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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프부종 공기압 마사지 치료 장면. 림프부종은 평생 관리해야 하는 무서운 질병입니다. 치료시기 놓치지 말고 치료에 집중하셔야 합니다. ⓒ 김민정
"너무 아픕니다. 진짜 아픕니다. 하루종일 아픕니다."
누군가 나에게 요즘 좀 어떠냐고 물으면 곰곰 생각하다 이렇게 대답한다.
나의 질병이 더 이상 심해지지 않는 건 너무나 다행이지만, 그렇다고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 만큼이라도 살 수 있게 되었으면 매일매일 '감사합니다' 기도 드려야 할 텐데 벌써 불평불만을 늘어놓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내가 겪고 있는 이 질병은 무섭다.
암 수술 후 발병한 림프부종
유전성뿐만 아니라 암 수술 후에도 후유증으로 림프부종이 발생한다. 그러나 유전성 림프부종이 아닌 후유증 관련 림프부종은 희귀질환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유방암, 자궁난소암 같은 여성암인 경우 빠르면 수술 후 1년 이내,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여성 암 수술 후 5년 이내 양쪽 팔, 혹은 양쪽 다리를 중심으로 림프부종이 발생한다.
나는 2021년 6월 암 수술을 하고, 2022년 여름부터 서서히 몸의 변화가 감지되었다. 왼쪽 발등과 발목, 복숭아 뼈 부분이 조금씩 붓기 시작했다. 저녁에는 부었다가 아침이면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붓기만 하고 빠지지 않으면 더 큰 걱정을 했겠지만, 다음날이면 붓기가 빠지곤 했기에 방치했다. 부종이 왼쪽 발뿐만 아니라 오른쪽 발목으로 종아리로 점점 넓게 진행되었다.
처음엔 림프부종인 걸 몰라서 병원 무슨 과에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지 막막했다. 내분비대사내과 > 이비인후과 > 신경외과 > 혈액종양내과 > 신장내과 . 그러다가 드디어 재활의학과 진료를 보았다.
2024년 11월, 자궁내막암 수술 후 발생하는 양하지 림프부종 1기B 최종진단을 받았다.
압박스타킹을 착용하고, 레이저 치료, 공기압 마사지 치료, 유미조 마사지 치료, 붕대 치료가 무한반복됐다. 재활의학과 2주 집중 입원치료를 앞두고 나는 긴급하게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림프액이 몸 밖으로 새어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림프액이 몸 밖으로 새어나오기 시작하면, 삶의 질은 급격하게 떨어진다. 나의 경우에는 처음에는 붕대와 거즈로 새어나오는 림프액을 대처하다가, 점차 배출되는 양이 많아지면서 수건을 감아보기도 하고, 성인용 기저귀를 구입하여 둘둘 말고 있어보기도 하였다. 수건도 감당이 안 되고 기저귀도 감당이 안될 즈음에는 세숫대야에 발을 넣었다.
바깥 외출을 할 수 없음은 물론, 집안에서도 행동이 제한됐다. 마치 소변과 같은 액체를 여기저기 뚝뚝 흘리니 움직일 수가 없게 된다.
배출되는 림프액 양이 너무 많아 피부 바깥조직이 녹아내렸다. 피부괴사가 일어난 데 이어 엎친 데덮친 격으로 림프액 배양검사를 하였더니 녹농균이 발견 되었다. 녹농균 제거 수술도 해야 하고, 림프부종 관련 수술도 점차적으로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복병... 최후통첩
암 수술 후 찾아오는 후유증이 이렇게 무서운 또 하나의 질병이 될 줄은 몰랐다. 그저 암만 수술하면, 항암과 방사선 치료만 잘 받으면 5년 후 완쾌의 삶을 살 게 될 줄 알았다. 림프부종은 암을 겪으면서 생각하지도 못했던 엄청난 복병이다.
나처럼 림프액이 몸 바깥으로 새어나오는 상황이 도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림프부종의 발병만으로도 완치는 어렵다고 한다. 피부조직 괴사와 녹농균의 발견으로 나의 병은 쉽사리 해결방법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다리를 절단해야 할 수도,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는 최후통첩도 받았다.
암 진단을 받았을 때만 하더라도 '환자분 죽을 수도 있습니다' 라는 말은 듣지 않았는데, 암 수술 후 후유증으로 남은 생의 여명에 대한 권고를 받게 되었으니 후유증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암 수술시 임파선 절제 이력이 있다면 더 잘 관리해야 한다. 발목이든 종아리든 손등, 팔뚝의 어느 부위든 조금이라도 부종이 나타난다면 즉시 담당의 문의를 해야 한다. 어영부영 치료시기를 놓치면 정말 큰일이다.
림프부종으로 일상의 삶이 정지되어 희귀질환 가능 여부를 문의했으나, 이차성 림프부종은 희귀잘환의 대상이 아니라고 답변 받았다. 환자 스스로 잘 챙겨 지내길 간절히 기도하는 수밖에...
이 정도도 기적이기에
하마터면 다리를 절단할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은 나는 백방으로 수소문하여 새로운 의료진을 찾고 한달여를 기다린 후 치료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월수금 무조건 병원을 방문했고, 무한반복의 치료를 시작했다. 피부 괴사가 일어나는 상처 부위를 세척하고 소독하고 치료하고 세척하고 소독하고 치료하고.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계절이 어떻게 변화해가는지 알아차릴 여유도 없이 치료와 통증과의 지난한 싸움이었다.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피부 겉의 상처가 덜 아프기 시작했다. 움푹 패인, 자칫 뼈가 보일 수도 있었던 곳들에 조금씩 새 살이 차 오르기 시작했다. 남편도 나도 그리고 나를 치료해주신 교수님도, 우리는 기적을 보았다고 서슴없이 말 할 수 있게 되었다.
월수금의 치료일정이 조금씩 줄어들면서 바깥에는 겨울이 오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한 달에 한번씩 교수님께 숙제검사 받듯 치료 부위 확인을 위해 병원을 방문한다.
림프액이 또다시 바깥으로 새지 않게, 감염되지 않게, 상처 안이 곪지 않게 유심히 관찰하고 아프면 언제든 병원으로 달려와야 한다고 마치 어린아이에게 말씀 하시듯 내게 들려주신다.
평생 완쾌되지 않은 중병인 림프부종이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이만큼이라도 쾌유된 것이 기적이기에 앞으로 남은 생을 압박스타킹과 놓을 수 없는 긴장지옥에 빠져 살아야 한다 하더라도 지금은 이만큼 쾌유된 것에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