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 JU동교동 니콜라오홀에서 리영희재단과 녹색전환연구소 주도로 '2025 기후저널리즘 심포지엄'과 '제1회 기후보도상 시상식'이 열렸다. 오용석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의 진행 아래 지정토론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김보현 뉴스민 기자, 남동진 고양신문 기자, 윤미 화성시민신문 기자, 한윤정 녹색연합 공동대표가 참여했다. ⓒ 공익저널 차종관
기후위기 보도는 단순히 '환경 섹션의 일부'가 아니라, 지역의 교통·산업·캠퍼스 의제까지 재구성해야 하는 저널리즘의 본령이라는 문제의식이 공유됐다.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 JU동교동 니콜라오홀에서는 리영희재단과 녹색전환연구소 주관으로 '2025 기후저널리즘 심포지엄'과 '제1회 기후보도상 시상식'이 열렸다. 사회자는 "기후위기 시대에 기후 저널리즘 논의를 확장하고, 이를 위해 노력한 언론인들의 노고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자 마련된 자리"라고 소개하며 행사를 시작했다.
축사에 나선 김병원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리영희 선생의 문제의식을 소환했다. 그는 "대다수 시민이 몰랐던 전술핵 위험을 고인이 보도로 드러내 공론장에 올렸던 것처럼, 기후위기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을 보여주고, 개인의 삶과 사회적 선택을 연결하는 저널리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후위기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사회를 움직이는 시스템 전체의 문제다. 언론이 역할을 포기하면 공포는 불안으로만 남고, 해법은 정치와 시장의 선택에 의해 좁혀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언론계에서 기후위기가 어려운 이유
언론계에서 기후위기 보도는 다루기 어려운 영역으로 치부된다. 사고와 재난이 터지면 잠깐 조명되다가 금세 사라지고, 산업·정치 의제에 밀려 구석으로 밀리기 쉽다. 무엇보다 기후 문제는 복잡하고 장기적이며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취재가 어렵다.
매일 새로울 것이 없고, 종말론적 정서가 수용자와 언론인 모두를 지치게 하며, 상업성이 약하고, 정치적 갈등 때문에 활동가로 오해받기도 한다는 지적은 해외 가이드북에서도 반복된다. 그래서 이날 심포지엄은 "기후저널리즘을 어떻게 다음 단계로 끌어올릴 것인가"를 묻는 자리가 됐다.

▲17일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 JU동교동 니콜라오홀에서 리영희재단과 녹색전환연구소 주도로 '2025 기후저널리즘 심포지엄'과 '제1회 기후보도상 시상식'이 열렸다. 김보현 뉴스민 기자가 '지역을 바꾼 뉴스 - 지역언론 기후보도 중요성'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모습. ⓒ 공익저널 차종관
첫 발제에 나선 김보현 <뉴스민> 기자는 지역언론의 역할을 "지역 문제를 지역의 언어로 번역하고, 정책의 숨은 비용과 대안을 드러내는 일"로 설명했다. 그는 <뉴스민>이 진행한 '기후로운 대중교통' 기획을 예로 들며, 경북 청송군의 '농어촌 무료버스' 정책을 1년 뒤 다시 추적한 이유를 "좋은 정책으로 소개하는 기사로 끝내지 않고, 기후위기 관점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관광객까지 무료로 탈 수 있는 버스 정책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교통체계가 실제로 승용차 의존을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낮추는 방향으로 설계돼 있는지, 지역 주민의 이동권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기자의 언어로 검증한 것이다. 그는 "기후 문제는 지역에서 더욱 구체적"이라며 "중앙의 거대 담론이 아니라 내 동네에서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를 묻는 보도가 시민 참여를 만들어낸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발제는 한윤정 녹색연합 공동대표가 맡았다. 그는 "기후보도가 단순히 '위기의 전달'에 머물지 않고, 실천과 정책 변화를 촉진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후저널리즘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원인·영향을 폭넓게 다루는 포괄적 접근이라면, 저탄소저널리즘은 온실가스 감축과 배출량 분석, 탄소중립의 구체적 경로를 파고드는 실천적 영역"이라고 구분했다.
그는 특히 ▲과학적 사실 기반 보도 ▲기업·정부의 그린워싱 점검 ▲언론사 내부 탄소배출 저감 등이 함께 가야 저널리즘의 공신력이 생긴다고 짚었다.
한윤정 공동대표는 "기후위기 대응 실패를 비판하면서, 같은 신문에서 자동차 판매 호황을 축하하는 식의 편집은 독자를 당황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기후가 환경부서의 의제가 아니라 편집국 전체의 기준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전기요금·세금·교통요금 같은 현실의 비용을 끝까지 따라가 '누가 얼마나 부담하고, 누가 어떤 혜택을 얻는지'를 보여주는 보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7일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 JU동교동 니콜라오홀에서 리영희재단과 녹색전환연구소 주도로 '2025 기후저널리즘 심포지엄'과 '제1회 기후보도상 시상식'이 열렸다. 순서대로 ▲김병원 녹색전환연구소 소장 ▲남동진 고양신문 기자 ▲오용석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 ▲윤미 화성시민신문 기자 ▲한윤정 녹색연합 공동대표 ▲윤지로 클리프(Climate in Fact) 대표 등의 모습. ⓒ 공익저널 차종관
현실과 맞서는 취재
오용석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이 진행한 지정토론에는 김보현 기자, 남동진 <고양신문> 기자, 윤미 <화성시민신문> 기자, 한윤정 공동대표가 참여했다. 토론자들은 지역에서 기후를 취재하는 일이 단순한 '아젠다 설정'이 아니라 현실의 제약과 싸우는 일임을 강조했다.
기후 문제는 곧 산업 정책, 교통·도시계획, 지역의 고용과 생계로 연결된다. 따라서 기자는 단순한 찬반 프레임을 넘어 감축을 요구하는 기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감축이 '가능해지는 조건'을 찾아야 한다.
토론자들은 "시민이 자발적으로 차를 내려놓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 정책의 출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후보도가 행동을 촉구하려면, 생활세계의 선택지를 바꾸는 구조를 취재해야 한다는 의미다. 동시에 활동가·기업·정부가 언론을 자기 편으로 끌어가려는 압력 속에서 기자가 사실과 공정성을 지키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제시됐다.
심포지엄의 문제의식은 이어진 시상식의 심사기준과도 무관하지 않았다. 제1회 기후보도상에는 총 41건이 접수됐다. 심사평을 맡은 윤지로 클리프(Climate in Fact) 대표는 "기사의 홍수 속에서 '내 기사를 봐달라'고 말하려면 결국 새로움이 필요하다"며 독창성과 기획력, 사실 검증과 탐사성을 강조했다.
기후위기는 늘 존재하지만, '늘 같은 기사'로는 사회를 움직일 수 없다는 판단이다. 윤 대표는 "건강한 경쟁이 있어야 기후보도의 지평이 넓어진다"며 "시상이 순위 매기기가 아니라 취재 생태계를 키우는 장치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속적 취재의 힘
시상 뒤에는 배보람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이 진행하는 대담이 이어졌다. 수상자들은 취재 과정에서의 고민과 후속 과제를 공유했다. 배 부소장은 "한 번 잘한 뒤 사라지는 보도보다 2030년과 2050년을 향해 오래·깊게 가는 보도가 중요하다"며 "기자들이 지속적으로 취재할 수 있도록 마중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언론계가 기후위기를 외면하지 않고 현장에서 목소리를 기록하며 대안을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며 "시민 참여와 사회적 공론화를 이끌어내는 기후 보도가 더 넓고 깊게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내년에도 기후저널리즘 논의와 지원을 이어갈 예정이다.

▲17일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 JU동교동 니콜라오홀에서 리영희재단과 녹색전환연구소 주도로 '2025 기후저널리즘 심포지엄'과 '제1회 기후보도상 시상식'이 열렸다. 제1회 기후보도상은 ▲CBS 노컷뉴스 박기묵 부장, 최원철 기자, 장윤우 기자, 강석찬 기자 ▲고양신문 남동진 기자, 김현정 인턴기자, 김진이 선임기자 ▲이종호 울산저널 기자 ▲송수림 서울대저널 기자 등이 수상했다. 수상자들이 상패와 꽃다발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 공익저널 차종관
중앙언론 부문 수상작은 CBS 노컷뉴스의 'AI 패러독스: 편리함 중독, 빨라진 기후위기'였다. 산업·기술 혁신의 언어로만 소비되던 인공지능을 기후위기 관점에서 재조명했다는 평가다. 'AI가 인간의 일을 덜어준다'는 낙관 이면에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탄소배출, 자원 채굴과 폐기물까지 연결해 묻는 질문은 결국 '기술은 누구의 편의가 되고, 그 비용은 어디로 전가되는가'라는 기후정의 문제로 이어졌다. 기후보도는 이제 단순한 온도 상승이 아니라 기술·경제 시스템의 구조적 전환을 취재해야 한다는 통찰을 보여준다.
지역언론 부문 공동 수상작 중 하나는 <고양신문>의 '온실가스 1/3이 도로에서 발생하는 고양, 교통정책 전환 없이 탄소중립 어렵다'였다. 이 보도는 '승용차 줄이자'는 캠페인을 넘어 도시 이동이 어떤 방식으로 조직돼야 하는지 설계 문제를 전면에 놓았다.
남동진 기자는 해외 도시의 차 없는 도심 사례를 떠올리며 "자동차 대신 자전거와 대중교통으로 움직였던 며칠이 오히려 평온했다"고 회상했다. 기후위기의 해법은 결국 '개인의 도덕'이 아니라 '도시의 규칙'이라는 점이 지역언론에 의해 드러난 것이다.
다른 공동 수상작은 <울산저널>의 '부유식 해상풍력 성공, 배후 제조 기지에 달렸다'였다. 해상풍력 단지를 단순한 전력 생산 현장으로 보지 않고, 지역 산업 재편과 에너지 주권, 노동 전환이 교차하는 '정의로운 전환의 실험 무대'로 조명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이종호 기자는 "울산의 분산에너지 정책이 흔들리며 진척이 더딘 현실을, 선언과 실행 사이의 간극을 기자의 시선으로 붙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가 '찬성·반대'의 구호가 아니라, 지역경제와 산업 생태계를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지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기후보도의 복잡한 연결고리, 시민이 이해할 수 있게 해야"
대학언론 부문 수상작은 <서울대저널>의 '서울대, 이제는 탄소중립으로 기어를 바꿀 때'였다. 대학 최초의 탄소중립 학생협의체 구성 과정과 기관 책임 구조, 탄소배출권 거래의 한계, 캠퍼스 차원의 탄소중립 전략을 심층 인터뷰와 자료 분석으로 제시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무엇보다 기자의 문제의식은 '좋은 선언의 함정'에 있었다.
송수림 <서울대저널> 기자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외부에서 돈을 내고 크레딧을 사오는 방식으로 흘러갈 경우, 실질적 변화 없이 면죄부를 얻는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서울대의 산림자원이 실제로 어느 정도의 흡수 기능을 하는지, 배출량과 비교해 상쇄가 얼마나 가능한지 더 파고들겠다"고 후속 계획을 밝혔다.
이어 "탄소중립 학생협의체가 내부에서만 되풀이해온 논의를 더 넓은 학생사회로 번역하고, 대학이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지 공론화하는 기사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현장을 참관한 한 기자는 "기후보도의 복잡한 연결고리를 시민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풀어내는 것이 저널리즘의 일인 듯 하다"라며 "현장에 가서 자료를 확인하고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시도를 이어가겠다"고 소회를 전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공익저널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