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내란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불법적 행위"라며 "그러나 당시에는 내가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며 사과하고 있다. 2025.12.30 ⓒ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보수 진영의 '경제통' 이혜훈 전 의원을 지명하자 국민의힘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통합형 인사'라고 설명했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배신", "야당 흔들기"라는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가 보수 정당의 가치를 버리고 자신의 영달을 위해 자리를 옮겼다고 맹비난했습니다. 특히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을 유지한 채 극비리에 입각을 조율했다는 점을 들어 정치 도의를 저버렸다고 지적했습니다.
성일종 "벼슬 욕심에 철학 팔아, 김종인 '옹졸하다' 비판은 상황 모르는 소리"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3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 후보자에 대해 "평가할 가치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벼슬에 철학과 정치적 신념을 팔아먹은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성 의원은 "여든 야든 당의 중심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사람들, 또 이 당에는 더 이상 먹을 꿀단지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개 왔다 갔다 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주변부화 된 인물이 양지를 찾아간 것"이라고 평가절하했습니다.
이번 인사가 야당 분열을 노린 '선거 전략'이라는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성 의원은 "떨어지는 지지율 유지를 위한 파격이자 야당 흔들기"라며 "부산 출신 해수부 장관 임명설 등 야당 인사를 계속 뽑아가려는 전략이 숨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이 후보자는 정치 명문가 출신의 '정치 고수'다. 본인이 야당을 교란하려는 정치적 목적을 몰랐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당의 제명 조치를 두고 '옹졸하다'고 비판한 것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성 의원은 "이 후보자는 사실상 비례대표를 세 번이나 한 분"이라며 "서초 지역은 우파 진영에서 비례에 가까운 곳인데, 그런 혜택을 입고도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상의 한마디 없이 떠난 것은 정치 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재명 정부의 인사 원칙인 '통합과 실용'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성 의원은 "이 후보자는 평소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며 이재명 대통령의 포퓰리즘과 퍼주기에 반대했던 사람"이라며 "청와대가 자아비판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실용적이지 않다. 신념을 가진 사람이 가서 정권의 포퓰리즘에 맞설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습니다.
신동욱 "우상호 수석도 몰랐다... 배신자 데려다 고해성사 시키는 꼴"
신동욱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같은 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후보자의 처신과 대통령실의 검증 과정을 싸잡아 비판했습니다.
신 최고위원은 "이 후보자는 어제까지도 우리 당의 현직 당협위원장이었고, 당협 연말 송년 연수까지 잡혀 있었다"며 "상식적으로 (장관이) 안 되면 그냥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는, 일종의 양다리"라고 비판했습니다.
인사 과정의 불투명성도 지적했습니다. 신 최고위원은 "우상호 정무수석도 몰랐다고 들었다"며 "누군가와 상의는 했겠지만 대통령 혼자 비밀리에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 일각의 '탕평 인사', '기적의 한 수'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원칙을 벗어나는 기적은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신 최고위원은 이 후보자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무효 집회에 참석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을 옹호했던 행적과 관련해 대통령실이 반성을 요구하는 분위기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는 "배신자를 데려다가 양심선언, 고해성사를 시키는 것이 과연 국가 운영에 도움이 되겠느냐"며 "과거를 부정하고 반성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유다'를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제 철학의 부재도 문제 삼았습니다. 신 최고위원은 "긴축이냐 확대냐는 국가의 운명을 결정짓는 철학인데 어떻게 하루아침에 바뀌냐"면서 "자신의 철학을 벼슬 앞에서 팔아먹은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조경태 의원 등 추가적인 야당 인사 기용설에 대해 "국가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도 있는 장관직을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며 "장관 가지고 장난치면 국민들이 반드시 평가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장동혁 "지옥에라도 갈 수 있다는 것 공감 어려워... 과감한 조치 필요"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당성(黨性)' 강화에 나서는 모양새입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9일 전남 해남군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 후보자 지명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장 대표는 "보수정당으로서의 가치를 더욱 확고히 재정립하고, '당성'이 중요하게 부각되는 국면"이라며 "당을 배신하고 당원들의 마음에 상처 주는 인사에 대해서는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잠시 볕이 드는 곳이라 해서 본인이 그동안 가져왔던 소신과 가치를 버리고, 동지들을 버리고, 지옥에라도 갈 수 있다는 것은 공감하기 어렵다"며 "아무런 가치와 철학 없이 상대 진영 인사를 영입하는 것에 대해선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장 대표는 중도 확장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중도 확장은 중도 확장대로 하되, 배신 행위와는 결이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혜훈 "당파성에 매몰돼 내란 실체 못 봐... 국민께 사과"
국민의힘의 거센 반발 속에 이혜훈 후보자는 30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며 과거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했습니다.
이 후보자는 "내란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불법적 행위"라며 "당시에는 내가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는 "1년 전 엄동설한에 내란극복을 위해 애쓴 모든 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리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섰다"면서 "정당에 속해 정치를 하면서 당파성에 매몰돼 사안의 본질과 국가 공동체가 처한 위기의 실체를 놓쳤음을 오늘 솔직하게 고백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기획처 초대 장관이라는 막중한 책무를 앞둔 지금 과거의 실수를 덮은 채 앞으로 나아갈 순 없다"며 "나의 판단 부족이었고 헌법과 민주주의 앞에서 용기 있게 행동하지 못한 책임은 오롯이 나에게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국민 앞에 먼저 사과하지 않으면 그런 공직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저의 오판을 국정의 무게로 갚으라는 국민 명령이라 생각했다. 계엄으로 촉발된 우리 사회 갈등·분열을 청산하고 잘못된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운 통합의 시대로 나아가는 데 혼신의 힘 다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이 후보자를 향한 여권 내부의 우려에 대해 "차이를 잘 조율해 가는 과정이 필요하고, 이 과정을 통해 더 나은 의견을 도출할 수 있으면 된다"고 언급했습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 후보자에게 과거 탄핵 반대 행보와 관련해 명확한 의사 표명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민의힘은 이혜훈 후보자에 대해 즉각적인 제명 조치를 취하는 한편, 다가올 인사청문회에서 철학의 부재와 정치적 도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 것으로 보입니다. 야당의 반발을 무릅쓰고 단행된 이번 '파격 인사'가 탕평책이 될지, 아니면 정국을 더 큰 갈등으로 몰아넣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