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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 세끼를 집에서 준비하는 주부들에게 '오늘 뭐 먹지?'라는 질문은 하루에도 몇 번씩 되풀이된다. 아침, 점심, 저녁을 모두 책임지는 사람이라면 이 고민이 얼마나 큰지 잘 안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다. 아침은 비교적 단순하다. 국 하나만 있어도 된다. 점심은 조금 신경 써서 반찬을 몇 가지 준비한다. 문제는 저녁이다.

남편은 노동과 집중이 동시에 필요한 일을 한다. 퇴근 시간은 늘 자정을 훌쩍 넘긴다. 온종일 일하고 돌아오는 사람에게 '가볍게 먹자'라는 말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저녁 겸 야식은 고기 위주의 식단이 되었다. 어떤 날은 삼겹살을 굽고, 또 어떤 날은 목살을 굽는다. 기름 튀는 소리와 함께 하루가 마무리되는 날이 반복되었다. 가끔은 수육을 삶아 조금 덜 부담스럽게 먹어보기도 했다.

문제는 그 고기를 혼자만 먹지 않는다는 점이다. 남편이 한 점 집어 들 때마다 나도 젓가락이 따라간다. 그렇게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이 지나자 어느새 뱃살은 마일리지처럼 차곡차곡 쌓였다. 운동하면 된다고 자신을 위로해 보지만, 매일 밤 고기를 굽는 생활이 몸에 부담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배고픈 남편에게 "먹지 말고 그냥 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매일 밤 나는 '뭐 준비하지'라는 늪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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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고민 속에서 지난해 11월 29일, 글쓰기 플랫폼을 둘러보다가 한 요리 창작자의 글을 읽게 되었다. 그 작가는 평소에도 요리법을 자세히 설명하고 사진도 정성스럽게 올리는 사람이다. 솔직히 말하면 그전까지는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구나' 하고 지나쳤을 뿐 직접 따라 해 보고 싶다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 소개된 요리는 이상하게 마음에 오래 남았다. 매일 밤 고기를 먹는 우리 부부에게 부담이 덜 하면서도 충분히 만족감을 줄 수 있을 것 같은 음식이었다. 바로 '콩나물 두부찜' 이었다. 고기가 주인공이 아닌 요리였지만, 허전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침, 그날 오전에 시장을 봐 두어 냉장고에 재료가 모두 있었다. 콩나물과 두부, 그리고 집에 늘 있는 채소들. 40년 넘게 밥을 해 온 주부로서 요리법만 있으면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남편이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주방에 섰다.

상을 차려 내놓자 남편이 먼저 반응했다.

"우와! 이게 무슨 요리야? 색다르네."

한 입 먹더니 표정이 달라졌다. 맛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거 자주 해 먹자. 고기보다 낫네."

한 접시 완성된 콩나물 두부찜
한 접시완성된 콩나물 두부찜 ⓒ 황윤옥

그 한마디에 그날의 수고가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고기를 굽지 않아도 이렇게 만족스러울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식비 부담도 적고, 조리 과정도 복잡하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다음날에도 같은 메뉴를 먹기로 약속했다.

다음날인 30일, 굳이 장을 볼 필요가 없었지만,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집 앞 마트에 들렀다. 콩나물 두 봉지와 두부 두 모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콩나물 두부찜은 밥반찬으로도 훌륭했고 술안주로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고기가 빠졌지만, 식탁은 오히려 더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나만의 방법으로 만드는 콩나물 두부찜>

1. 두부는 종이행주나 마른행주로 물기를 충분히 닦는다.
2. 두부를 네모나게 썬 뒤 후추와 소금으로 밑간을 한다.
3. 두부를 전분에 골고루 묻힌다.
4. 콩나물은 깨끗이 씻는다. 꼬리를 떼어내면 깔끔하지만, 그대로 사용해도 무방하다.
5. 부추는 씻어서 5cm 길이로 썬다.
6. 양파, 고추, 당근을 먹기 좋은 크기로 준비한다.
7. 간장 2스푼, 고춧가루 2스푼, 설탕 1스푼, 참치 액젓 2스푼, 참기름 1스푼을 섞어 양념을 만든다.
8. 팬에 기름을 두르고 두부를 노릇하게 굽는다.
9. 냄비 바닥에 콩나물을 깔고 그 위에 채소와 양념장을 올린다.
10. 뚜껑을 닫고 7~8분 끓인다. 채소에서 수분이 나오므로 물은 따로 넣지 않는다.
11. 마지막에 전분 가루를 넣고 젓가락으로 골고루 섞는다.
12. 접시에 구운 두부를 가장자리에 담고 가운데에 콩나물 찜을 올린다.

콩나물찜 요리하기 전
콩나물찜요리하기 전 ⓒ 황윤옥

두 번 연달아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이었다. 입맛이 없을 때는 밥 한 공기를 금세 비우게 만드는 밥도둑이었고, 연말연시에 가족들과 가볍게 한 잔 곁들이기에도 잘 어울리는 요리였다.

콩나물은 철분과 엽산이 들어 있어 빈혈 예방에 도움을 주는 식재료로 알려져 있다. 열량이 낮고 식이섬유가 많아 포만감을 주며 변비 예방에 효과적이다. 특히 성장기 청소년과 여성에게 좋은 식품이다. 두부 역시 콩으로 만든 대표적인 고단백 저열량 식품이다. 부담이 적고 포만감이 높아 체중 관리가 필요한 현대인에게 적합하다.

매일 밤 고기를 굽는 일이 당연했던 우리 집 식탁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콩나물 두부찜 한 가지 메뉴가 들어왔을 뿐인데, 저녁 준비에 대한 부담도, 먹고 난 뒤의 죄책감도 눈에 띄게 줄었다. 무엇보다 "오늘은 뭐 먹지?"라는 고민이 이전보다 한결 가벼워졌다.

식습관을 거창하게 바꾸지 않아도, 익숙한 재료로 한 끼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일상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매일 반복되는 집밥이 버겁게 느껴질 때, 고기 대신 올린 이 소박한 한 접시가 우리 부부의 저녁을 조금 더 건강하고 편안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집밥#콩나물두부찜#고기#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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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사이버대 문예 창작학과 재학 중, 브런치 스토리 작가,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마음을 다해 정성껏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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