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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시의회.
대구시의회. ⓒ 조정훈

대구시의회가 8년 만에 다시 발의된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를 또다시 미루면서 지역 시민사회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청소년 노동을 혐오하는 발언까지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대구시의회는 지난 16일 경제환경위원회를 열고 김정옥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대구시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 및 증진 조례안'에 대해 심사했으나 '유보' 결정을 내렸다.

김 의원은 조례안 제안 이유로 "청소년은 사회 경험과 법률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노동 인권 침해 및 열악한 노동 환경에 쉽게 노출됨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청소년 노동자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성장하며 노동을 통해 올바른 사회구성원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청소년의 성장과 인권 증진에 기여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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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례안은 청소년 노동 인권 보호를 위해 기초자료 확보를 위한 실태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고, 표준근로계약서 보급, 상담 체계 구축, 교육 및 홍보 등을 명시해 청소년의 노동 환경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도록 했다.

또 청소년 노동인권 친화 사업장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사업자로 하여금 청소년 노동인권의 자발적 보호 노력을 유도할 수 있도록 했다.

"아이들 잘못 풀리면 사회 악순환" "공부 취미 없는 학생들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조례 심사를 앞두고 김재용 국민의힘 경환위원장을 비롯해 일부 위원들은 혐오세력으로부터 많은 문자를 받았다고 밝혔다.

김재용 위원장은 "문자 주신 분들의 우려가 있다"며 "교육감 권한 영역과 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했고, 박종필 의원은 "이 조례 때문에 문자를 많이 받았다"며 '청소년 노동 인권'이라는 말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반면 박기환 대구시 경제국장은 "무리한 주장"이라며 "조례명에 노동인권이라는 말이 들어가서 좀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게 아닌가 추측된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전국적으로도 12개 특광역시에 벌써 제정이 돼 있다"며 "법률적으로도 법무담당관실을 통해 자문을 거친 부분이기 때문에 이쪽(혐오세력)에서 주장하는 부분이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의원들도 상식에 어긋나는 질문을 하며 물타기에 나섰다. 이태손 국민의힘 의원은 "가정환경이 어렵거나 공부가 취미가 없는 학생들이 하는 것 아닌가"라며 "아이들이 잘못 풀리면 사회 악순환이 되고 우리 사회가 더 어지러워진다"고 말했다.

윤권근 국민의힘 의원은 "학생들이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게 핵심"이라면서도 "노동법에서도 보호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경제환경위원회는 정회 후 위원들끼리 논의를 거쳐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노동법에서 이미 노동자의 권익 보호 사항을 명시하고 있고, 청소년 노동인권에 대해서는 대구시가 지원해줄 수 있는 방안이 실질적으로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대구시의회는 청년의 노동 현실을 외면하지 말라"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가 대구시의회에서 부결된 것은 지난 2017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이다.

대구시의회가 조례안을 유보하기로 하자 지역 노동단체와 정치권은 성명을 내고 대구시의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는 17일 성명을 통해 "대구·경북 대학생·청년 노동인권 사업단이 2025년 실태조사를 한 결과 대구·경북 대학생·청년의 41%가 일터에서 임금체불, 최저임금 위반, 근로계약서 미작성,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등에 노출돼 있다"고 주장했다.

또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이 지난 7월 14일부터 2주간 진행한 대구경북지역 대학가 등의 편의점, 카페를 대상으로 한 근로감독에서도 225개 사업장 중 75개 사업장에서 임금체불과 최저임금 위반이 적발되는 등 청년의 노동현실이 확인됐다고도 했다.

대구본부는 "대구시의회는 중앙정부에만 역할을 미룰 것이 아니라 조례 제정을 통해 대구시가 청년의 노동 인권 보호와 노동법 위반에 대한 예방사업에 나설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의당 대구시당도 "대구의 '청소년 노동인권조례' 유보 결정은 '어깃장'에 불과하다"며 "투표권 없는 청소년은 있어도 인권 없는 청소년은 없다. 청소년 노동인권조례를 재부의해 심사하라"고 촉구했다.

대구시당은 "아르바이트를 비롯해 일을 하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으며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한 청소년들의 노동은 어른들의 노동만큼 절박하다"면서 "그 과정에서 일하는 청소년들에 대한 임금체불이나 노동법 위반 사례가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효성이 없다'고 말하는 시의원들은 대체 어떤 현실 속에 있단 말인가"라며 "'상위법이 있으니까'라고 한다면 거의 대부분 지방자치단체 조례는 상위법의 위임을 받으니 '지방의회가 필요 없다'는 말과 같다"고 비판했다.

#청소년노동인권조례#대구시의회#경제환경위원회#혐오세력#노동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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