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열이 많이 나고 장염처럼 설사를 해서 신촌 세브란스 응급실을 찾았습니다. 체온을 재더니 기준에 미치지 못해 진료를 받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중증응급환자가 찾는 3차 의료기관이라 그랬겠지만 아이가 아플 때는 정말 너무 괴롭습니다. 밤 늦게 아픈 아이들이 갈 수 있는 병원이 우리 동네에도 필요합니다."
서울 서대문구에는 만 18세 미만 인구가 3만2138명(행정안전부 2025년 11월 기준)이나 되지만 아직 오후 7시 이후 운영하는 야간진료 소아과가 단 1곳도 없습니다.
혹자는 '서대문구에 신촌 세브란스병원이 있지 않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습니다. 전국에 몇 개 안되는 소아전문응급센터가 동네에 있다는 것은 큰 자랑입니다. 그러나 세브란스병원은 엄연히 3차 의료기관으로 중증환자가 가야 하는 곳입니다. 밤늦게, 또는 주말에 아이의 열로 쉽게 찾을 수 있는 병원은 아닙니다.
그래서 서대문구 주민들이 2년 째 '서대문주민대회'를 통해 달빛어린이병원을 지정해달라고 구청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주민의 절절한 요구를 외면하는 서대문구청

▲달빛어린이병원 지정을 요구하는 현수막 위에 보건소는 '댓글'현수막을 달았습니다. ⓒ 김연희
그런데 서대문구청은 달빛어린이병원 지정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요구에 황당한 답변만을 내놓고 있습니다. 현수막을 달아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세브란스병원)를 홍보하기도 하고, 동네 2차 병원인 동신병원이 있다고 말합니다. 확인해본 결과 동신병원은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존재하지 않아 만 15세 이상 환자만 볼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서대문구 달빛어린이병원 지정을 요구하는 주민 기자회견 ⓒ 김연희
그래서 오늘(23일), 서대문주민들이 직접 2374명 주민서명과 달빛어린이병원을 요구하는 사연, 질문을 들고 구청 앞을 찾아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밤늦게 병원 간 것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동신병원에 갔습니다. 소아과가 아니여서 딱히 해결이 안되더라고요. 아이가 눈이 아파서 갔더니 치료해 줄 수 없다 해서 찜질하고 있다가 아침에 안과에 갔습니다.
한번은 머리가 찢어져서 갔는데 동신병원에서 아기는 진료 해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세브란스에 가야 수면마취를 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는데 사람 너무 많아서 아에 갈 생각을 안했습니다. 그래서 강서 쪽에 다른 성형외과 찾아서 가서 일반마취하고 처치를 받았습니다."
기자회견에 소개된 엄마들의 사연은 하나같이 절절했습니다. 아이가 갑자기 이유 없이 열이 나기도 하고, 갑자기 머리가 찢어지기도 하고, 배가 아프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시간은 모두 저녁 또는 주말입니다. 그래서 야간·휴일진료 소아과가 동네에 꼭 하나는 필요하다고 호소합니다.

▲달빛어린이병원 지정에 관한 서대문구청장 공개질의를 발표하는 전진희 서대문주민대회 공동조직위원장 ⓒ 김연희
서대문주민대회 전진희 공동조직위원장(진보당 서대문구위원장)은 엄마들의 절절한 호소에 서대문구청은 지난 2년간 무엇을 했는지 꾸짖었습니다. 그리고 구청의 입장을 묻는 공개질의를 아래와 같이 했습니다.
서대문주민들이 이성헌 서대문구청장님께 공개질의 합니다
'달빛어린이병원지정에 관한 공개질의' |
1. 서대문구청은 현재 만 18세 이하 아동·청소년 3만 2천 명이 거주하지만 달빛어린이병원·안심병원이 단 한 곳도 없는 상황을 구청은 문제로 보고 있습니까?
2. 구청이 야간·휴일 진료 대안으로 제시한 세브란스, 동신병원, 연세365병원들이 실제로는 3차 응급병원, 소아과 미운영, 연령 제한, 조기 접수 마감 등으로 소아 경증환자가 이용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3. 구청은 "의료기관 신청이 없어 지정이 어렵다"고 답했는데, 지난 2년간 실제로 어떤 구체적인 노력과 지원을 했는지 밝혀주십시오. 단순 독려를 넘어 행정·재정적 책임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4. 달빛어린이병원은 응급실 과밀화를 막기 위한 경증 소아환자 외래 진료 제도입니다. 그럼에도 구청이 계속 세브란스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24시간 진료가능한 것처럼 안내한 것은 제도의 취지를 왜곡한 행정아닌가요?
5. 2년 연속 서대문주민대회 주민투표 상위 요구이자 2,374명의 주민이 서명한 사안에 대해, 구청은 언제까지, 어떤 방식으로 야간·휴일 소아과 진료체계를 구축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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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어린이병원 지정, 쉽지는 않지만 그러나 행정이 주민의 요구에 엉뚱한 답변을 하며 최선을 다하겠다 거짓말해서는 안되지 않겠습니까. 서대문구의 엄마들은 공개질의에 대한 서대문구청의 답변을 기다립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서대문주민대회 조직위원회 소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