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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1.05 10:55최종 업데이트 26.01.05 10:55

일상의 잡음이야말로 가장 신선한 언어

[시로 읽는 오늘] 김은지 '비타민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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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에서 기획한 '시로 읽는 오늘'을 연재합니다. 시로 아침을 시작한다면, 수많은 갈등과 전쟁도 줄어들 것입니다. 독자들은 힘 있는 언어를 익혀 튼튼한 내면을 가꿀 수 있고, 다양한 시를 통해 새로운 시민의 감수성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의 첨예한 문제를 시인의 예민한 감각으로 길어 올린 한국시를 매주 두 편씩 선정하여, 추천 글과 함께 독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비타민D
- 김은지

​개울가의 갈대가
바람에 흔들리는 게 아니라
빛 입자에 흔들리는 것 같다

​형용사를 고유명사로 사용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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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와 검은댕기해오라기
이름을 붙여주며 시간을 보내고

​작은방에 티브이를 켠 다음
부엌에서 국을 끓인다

티브이 소리가 나는 집,
그런 시공간에
어울리는 이름

( )

​최선을 다해
하루를 보냈지만

반쯤 잠든 당신에게 부탁한다
굿 나잇,
하고 말해달라고

​꿈은 그냥 꿈이고
무엇의 반영도 아니라고

출처_시집 <여름 외투>, 문학동네, 2025
시인_김은지 : 2016년 <실천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책방에서 빗소리를 들었다> <고구마와 고마워는 두 글자나 같네> <여름 외투>가 있다.

 빛에 흔들리는 일상의 이름 없는 온기
빛에 흔들리는 일상의 이름 없는 온기 ⓒ 박유하 시인(디지털 포엠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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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병오년 말띠의 해가 밝아왔습니다. 좀 더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는 일일 것입니다. 강물이 얼고, 얼지 않는 것들까지 얼어붙는 겨울밤, 흔들리는 것은 빛 때문이겠지요. 한파주의보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살아낸다면, 그것은 이름 없는 것들에게 이름을 붙이고, 이름 있는 것들에게 다시 이름을 붙여주며 노는 일 같은 것일 겁니다. 방에 TV를 켜두고 부엌에서 국을 끓이는 일이야말로 가장 성스러운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것은 살아내기 위한 작은 몸부림 같은 것이지요. 시가 하는 일은 삶의 맨얼굴을 바라보는 일입니다. "굿나잇" 하고 잠드는 사람이 뭐가 그리 고된지, 잠꼬대를 합니다. 그건 그냥 꿈일 뿐이고, 그 잠꼬대 속에서 하나의 앎이 만들어진다고 믿습니다. 일상의 잡음이야말로 가장 신선한 언어라는 것을, 시인은 알고 있네요. (이병일 시인)

#김은지시인#비타민D#여름외투#한국작가회의#시분과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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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시로 읽는 오늘

(사)한국작가회의는 이 땅의 대표적인 문인단체로서 표현의 자유와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던 <자유실천문인협의회>와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정신을 계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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