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9일, 무안공항에서 일어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예견된 비극이었지만, 추모 1주기를 앞둔 현재까지 방관과 무관심으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고 있습니다. 12월 1일부터 29일까지 일주일에 두 번 연재되는 여덟 편의 추모 시를 통해 책임자들에게는 제대로 된 반성과 처벌을 요구하고, 유가족들에게는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합니다. 여덟 편의 시는 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에서 기획한 추모 시집 <보고 싶다는 말>(안온북스)에 수록된 작품입니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가 열린 20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소중한
남은 자를 위한 기도문
- 박연준
죽음이 작은 종이 한 장이라면
날게 하소서
뒤집히는 종이 아래에서
누군가 아직 울고 있습니다
눈물은 슬픔이 고체이기를 포기한 상태
흐르는 고통은 죽음보다 맹렬합니다
사랑은 궁극의 가난*이오니
날아가야 한다면 가을 나뭇잎처럼
늙은 개의 한숨처럼
저녁 여덟 시 오십 분
골목을 휘젓는 비닐봉지처럼
가벼이
날게 하소서
죽음이 작은 종이 한 장이라면
기도하는 우리의 손바닥 사이에서
살게 하소서
죽은 자를 부르며 우리가 울 때
기도하는 손바닥 사이에서
그의 심장이 뛰게 하소서
소용없겠지만,
없을지라도
슬픔으로 벽을 짓고
영원히
살게 하소서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달걀과 닭>, 봄날의 책, 2019, 17쪽.
시인_박연준: 2004년 중앙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베누스 푸디카> <밤, 비, 뱀> <사랑이 죽었는지 가서 보고 오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