며 빵을 먹다 보면, 양림동이 가진 느긋한 시간의 결이 온전히 느껴진다.

 펭귄과 차 한 잔.
펭귄과 차 한 잔. ⓒ 펭귄마을신문

세 곳의 빵집은 서로 다른 결을 지녔지만, 그 차이가 오히려 양림동을 더 입체적인 동네로 만든다. 고즈넉한 근대문화의 향, 오래된 생활의 포근함, 골목마다 스며 있는 예술의 장난기. 이 모든 것이 한 조각의 빵을 통해 입안으로 퍼져 나간다. 양림동 빵지순례가 당신의 여행 속에서 오래 남는 풍경으로 자리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펭귄마을신문에도 실립니다.


#광주빵지투어#빵지순례#광주양림동#펭귄마을#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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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림동 아지트

광주광역시 남구 양림동 펭귄마을 공예거리에 거점을 두고 마을신문을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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