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대전·충남 국회의원들은 지난 1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대전·충남 통합으로 대한민국 균형성장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겠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 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대전·충남 국회의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균형 성장을 위해 대전과 충남의 통합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대통령은 또한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통합 자치단체의 새 수장을 선출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 차원의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행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은 이 제안을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위해 국회에 특별법안을 제출하는 등 추진해 온 김태흠 충남지사는 18일 SNS를 통해 "정부와 여당이 뒤늦게나마 통합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인식하고 전향적인 자세를 보인 점에서 다행이다"라며 "대전·충남 통합은 수도권 일극체제 심화와 인구감소 문제를 타개하고, 국가 균형발전과 지역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이어 "대전시와 충남도는 지난해 11월 행정통합 공동선언을 시작으로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며, 특별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한 상태"라며 "특별법에는 '대전충남특별시'의 행정·재정적 자치권 강화, 경제과학수도 조성, 시민 삶의 질 향상 등 257개 특례조항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대전·충남 국회의원들도 19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대전·충남 통합을 통해 대한민국 균형성장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들은 "수도권은 주거비 폭등, 극심한 교통 혼잡, 환경 부담 등 과밀화로 인한 문제가 누적되고 있으나, 지방은 인구 유출과 산업 공동화로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며 "지역 불균형은 이제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국가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과의 간담회를 통해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누었고, 수도권 과밀화와 지방소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며 국가 균형성장의 모델을 만들기 위해 대전·충남 통합 절차를 시작하기로 했다"며 "통합을 통해 산업·과학·행정·교통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초광역 성장 축을 구축, 충청권의 자립적 경제권을 형성하고 국가 균형성장 전략인 '5극·3특'을 효과적으로 작동시키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치적 목적에 따른 선언적 통합 법안 발의에 머무르지 않고,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실행 가능한 통합안을 마련하겠다.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 광역자치단체장 선출을 목표로 추진할 것"이라며 "주민 동의 없는 통합은 있을 수 없다. 중앙당과 시·도당 차원의 가칭 '충청특위'를 구성하고, 충분한 정보 공개와 공론화 과정을 통해 투명하고 책임 있게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지역사회 "주민 동의 절차없는 졸속 추진 안돼"
하지만 지역사회는 광역지방자치단체간 통합은 주민동의 절차 없이 졸속으로 추진할 문제가 아니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충남 예산군민 김미선씨는 "대전·충남 통합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수도권 균형발전을 위해 5극·3특 체제를 만든다고 하는데, 그럼 수도권에는 소외되는 곳 없이 모두 균형발전하고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수도권에도 경기도 연천군처럼 소규모 지역 주민들이 폐기물 매립장과 소각장 등으로 고통받는 곳이 있다. 충남에서는 세종시 인근 공주시와 내포신도시 주변 예산·홍성 등 농촌지역이 이미 신도시 건설로 공동화가 심각하다"며 "이 사안은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바로 추진될 문제가 아니다. 지역 국회의원들도 통합의 필요성과 효과를 주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남 홍성군 '농본' 대표 하승수 변호사도 <한국농어민신문> 기고에서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내용적으로나 절차적으로 문제가 많다"며 "대전과 충남은 지역적 정체성이 다르고, 통합을 해서 얻을 긍정적인 효과가 무엇인지가 불분명하다. 그저 규모를 키운다고 해서 지역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없다. 통합한다고 해서 일자리가 생기고,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이 갑자기 개선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창원·마산·진해 통합으로 만들어진 창원특례시는 통합 이후 인구가 계속 감소해 2024년 12월 기준으로 100만 명 이하로 줄었다. 2010년 통합 당시 108만1808명이었지만, 인구는 계속 감소했다. 이는 통합이 인구 감소나 지역 침체에 대한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또한 "광범위한 농촌 지역이 있는 충남과 동쪽 끝에 인접한 대전광역시를 통합해서 얻는 효과가 무엇인가? 오히려 농촌 지역과 중심부에서 떨어진 지역은 더욱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 혼란과 비효율, 부작용은 명확한 반면, 통합으로 인한 실질적 효과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하 변호사는 "지방분권을 위해 필요한 것은 헌법 개정과 지방분권 관련 입법이다. 통합이 해법이 아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절차다. 기존 김태흠 지사와 이장우 시장은 주민투표 없이 대전-충남 통합을 추진해왔다. '대충 통합하자'는 식이었다"며 "만약 이재명 정부도 이를 추진한다면, '국민주권'이라는 타이틀을 떼야 한다. 광역시·도 간 통합이라는 중차대한 사안을 대통령과 시장, 도지사가 마음대로 결정한다면, 국민을 단순한 통치 대상으로 보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그는 "통합을 추진하려면 먼저 주민투표를 통해 대전과 충남 주민들의 의견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광역지자체 간 통합을 주민투표 없이 추진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지방선거까지 불과 6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졸속으로 추진할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대전 지역의 김문교씨도 칼럼을 통해 "광역지자체 간 행정통합은 단순 행정구역 조정이 아니라 지역 정체성, 재정 배분, 행정 권한, 주민 삶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사안"이라며 "농촌과 산업도시가 섞인 충남에 대전을 합치면 농촌 지역이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 통합 주장은 희망적 기대일 뿐, 구체적 설계와 전략 없이 추진되는 것은 위험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 씨는 이어 "통합은 행정 편의가 아니라 주민 동의로 완성돼야 한다. 졸속 추진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 있다"며 "대통령의 개혁 의지가 잘못된 정책을 덮어주는 명분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개혁의 방향은 언제나 민주주의와 주민의 삶을 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홍주포커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