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남구 양림동 펭귄마을 공예거리 공방 '은꽃' 대표 김희영 작가. ⓒ 김희영
광주 남구 양림동 펭귄마을 공예거리. 공방 한쪽 작은 쇼케이스 안에 은반지와 은귀걸이, 은으로 된 브로치가 촘촘히 놓여 있다. 은 특유의 은은한 빛이 막 피어난 꽃처럼 반짝인다. 이곳은 은공예 전문 공방 '은꽃'. 47년 한 길을 걸어온 장인 김희영(65) 작가의 작업실 겸 판매장이다.
김 작가는 스스로를 "공방 대표이면서 작가"라고 소개한다. 타고난 손재주에 더해 창조의 희열을 맛보며 경력이 쌓이다 보니 어느덧 '장인'이라는 말을 주변에서 심심찮게 듣고 있다고 하면서다.
그가 보석 세공의 세계에 발을 들인 건 열일곱 살 때였다. 열다섯 살 때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고, 다섯 형제가 남겨진 뒤였다. 할머니는 그에게 "기술이 최고다. 기술만 있으면 배 곯지 않는다"며 그의 등을 떠밀었다.
광주 북구 북동에서 10대 시절을 보내던 그는 보석 세공업을 하던 동네 형 가게에서 일을 배우며 이 길로 들어섰다. 그런 뒤 백금·18K·순금 세공에 대해 하나둘 몸으로 익혔다.
"그때는 월급도 제대로 없었어요. 그래도 어떻게든 기술을 익혀야겠다는 마음으로 버텼죠. 금으로 제품을 만들다 보니 어느 순간 '하고 싶은 건 많은데, 금이 너무 비싸서 수요가 따라주지 않는구나' 하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길이 은공예였다. 재료값 부담을 줄이고, 대신 디자인과 세공 실력으로 승부를 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은으로만 작업한 세월이 20년을 넘어섰다. 그러는 사이 귀금속가공기능장이라는 타이틀도 손에 쥐었다.

▲은 공예에 몰입 중인 김희영 작가. 보석 공예 47년 경력의 김 작가는 광주 남구 양림동 펭귄마을 공예거리에서 공방 '은꽃'을 운영하고 있다. ⓒ 펭귄마을신문
펭귄마을에 공예거리가 들어선 2020년 '은꽃'이라는 이름의 공방을 열었다. '영원히 시들지 않는다'는 의미를 공방 이름에 담았다. 금을 비롯한 다른 보석과 달리 은의 경우 때가 덜 타는 등 세월의 흔적이 잘 묻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공방 '은꽃'은 주로 은 장신구를 다룬다. 귀걸이와 팔찌, 반지, 브로치까지 주문 제작이 가능하다.
"시간이 얼마나 드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뿐, 원하면 뭐든 만들 수 있다"는 게 작가 김희영의 설명이다. 직접 만드는 은 공예품을 구입한 고객에게는 평생 무상수리를 해준다. 때가 탔다고 하면 새것처럼 세척해 주고, 팔찌가 끊어졌다고 들고 오면 흔적 없이 연결해준다.
타고난 손재주에 경력과 함께 쌓인 실력, 여기에 치밀한 고객 관리까지 더해지면서 공방 '은꽃'은 요즘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금남로 지하상가에서 아내가 운영 중인 2호점에 이은 3호점 개점을 진지하게 검토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47년 경력의 김 작가에게 은의 매력을 물었다.
"금은 비싸기도 하고, 오래 쓰다 보면 헌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잖아요. 은은 관리만 잘하면 항상 새 것처럼 쓸 수 있고, 몸에 닿아도 부담이 덜합니다. 항균성도 있고, 무엇보다 작업자 입장에서 변형이 쉬워서 마음껏 창작을 할 수 있어요. 금보다 재료값이 70분의 1 수준이라, 손님들도 비교적 부담 없이 맞춤 제작을 할 수 있고요, 제 입장에서도 부담 없이 마음껏 손재주를 펼칠 수 있죠."
김 작가는 펭귄마을 공예거리 공동체험장에서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은을 이용한 팔찌 만들기, 은으로 만드는 나만의 반지, 이니셜 각인 반지 만들기 등이다.
은의 매력에 대한 설명을 멈추지 않는 그에게 꿈을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손으로 하나하나 만든 작품에는 사람 손맛, 장인의 맛이 있잖아요. 하찮은 소재라도 새롭게 만들면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작품이 되는 거니까요. 이 맛 때문에 여기까지 왔는데 아직 제자가 없어요. 언젠가는 은 공예 학원을 하나 차리고 싶어요. 제가 50년 가까이 배운 기술과 노하우를 젊은 세대에게 그대로 전해주고 싶습니다."

▲공방 '은꽃' 대표 김희영 작가가 만든 은 공예품. 김 작가 공방은 광주 남구 양림동 펭귄마을 공예거리에 자리한다. ⓒ 펭귄마을신문
30분 만에 세상에 하나뿐인 은반지 '뚝딱'
펭귄마을에서 실속 있게 은공예를 즐기거나 공예품을 구매하고 싶다면, 공방 '은꽃'을 기억해 두자. 이곳에선 보석 공예 경력 47년의 공방 대표 김희영 작가가 만든 은반지·팔찌·귀걸이·브로치 등을 구매할 수 있다. 가격은 귀걸이는 1만 원부터 12만 원, 반지는 디자인과 두께, 세공 시간에 따라 1만 원에서 30만 원, 브로치는 10만 원 이상이다.
이곳의 강점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은 장신구를 주문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제작은 보석 세공 경력 47년의 김 작가가 맡는다. 구매 고객에게는 무상 수리도 해준다.
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나만의 은반지를 김 작가 지도 아래 직접 만들 수 있다. 은으로 된 선을 다듬고 두들겨 사이즈를 맞춘 뒤 안쪽에 이니셜을 새겨 넣는 방식으로, 커플이나 친구끼리 기념 반지를 만들어 가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체험비는 반지 한 개 기준 3만 원 안팎, 두 사람 기준으로는 6만 원 선이다. 소요 시간은 30~40분 정도. 사전에 예약하면 학교·기관·단체를 대상으로 한 은공예 체험도 펭귄마을 공동체험장에서 진행할 수 있다.
'은꽃'은 보통 오전 10시 30분에 문을 열어 오후 6시 30분쯤 닫는다. 월요일은 쉰다. 현장에서 제품을 둘러본 뒤 바로 구입할 수 있고, 체험 참여를 원하는 경우에는 공방에 미리 전화해 시간과 인원을 조율하면 보다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펭귄마을신문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