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원앙 먹이주기볍씨를 먹는 원앙과 철새들 ⓒ 최종인
물총새 한 마리가 어린 소년의 시야에 들어옵니다. 파란빛 등과 오렌지색 가슴, 길쭉한 부리는 물가를 향해 있습니다. 쌍안경을 들고 옆에서 같이 바라보는 소년의 아빠도 난생 처음 보는 물총새에 흥분했습니다. 순간, 물총새는 잽싸게 사냥감을 낚아채고, 강가에서 멀리 지켜보던 이들 사이에서 감탄사가 터집니다.
"새들 수컷은 왜 화려할까요? 암컷 꼬시려고 그런 것 같아요? (좌중 웃음) 사실 알고 보면 슬퍼요. 수컷은 화려한 색으로 적들을 유인해서 가족을 보호하는 거예요."
토크 콘서트에 나선 산새마을 도연스님이 새들의 내밀한 삶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모여든 사람들은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지난 주말인 13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성동구에 있는 중랑천 하류에서 특별한 축제가 열렸습니다. 멀리 서해나 남도로 가야 있을 것 같은 철새 축제가 서울 한복판에서 열렸습니다.
물론 규모는 다릅니다. 가창오리나 큰기러기 같은 새들 수만 마리씩 보는 축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수백 마리 새들을 맘껏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천연기념물 제327호인 원앙이 겨울철이면 이곳 중랑천으로 도래합니다. 우리 곁에서 살아가는 새들을 환영하자는 마음으로 '성동원앙축제'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성동원앙축제라고 하지만 원앙만이 주인공은 아닙니다. 원앙은 (특히 수컷) 화려한 외모로 사람들의 관심을 끄니까 알기 쉽게 정한 것입니다. 하지만 철새보호구역 1호와 3호가 있는 중랑천 하류 구간에는 비오리, 흰죽지, 흰빰검둥오리, 넓적부리, 물총새, 물닭, 왜가리 등 40종 가까이 다양한 새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들 모두를 위한 '중랑천 버드 페스티벌 성동원앙축제'입니다.
중랑천에서 만나는 생명들

▲원앙축제 개막식에서<중랑천 버드 페스티벌 성동원앙축제 2025>를 준비한 사람들과 ⓒ 나종민
성동 원앙은 작년에 좀 유명세를 탑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중랑천에 온 원앙을 SNS에 소개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원앙 사진을 찍으러 '사진족'들이 성동교 인근에 몰려들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고 지나다 세우고 강가를 호기심에 바라보는 시민들도 늘어납니다. 동시에 중랑천에서 생태보호 활동을 하는 한강조합과 같은 단체는 원앙이 진짜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지 살펴봐달라고 호소하게 됩니다.
양 옆으로 동부간선도로와 자전거도로, 그 옆의 산책로가 이어진 중랑천변. 그 강에 다양한 야생 동물들이 살아간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몇 년 전부터 중랑천에 와서 성동구, 지역사회, 자원봉사자들과 협력하여 이곳 중랑천의 생태를 가꾸는 일을 했습니다.
하천 쓰레기를 치우고 생태교란종을 걷어내고 습지를 조성하고 나무를 심었습니다. 수달 집을 짓고 새들 먹이를 줬습니다. 그러자 놀랍게도 수달, 삵, 맹꽁이와 같은 멸종위기종들이 돌아옵니다. 풀무치, 고추잠자리 같은 보호종도 생겨나고 두꺼비, 참개구리도 살아갑니다.
원앙은 10월 중순부터 날아와서 살기 시작합니다. 겨울철 새들은 누구나 먹이가 부족합니다. 볍씨나 배추 같은 걸 주면 그들의 겨울나기가 좀 수월하죠. 새들의 밥을 뿌려주고 가림막을 쳐줍니다. 안심하고 먹으라는 배려입니다. 그러자 점점 더 많은 수의 새들이 중랑천에 살러 오게 됩니다.
"선의가 모인 작은 마을"

▲탐조대회 전문강사들탐조대회를 기획한 에코샵홀씨 양경모 대표가 강사들을 소개하고 있다. ⓒ 박경화
성동원앙축제의 하이라이트는 탐조대회입니다. 눈비가 내리고 난 일요일 추운 날씨에도 100명이 넘는 가족이 모였습니다. 탐조대회를 기획하고 준비한 에코샵홀씨 양경모 대표의 원칙은 분명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새를 사랑하게 하자', '경쟁과 비교가 아니라 누구나 상을 받을 수 있는 그런 대회를 만들자'… 그는 에코샵홀씨에서 만든 생태환경교구재 선물을 넉넉히 마련했습니다. 상은 팀별로 줬는데, 특이한 새를 탐조하거나 한 팀에게 주는 게 아닙니다. 가장 많은 개체수 (635마리)를 기록한 팀, 원앙을 가장 많이 본 팀 (303마리) 등이 상을 받았습니다. 대회를 이끈 강사에 대한 재치있는 퀴즈를 내고 맞추면 또 상을 주고요.
"세상의 모든 선의가 모인 작은 마을 같았어요."
올해 성동원앙축제 준비위원장을 맡은 이은진 플랫폼C 대표의 말입니다. 성동구 관내의 서점, 시민단체, 성동희망나눔, 주민 모임, 동아리들과 에코피스아시아 같은 환경단체들이 부스를 운영하며 시민들을 맞았습니다.

▲맹꽁이 서당팀의 체험 부스원앙축제에 참가한 '맹꽁이 서당' 체험부스에서는 중랑천 생태 퀴즈를 풀었다. ⓒ 나종민
수달 퀴즈를 풀고, 새소리를 들어보고, 환경그림책을 읽었습니다. 뜨끈한 어묵에 호두과자를 나누어 먹고, 새들을 보러 쌍안경을 들고 줄을 지어 강가로 갔습니다. 그렇게 주말 내내 축제를 치르다 보니 서로 정이 도탑게 쌓였습니다. 내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을 초대하고 더 멋진 축제로 만들자고 약속하기도 합니다.
이런 축제를 하면 뭐가 좋을까요? 우리는 이런 축제가 새들도 우리 사람들도 조금은 더 행복하게 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축제의 슬로건은 '우리 곁의 원앙, 지키고 누리는 아름다움'이었습니다. 우리 곁에 와있는 새들을 알아차리고 관심을 가지는 일, 그들의 삶터를 존중해주는 일, 그리고 매일의 일상에서 지칠 때 조금 멀리 떨어져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그들을 망연히 바라보는 일, 새들을 보며 쉼과 위로를 얻는 일, 그런 것들이 가능하게 합니다.
올해 중랑천 버드 페스티벌 성동원앙축제는 막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새들을 관찰하고, 새들을 먹이거나 서식지를 지켜주는 일은 겨울 내내 이어갑니다. 새들도 같이 안심하고 사는 세상이 인간들에게도 좋은 세상이리라 믿습니다. 이곳 성동 중랑천에 오시면 누구나 '선의로 모인 작은 마을'의 주민이 될 수 있습니다.

▲탐조대회애서 본 새들탐조대회 참여자들이 바라본 새들 ⓒ 염형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사회적협동조합 한강' 뉴스레터 한강편지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