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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1.02 09:26최종 업데이트 26.01.02 09:26

고 김귀식 선생님을 향한 추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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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합법화를 이끈 김귀식 전교조 제7대 위원장이 지난 12월 31일 92세의 나이로 소천하셨습니다. 필자가 작성한 추도사를 전합니다.

김귀식 선생님 추모의 밤 김귀식 선생님께서 소천하셨습니다.
김귀식 선생님 추모의 밤김귀식 선생님께서 소천하셨습니다. ⓒ 전교조

사랑하고 존경하는 김귀식 선생님,
사실 저는 선생님을 오래 알지 못했습니다.
전교조 위원장으로, 또 서울시의회 의장으로 힘든 시절 한가운데를 걸으실 때,
저는 교육운동을 하는 모임의 대표로 멀찍이서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가까이 가 인연을 맺을 만큼의 용기나 자격이 제게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선생님께서 병상에 계신 뒤에야
제 삶에서 가장 깊은 만남이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저는 토요일마다 '하늘씨앗'이라 이름 붙인 작은 시와 생각 나눔글을 보내드렸습니다.
그때마다 선생님은 병상에서 조용히 답장을 보내 주셨습니다.
짧은 글이었지만,
그 안에는 깨어 있는 생각, 흔들리지 않는 양심, 아이들을 향한 사랑이
번갯불처럼 살아 있었습니다.

저는 선생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온몸을 타고 흐르는 전율을 느꼈습니다.
'아, 스승이란 이런 분을 두고 하는 말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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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존경하는 루돌프 슈타이너가
"교사는 이는 아이들의 영혼을 일깨우는 사람"이라 했을 때,
그 말뜻을 저는 글이 아니라, 살아 있는 한 사람을 통해 배웠습니다.
그 마음, 그 혼을 저는 선생님을 통해 들었습니다.
그것이 제 삶의 가장 큰 복이었습니다.

선생님은 병상에서도 세상에서 물러나지 않으셨습니다.
분단의 아픔을 이야기하시며,
진짜 풀림과 진짜 민주를 바라고 기다리셨습니다.
"평화는 나부터 시작된다."
이 말씀을 남기시며, 미움보다 먼저 뉘우침을 말씀하셨습니다.

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가르침은 혼입니다."
점수와 경쟁만을 강요하는 세태 속에서도
아이 하나하나의 얼굴을 먼저 떠올리는 가르침,
거북이는 바다에서, 솔개는 하늘에서
자기 길을 갈 수 있게 해주는 가르침을 꿈꾸셨습니다.
시험지옥에서 아이들을 다 건져내지 못했다고
스스로 부끄럽다 하시던 그 목소리 속에서,
저는 참스승만이 할 수 있는 겸허한 고백을 들었습니다.

몸은 나날이 약해져 가는데
사람에 대한 사랑은 더 뜨거워지고,
말씀은 더 맑아지고,
넋은 더 깊어지는 모습을
우리 모두가 보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토요일마다 나누었던 그 말씀들,
병상에서도 여전히 살아 꿈틀거리던 그 생각을 주셨던 말씀을 모아보니
무려 14쪽 분량이나 되었는데
이 주옥 같은 말씀들을 가슴속에만 묻어둘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
이제야 저는 알겠습니다.
선생님께서 제게 보내주신 글은 그저 문자 몇 줄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보내신 마지막 가르침이었습니다.
평화의 가르침,
참된 가르침,
그리고 "늘 고맙습니다"라고 말할 줄 아는 감사의 가르침이었습니다.

선생님,
이제는 편히 쉬십시오.
선생님께서 뿌리신 씨앗은 이미 우리 가슴에 내려앉았습니다.
우리가 그 씨앗을
평화와 참된 가르침의 나무로 키워가겠습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잊지 않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옥성씨는 교육희망네트워크 상임대표, 하늘씨앗교회목사입니다.


#김귀식선생님#추도사#전교조위원장#시인#서울시의회의장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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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성 (camlife) 내방

반갑습니다. 가입은 참 오래 되었지만 이렇게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기는 처음입니다. 오마이가 있으니 희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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