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파주시 생활안정지원금 예산이 시의회 본회의에서 전액 삭감되었습니다. 이날 오전 진행된 파주시의회 제260회 제2차 정례회 제3차 본회의에서 파주시 예산안 2조3599억여 원 중 기본생활안정지원금 531억 원이 삭감된 채 처리된 것입니다.
예산 논의를 과정을 지켜보며 정말로 질문되어야 할 것들이, 질문되지 않은 것이 있어 아쉬움이 느껴집니다. 우리가 정말 질문해야 할 것은 "지급 하느냐 마느냐"가 아닙니다. "531억 원이라는 큰 돈을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써야 시민의 삶이 진짜로 나아지느냐"입니다.
같은 531억이라도 쓰는 방식은 무한히 다를 수 있습니다. 전액을 한 번에 모두 현금으로 나누어 줄 수도 있고, 일부는 직접 지원금으로, 나머지는 아동·청소년 의료비 지원, 돌봄 확대, 교통·주거비 완화 같은 상시 복지로 돌릴 수도 있습니다. 취약계층에게 더 많이, 더 오래 도움이 가도록 기준과 규모를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진짜 논쟁해야 할 지점은 이처럼 '구조와 설계'입니다. 그런데 시장은 일괄 지급 방식만을 택했고, 의회는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하는 대신 그 모든 가능성을 닫아버리는 전액 삭감을 선택해 문제가 발생했다고 봅니다.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는 양쪽 모두에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시장은 보편 지급의 필요성만 강조할 게 아니라, 같은 재원으로 더 약한 사람에게 더 많은 도움이 갈 수 있는 설계를 함께 고민했어야 합니다. "돈 선거를 막았다"는 정치적 구호와 "시민을 위한 지원"이라는 명분 사이에서, 정작 시민 삶을 어떻게 지탱하고 나아지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책임 있는 고민은 실종된 것이 아닌가 씁쓸합니다.
이번 삭감으로 생활안정지원금 예산이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민생예산을 앞으로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는 여전히 우리가 질문하고 답해야 할 과제입니다. 내년 추경이든 예산이든, 다시 민생지원을 논의하게 될 때 같은 방식을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이번처럼 "일괄 지급이냐 전액 삭감이냐"의 극단적 대립이 아니라, "누가 더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가", "어떤 방식이 더 지속가능한 도움이 되는가"등에 지역의 민생예산 활용의 철학에 합의가 필요합니다. 531억 원이라는 규모의 재원이 다시 민생을 위해 쓰일 기회가 온다면, 그때는 시민의 삶을 진짜로 나아지게 만드는 설계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냥 줘라"와 "삭감이 잘됐다" 사이의 단순한 양자택일이 아니라, "같은 돈으로 우리 동네 삶을 어떻게 더 안전하고 덜 불안하게 만들 것인가"를 함께 질문해야 합니다. 민생지원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께는 "그냥 줘라"를 넘어서, 어떤 사람에게 어떤 기준과 방식으로, 어느 정도 규모로, 무엇과 함께 설계되어야 하는지를 함께 토론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반대로 민생지원금에 회의적인 분들께는 "그 돈을 어디에 쓰는 것이 더 낫다고 보는지" 구체적인 대안을 논의했으면 합니다. 아동 의료비 상한제, 청소년 생리용품 보편지원, 돌봄·교통·주거 복지 같은 실질적인 제안을 함께 만들어 주십시오.
동일한 재원을 가지고도 더 약한 사람이 더 많이, 더 오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것이 정치가 고민해야 할 방향입니다. 예산의 숫자가 아니라 시민의 삶을 기준으로, 소모적인 정쟁이 아니라 설계와 대안을 들고, 끝까지 책임 있게 고민하고 제안하겠습니다. 시민 한 분 한 분의 목소리가 모일 때, 파주의 예산은 정치의 도구가 아니라 삶을 지키는 안전망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