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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2.30 16:08최종 업데이트 25.12.30 16:08

내 몸에도 버섯이 피기 시작하는 걸까

어느새 삶의 가장자리에... 나는 어떤 양분이 될 수 있을까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요즘 들어 부쩍 아침마다 곤란을 겪고 있다. 한쪽 눈에 무언가가 끼는 것이다. 눈앞이 뿌예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친구들에게 말하니 백내장이 시작되는 걸 수도 있으니 안과에 가보라 한다. 드디어 노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나 보다.

하루가 다르게 몸의 불편함이 늘어나고 있는데, 특히 2~3년 전부터는 몸의 기관 여기저기서 주체인 나를 끊임없이 부르고 있는 듯하다. 피부는 날로 건조해져 가려움증이 심해지고 있고, 노안 때문에 문자도 바로 읽기가 힘든 데다 소화 기능도 예전 같지 않다.

하나, 나이 들어 좋은 점도 꽤 있다. 그 중 하나는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젊을 때는 공사가 다망하여 자연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아무리 꽃이 예쁘게 피어도 자연은 내 삶의 주변 배경이었을 뿐이다. 이제는 자연을 보며 인간을 생각하게 된다. 나무를 보고 숲을 거닐며 인생에 대한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 보이지 않는 세상의 질서에 감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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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친구와 숲을 거닐다 동글동글한 무언가를 발견했다. 이게 뭘까, 살짝 징그럽다고 생각하며 물으니 친구가 '지의류(地衣類)'라고 알려준다. 녹조류와 곰팡이의 연합체인데 녹조류는 곰팡이에게 탄수화물을, 곰팡이는 녹조류에게 수분을 제공하며 공생하고, 이 개체들이 우리가 마시는 공기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한다. 곁눈질로도 잘 보게 되지 않는, 드러내지 않는 자연의 모습이다.

조금 더 걷다 보니 나무에 버섯이 많이 피어 있는 게 보였다. 친구 말로는 버섯이 저렇게 많이 핀 나무는 이제 수명이 다 한 거라 흙으로 돌아갈 때가 된 것이라고 한다. 타고 난 자리에서 평생 옮겨 다니지도 못하며 주어진 환경에서 일생을 살아가는 나무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저절로 경건해진다.

 버섯이 많이 핀 나무처럼 내 몸에도 이런저런 불편함이라는 버섯이 끼기 시작하는 것 같다.
버섯이 많이 핀 나무처럼 내 몸에도 이런저런 불편함이라는 버섯이 끼기 시작하는 것 같다. ⓒ gblokker on Unsplash

숲에는 따로 물을 주는 사람이 없다. 자연이 주는 물과 바람과 햇빛으로 꽃을 피우고 열매 맺으며 일 평생 살아간다. 옆 나무가 빛을 가리면 반대 방향으로 휘어져 햇빛을 받거나 아니면 더 높이 올라가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한다.

숲이 끝나가는 지점에 이르니 국수 나무며 버들 강아지 등이 수북이 피어 있다. 여기는 숲의 가장자리로 '임연부(林緣部)'라고 부르는 곳인데 숲의 고지대에서 쓰이고 남은 물과 영양분이 흘러 내려와 이곳에서 많은 꽃과 식물을 자라게 한단다. 찔레나 산딸기 등도 여기서 많이 생장한다고 한다.

가장자리나 경계에 의외로 많은 영양분이 있다는 말에 문득 내 몸이 떠올랐다. 나야말로 이제 삶의 가장자리에 오게 된 것일까. 중심부에서 활동하다 차츰 차츰 중심에서 멀어져 삶의 가장자리, 경계에 오게 된 것은 아닐까 싶어졌다. 젊었을 때부터 쌓아온 경험과 나름의 지혜가 흘러 내려와 가장자리에 서 있는 나에게 도달한다면 나 역시 이 경계에서 꽃을 피울 수 있을지도.

버섯이 많이 핀 나무처럼 내 몸에도 이런저런 불편함이라는 버섯이 끼기 시작하는 것 같다. 나무는 버섯과 함께 오랜 세월 공존하다 때가 되면 조금씩 조금씩 흙이 되고 양분이 되어 간다는데, 나는 어떤 양분이 될 수 있을까.

자연의 순리를 따르며 크게 아쉬워하거나 억울해 하지 않고 타고 난 자리에서 무사히 지금까지 생장할 수 있었음을 잊지 않으면 될 것 같다. 너무 질지도 너무 건조하지도 않은 적당한 비옥토가 되기를 원하는 게 욕심이 아니기를 바라본다.









#나무#가장자리#지의류#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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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혜영 (yoyeshi) 내방

사회 현안과 문화에 관심이 많은 수학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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