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s) 섭취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둘러싼 연구 결과들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과자·냉동식품·가공육류·가당 음료 등으로 대표되는 해당 식품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11월 미국 의학 학술지 'JAMA Oncology'에는 초가공식품 섭취가 50대 미만 여성의 대장암 전 단계 병변인 대장 용종 발생 위험과 연관됐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이에 앞서 2024년 5월 영국 의학저널 'BMJ'에 발표된 연구에서도 초가공식품 소비 비중이 높은 집단에서 심장병과 당뇨병, 사망 위험이 함께 높아지는 경향이 관찰됐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들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어떤 제품이 더 주의가 필요한지'를 두고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초가공식품은 정제당, 합성 감미료, 향료, 가공조미료 등 산업적 성분이 사용된 식품을 말한다. 이 개념은 브라질 상파울루대학교의 카를로스 몬테이루 교수가 2009년 국제 영양학 학술지 Public Health Nutrition에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제시한 식품 가공도 기준으로, 식품을 가공 정도에 따라 네 단계로 구분하는 'NOVA 분류체계'의 4단계에 해당한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이 분류체계를 응용해 "초가공식품 섭취가 비만·심혈관 질환 위험과 연관성이 있다"고 경고해왔다.
문제는 이러한 연구 결과를 접한 소비자가 식품 라벨을 직접 확인해도 해당 식품의 안전성과 위험성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의 식품 영양표시는 1일 영양성분 기준치 대비 섭취 비율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소비자는 제품 한 봉지에 포함된 당류·나트륨·지방이 하루 권장 섭취량의 몇 퍼센트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으며, 영양 정보를 제공하는 제도 자체는 마련돼 있다.
다만 이러한 표시는 1일 기준치 대비 섭취 비율이 함께 제시돼 있음에도, 소비자가 그 수치를 해석하고 의미를 환산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따른다. 예를 들어 당류 1일 기준치의 4%라는 표기를 보더라도, 해당 수치가 어느 정도로 주의가 필요한 수준인지는 추가 판단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현재의 영양표시는 정보를 제공하지만, 제품의 상대적 위험 수준을 한눈에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해외에서는 색상·등급을 이용해 영양 위험요인을 직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라벨링 제도가 이미 운영되고 있다. 프랑스는 2017년 식품 포장 전면에 A부터 E까지의 알파벳을 표시해 영양 균형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뉴트리 스코어(Nutri-Score)'를 도입했고, 영국은 2013년부터 지방·당류·나트륨을 빨강·노랑·초록으로 경고하는 '신호등 표식(TrafficLight Labeling)'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또 칠레·멕시코·페루 등 라틴아메리카 일부 국가는 설탕·지방이 기준을 넘으면 포장 전면에 '고당', '고지방' 경고라벨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신호등 라벨링영양별 위험도를 나타내는 신호등 라벨링 ⓒ 영국 식품기준청
이처럼 해외에서는 식품 포장 전면에 경고 정보를 표시해 소비자의 즉각적인 판단을 돕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아직 본격적으로 도입되지 않았다. 초가공식품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는 가운데, 소비자가 제품을 고를 때 참고할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인 상황으로, 이로 인해 초가공식품 전반을 둘러싼 혼란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광원 한국식품안전연구원장(고려대 식품공학과 교수)은 지난 11월 27일 진행한 서면 질의응답에서 "가당음료·가공육류·고나트륨 즉석식품 등 주의가 필요한 품목은 분명 존재하지만, 통곡물 기반 제품이나 발효식품처럼 초가공식품이면서도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제품군도 있다"고 설명했다. "초가공이라는 범주 자체를 경계할 것이 아니라, 어떤 제품이 위험하고 어떤 제품이 괜찮은지 소비자가 '알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에도 뉴트리 스코어 같은 라벨링 제도가 필요하냐는 질문에 이 원장은 "현재의 영양성분표는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려워 직관적 정보가 필요하다"며, 영국의 트래픽 라이트 도입 이후 식품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나트륨, 당류를 줄인 사례와 같은 부수적 효과도 소개했다. 또, "해외 제도를 그대로 도입하기보다 한국의 식문화에 맞는 '한국형 모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2월 12일 서면 질의응답을 통해 "현재 색상·모양을 이용하여 영양정보를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주요 나트륨 급원식품을 대상으로 나트륨 비교표시제를 시행 중이며, 국민의 알 권리 및 식품 선택권 강화를 위해 모든 가공식품의 영양표시 의무 확대를 3단계에 걸쳐 추진하고 있다"고 답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영양표시 의무 확대는 2단계가 내년 1월 1일 시행되며, 마지막 3단계가 업체 규모에 따라 내년 1월 1일부터 2028년 1월 1일까지 시행을 확대해갈 예정이다. "영양성분표 구성이나 주의표시 개선 등 추가적인 개선은 모든 가공식품의 영양표시 이후에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식약처는 국민이 영양성분표를 이해하고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 책자 및 영양표시 가이드라인 등을 만들어서 배포하고 있으며, 국민 대상 영양표시제도 교육·홍보를 통해 인식도를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림미디어랩 THE H에도 실립니다.이 기사는 한림미디어랩 THE H에도 실립니다.박정 대학생기자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대학생기자가 취재한 것으로, 스쿨 뉴스플랫폼 한림미디어랩 The H에도 게재됩니다. (www.hallymmedia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