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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찬 광복회장나의 항일 답사 때마다 노잣돈을 후원해 주시다. 후일 '광복회 고문' 위촉장을 주시다. ⓒ 광복회 / 임소희
나는 지난 12일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일주일 째 집안에서 칩거 요양 중이다. 그런데 오늘 오후 3시, 강원지방 우정청 우표 발행 실무자 두 분이 내 집을 찾아오셨다. 최근에 이루어진 약속이 아니고 이미 예약된 약속이라 내방을 허락했다.
두 분 가운데 강원 우정청 장연옥 주무관은 여러 번 만나 낯익은 분이지만, 다른 낯 선 한 분은 새로 부임한 박나영 주무관이란다. 즉 지난번에 동행한 이시은 주무관은 그새 세종특별자치시 우정청 본부로 영전하시고, 그 후임으로 오신 분이라고 했다.
그 두 분이 내 집을 찾은 주 목적이다. 지난 '6월 보훈의 달'에 나의 자료 제공으로 발행한 6.25전쟁 기념 우표시트 후속 작으로 2026년 3월 3.1절 특집 '독립운동사 및 관련 사진 이미지'로 우표제작을 기획하고 있는 바, 나에게 자료 요청 도움을 청하고자 왔단다.

▲우정청 우표발행 장연옥(좌), 박나영(우) 주무관이 관련 자료를 살피고 있다. ⓒ 박도
내 감히 청할 수 없는 일이지만, 뜻밖에 반가운 소식이라 이전에 흔쾌히 방문을 허락했다. 나의 조그마한 수고로 얻은 자료들이 대한민국 우정청에서 우표로 발행된다는 것은 이 또한 가문의 영광이 아닌가. 장연옥 주무관은 지난번에 발행한 6.25기념 우표시트가 인기리에 발행, 판매도 매우 순조롭게 끝났다고 하면서 내년 3.1 절 기념 우표 시트 발행에도 적극 도와 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나는 새 천년을 앞둔 1999년부터 이후 약 20년 간 항일유적답사로 국외 중국 대륙을 4차례나 누볐고, 겸하여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발자취를 더듬고자 그분의 마지막 160일 간 발자취도 곧이곧대로 뒤따른 바 있었다.
그리고 국내의 항일유적지도 숱하게 누빈 바, 특히 호남 의병 유적지는 2007년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무려 8개월 동안 전라남북도 전역을 8차례나 답사했다. 그리하여 '호남 벌에 휘날리는 창의의 깃발 -누가 이 나라를 지켰을까'라는 단행본과 함께 답사 기간 내도록 <오마이뉴스>에 그 답사기를 인기리 연재하였다.

▲6.25전쟁기념 우표시트 ⓒ 박도
하늘이 허락하고, 땅이 돕고, 사람이 도와야
이러한 나의 행적을 훑어본 우정청에서는 아마도 적임자로 여기고, 그 자료 제공을 요청했나 보다. 그새 세월이 흘러 80세에 이른 지금의 나라면 도저히 그런 일을 엄두 낼 수도 없는 대장정이었다.
당시 드넓은 중국 대륙은 비행기로, 열차로 종횡무진 베이징 -> 상하이 -> 중국 동북 삼성의 항일유적지를 두루 탐방했다. 현지 젊은 안내 인조차도 빡빡한 일정에 헉헉 대며 주저앉는 데도 나는 홀로 산 정상에 올라 그 유적지를 카메라에 담았고, 그날 저녁에는 숙소에서 단 잠도 미룬 채 무딘 붓을 휘둘러 이른 새벽 송고했다.
아마도 그런 거칠고 고된 답사였기에 스멀스멀 소리 소문 없이 널리 알려져 80 고령의 강원 산골 문사에게 뒤늦은 귀한 청탁의 기회가 주어지나 보다. 두 분은 나의 노트북에 잠자고 있는 각종 사진 자료들을 살펴본 뒤 상의한 결과다. 우선 이달 말까지 내가 그 시안을 작성하여 우정청으로 보낸 다음, 내부 심사에서 통과되면 2월 중 발행을 시작하여 곧장 시판키로 잠정 합의했다. 그런 뒤 내부 심사 자료로 나의 저서 몇 권을 참고자료로 가져갔다.
사실 요즘은 출판이나 우표 시트 제작 같은 일은 매우 귀하고 성사되기 어려운 세태다. 지난 20 여 년, 청산리 봉오동 항일전적지 일대를, 호남의 산하를 주름잡아도 무탈했던 내 다리에 감사한다. 내가 요즘 뒤늦게 깨우친 바는 어떤 일이 성사되려면 하늘이 허락하고, 땅이 돕고, 사람이 도와야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호남의병 안내자고 고영준(좌) 선생과 홍영기(우) 순천대 교수 ⓒ 박도
나에게 그런 일을 하도록 허락해 준 하늘과 땅의 신에게, 그리고 직접 답사를 지도해 주시고 길 안내를 자청하며 앞장 서 주신 이항증, 김중생, 조세현, 고영준, 오용진, 김갑제 선생, 그리고 이 거룩한 일에 알뜰히 지도해 주시고 자문해 주신 순천대 홍영기 교수님, 전 동북아재단 장세윤 수석연구위원님, 그리고 이종찬 현 광복회장님, 이영기 변호사님, 황영구 치과원장님 등 여러분이 성원해 주시고 몰래 노잣돈을 내 주머니에 넣어주신 그 정성으로 큰일을 할 수 있었다. 감사의 인사를 뒤늦게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여러 어르신 지도와 성원으로 역사 현장을 두루 탐방할 수 있었습니다. 하늘에 계신 선열께서 느꺼워 귀하의 등을 두드려 주실 겁니다.
독자 여러분! 다가오는 3.1절 기념 우표 시트 발행을 기대해 주시고 시판하게 되면 기념으로 많이 구매해 주십시오.

▲청산리 전적지 목비청산리 항일 전적기념 목비로 이제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이 목비 대신 이후 돌 비석이 새로이 세워졌기 때문이다. ⓒ 박도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박도 페북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