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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6개월에 한 번씩은 정수리에 물을 묻혀야 했어요."

무슨 뜻인지 묻자, 바다를 너무 좋아해서 바다에 몸을 넣은 채 살고 싶다는 뜻이란다. 대체 바다가 얼마나 좋으면 그럴 수 있을까 의아하고 궁금했다. 이 말의 주인공,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의 창립 멤버이자 상근활동가인 신주희 님(아래 주희)을 12월 초에 만났다. 그는 이달 말로 2년 반의 파란 사무국 상근 활동을 접고 새로운 출발을 한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새롭게 꿈꾸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만나 들어 보았다.

 2020년 제주 바다 조간대 조사하는 모습
2020년 제주 바다 조간대 조사하는 모습 ⓒ 신주희

- 주희님에게 바다란 무엇일까 매우 궁금합니다. 우선 바다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어떤 장면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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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첫 다이빙했을 때, 바다에 풍덩 들어갔던 그때가 기억에 선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바다에 들어가는 과정이 되게 혹독했어요. 스무 살에 대학에 갔는데 자연과학 학부로 들어가니까 아직 과가 정해지지 않은 거예요. 선배들이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포스터 붙여 놓고 서로 막 오라고 했어요. 어느 날 이렇게 지나가는데 '스킨스쿠버 학회' 이게 딱 눈에 들어오는 거예요. 그 순간, 내가 서른 살쯤 되었을 때 취미가 스킨스쿠버라고 하면 너무 멋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 자기 멋에 취해 스킨스쿠버 학회에 들어 갔고, 과를 해양학과로 정하고 다이빙을 시작했어요. 다이빙 훈련을 5미터 풀 있는 수영장에서 하는데 잠영에, PT에 몸을 마치 무슨 철인 만들 듯이 훈련을 받았어요. 힘든 과정을 거쳐 테스트에 합격하니 제주도 바다에 데려가 주더라고요. 문섬 새끼섬에서 첫 다이빙을 했죠. 초보 다이버니까 선배가 손을 잡고 같이 안내 줄을 따라 다이빙 하는데 그 바닷속이 너무도 신기한 거예요. 바다는 맑고 투명하고 쨍한 푸른색이었어요. 그때는 산호가 눈에 들어오기보다는 나를 둘러싸고 이리저리 도는 물살이들에게 눈이 더 갔죠."

- 그게 언제 쯤의 일이죠?

"2005년 7월 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올 여름 스쿠버다이빙 강사 자격증을 땄는데요. 스쿠버다이버로서 제주 바다에 들어간 지 딱 20년 만에 강사 자격증을 따게 되었어요."

- 스무 살부터 바다를 동경하더니 제주 문섬 바다에서 다이빙으로 첫 입수하고, 근처에 사무실을 둔 파란 사무국에서 일하면서 문섬, 범섬 바다를 내내 헤집고 다니다 이젠 강사 자격증까지 취득하다니요. 대단한 인연이 아닐 수 없네요. (같이 박수 치고 웃음)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어요?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에서 활동가로 일합니다. 파란의 창립 멤버로 준비 과정부터 지금까지 계속 함께 일하고 있는데요. 주로 맡은 업무는 제가 자식처럼 생각하는 산호탐사대, 그리고 올해 시작한 상괭이 편 활동과 회원 활동 지원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 그 이전에 어떤 일들이 있어 여기까지 오게 된 걸까요?

"저는 계획하고 사는 사람이 아니에요. 순간 순간 하고 싶은 것들을 선택해 살아왔는데 지금 돌아보니 뭔가 한 줄기 맥락이 있는 것 같아요. 스쿠버다이빙이 좋아 해양학과에 들어갔고 첫 다이빙 하고 나니 바다가 너무 좋았고 졸업 이후 해양 관측 장비 관련 무역회사에서 근무했어요. 3년 반 정도 일하며 최우수 사원으로도 선정됐는데 너무 과하게 일하다 보니 번아웃이 오더라고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사직하고 여행을 떠났어요. 다니던 회사 사장님이 보내준 건데, 그 당시 필리핀에 큰 태풍이 왔고 마을이 다 무너져 학교를 다시 세우는 중이었어요. 이를 돕는 자원봉사에 참가하는 여행이었어요. 그런데 운명처럼 거기에서 '이매진피스'란 단체를 만나게 되었죠. 이매진피스랑 함께 집을 짓고 이후에 산속의 마을로 들어가 주민들과 만나는 여정이었는데 그곳의 활동가들이 사람들과 관계 맺는 방식이 너무 특이하고 신기하고 재미있었어요. 그동안 내가 알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얘기하는 거예요. 그래서 이후엔 이매진피스의 여행을 따라가게 되었습니다. 제 삶이 엄청 변화하게 된 계기였죠."

 아시아 공정여행 중
아시아 공정여행 중 ⓒ 신주희

- 이매진피스의 어떤 점이 그렇게 매력적이었나요?

"아시아를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된 것 같아요. 이전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시아를 여행할 때 가난한 나라로 무시하며 소비의 대상으로 삼는 여행이었다면 이매진피스의 여행은 아시아를 존중하는 시각을 갖게 하더라고요. 그들의 엄청난 역사성, 예술성, 관계성을 보며 함께 먹고 노래하고 춤추고 관계 맺으며 그들을 존중하게 만드는 거예요. 그게 제가 세상을 보는 눈을 바꾸게 했어요.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이매진피스와의 여행으로 광주에서 그리고 제주에서 4.3을 처음 배우게 되었죠. 덕분에 평화, 인권, 사회, 환경 이슈 등에도 관심이 생겼어요."

원 없이 바다에 들어 간 이유

 제주 바다에서 수중 조사하는 모습
제주 바다에서 수중 조사하는 모습 ⓒ 신주희

-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시작된 건가요?

"대학원에서 아시아비정부기구학을 공부해 2019년 석사 학위를 받았는데 그 무렵 그레타 툰베리 뉴스가 들리기 시작했어요. 기후위기 문제로 학교에 안 가고 시위하는 모습이요. 그리고 보니 내내 기후위기 이슈가 터져 나오더라고요. '산호초를 찾아서'라는 산호 백화 현상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고 충격을 많이 받았어요. 내가 할 수 있는게 있을까, 그러고 있는데 제주 제2공항 반대운동을 엄청 열심히 하던 녹색연합을 만나게 된 거예요. 녹색연합 활동가 수연(현재 파란 센터장)과 도다리(파란 전문위원 윤상훈)를 만나 해양 관련 활동 이야기를 들었고요. 이런 일을 해야겠다 싶었고 이후 녹색연합에 인턴으로 들어가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 파란을 만들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말씀해 주세요.

"녹색연합에 들어가 제주를 한 바퀴 돌며 연안의 갯녹음 조사, 구멍갈파래 조사 같은 활동을 했어요. 제가 녹색연합에 들어가기 한참 이전부터 녹색연합은 제주 해군기지 반대 운동으로 강정 앞 바다의 산호조사 활동을 해왔어요. 시작은 해군기지였지만 10여 년을 관찰하니 제주 바다의 변화, 산호의 변화를 모니터링하는데 바다가 너무 빠르게 변하는 거예요. 그러한 흐름에서 중요한 기초 생태계인 산호를 중심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모니터링을 해보자, 이렇게 의견이 모아지더라고요. 처음 시작은 제주 산호의 존재를 알리는 작업이었어요. <ㅈㅈㅅㅎ, 제주산호에 대한 모든 것>이라는 책을 만들었어요. 1년~2년 정도 한달에 2주 정도씩 제주를 오가다, 막판에는 몇 달 함께 합숙하며 파란의 설립을 준비하고 2023년 7월 8일 창립총회와 함께 파란이 시작되었지요."

- 창립부터 지금까지 파란에서 활동하며 어떤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지요?

"대학 시절 매해 두 번씩 제주바다에 들어갈 때, 지금과는 달랐던 그때의 바다를 사진으로 남겨 두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늘 아쉬움이 있었어요. 머릿속 기억에 남아있는 것들을 기록해보고 싶었는데 파란의 산호탐사대에서 지금 그걸 하고 있잖아요. 하고 싶던 일을 하는 이 상황 자체가 너무 뿌듯하고 행복해요. 원 없이 바다에 들어가고 같은 관심으로 다이빙하는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고 워크숍 하고 그런 걸 좋아하는데 파란에서 다 하니까 더할 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 정말 그런 것 같네요. 산호탐사대 이야기를 하는 주희 님의 얼굴이 행복에 가득 차 보여요.

"아쉬움도 있습니다. 제가 아니라 더 능력 있는 사람이 맡았다면 산호탐사대가 더 확장해 나갈 수 있을 텐데 제가 담당이어서 그렇지 못했던 것 같기도 해요. 제주 지역 곳곳에 산호 탐사대 확장판을 운영하고 싶었고 그런 요구도 있었는데 부응하지 못했어요. 저 스스로 이런저런 기준을 가지고 제 안에 갇혀서 계획대로 하지 못한 점, 그런 게 아쉽습니다."

- 파란에서 이제 퇴직을 하시는데요. 왜 그만두시는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오랫동안 고민했는데 공부에만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더라고요. 바다와 산호를 좀 더 깊이 있게 공부하고자 합니다. 제주 구좌에 있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주연구소 석사 과정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파란의 활동가로 살며 바다에서 얻은 수많은 정보와 자연의 변화를 보다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이런 것들을 잘 모아 이야기로 다듬어야겠다, 그러려면 집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내려지더라고요. 어떤 요소로 인해 생태계의 변화가 일어나는지 잘 기록해 정량적으로 나타내고 싶고 시민 과학자들과 협력해 조사를 준비해 보고 싶기도 해요."

"희망을 잃지 말자"

 2021년 거리에서 피케팅 하는 모습
2021년 거리에서 피케팅 하는 모습 ⓒ 신주희

- 그토록 열망하는 공부, 새로운 출발을 응원합니다. 기후위기를 절감하며 살아가는 지금의 사람들을 위해 도움이 될 만한 책 하나 추천해 주시겠어요?

"<불타는 지구에서 다르게 살 용기, 새로운 전환의 서사를 위하여>를 추천합니다. 저자가 조효제 교수님인데요. 저도 며칠 전에 사서 아직 다 읽지는 못했지만 주말 사이 단숨에 3분의 1 정도를 읽었어요.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탄소자본주의 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이에요. 민주주의, 노동, 여성, 인권, 평화, 정의와 같은 사회문제(사회 시스템)와 생명, 생태, 비인간과의 공존 등의 기후생태 문제(지구시스템)가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정의로운 전환, 탈성장, 포스트 성장, 에코페미니즘 등 분절적으로 익혀왔던 것들이 어떻게 생태문명 전환의 과정에서 통합될 수 있을지를 다룹니다. 경어체로 글이 쓰여 있는데, 예전에 성공회대에서 인권 수업을 들을 때 차근차근 설명해 주시던 교수님 말투 그대로여서 너무 반갑고, 이해도 정말 잘되었어요. 개인적으로는 20대에 해양과학을 공부했다가, 30대에 시민단체에서 사회 문제들을 진하게 흡수하고 다시 40대에 과학 가까이 가려 하는 제 행보를, 스스로 더 이해하게 되어서 좋았어요.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대로 사회 문제와 기후생태문제의 경계를 허무는, 그런 것을 하고 싶은 거구나 깨닫게 되었어요."

-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제주 바다에 대한 바람이 있나요?

"지난해 여름 이례적으로 높았던 수온으로 연산호들이 녹은 것처럼 부숴지고, 해조류들이 사라지고, 백화 현상이 일어났는데 올해 그 자리를 쭉 돌아보니 다시 회복되었더라구요. 비어있던 조간대에 모자반도 다시 출렁거리고, 사라졌던 미역이 다시 났다는 이야기도 들렸어요. 회복되는 바다를 보며 그래도 바다가 아직 죽지 않았다, 아직 기회가 있다 그런 생각을 했어요. 지난해 여름 바다를 보며 절망하고 그게 계속되나 싶었는데 올해 수온이 좀 나아졌다고 바다가 다시 살아 돌아오더라고요. 힘든 상황에도 살아남은 아이들이 잘 버티고 잘 자라났구나 싶었어요. 그러니 희망을 잃지 말자 그런 바람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뉴스레터에도 실립니다.


#제주바다#기후위기#해양시민과학센터파란#산호탐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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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제주바다에서 기후위기에 맞서는 사람들

젠더, 생태, 평화, 인권에 관심을 갖고 활동해 왔으며 현재 제주에 살고 있다. 섬과 뭍을 오가며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잇는데 시간을 보내는 삶을 만끽하는 중. '홍시'라는 별칭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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