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용철 전 쌍방울 부회장이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연어·술파티 회유 의혹'을 조사하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쌍방울그룹 전직 임원들과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이날 열렸다. 2025.12.10 ⓒ 연합뉴스
대북송금 사건 핵심 인물 중 하나인 방용철 전 쌍방울그룹 부회장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았다. 북한공작원 리호남과 접촉했다는 이유다.
17일 전주지법 형사7단독(김준희 판사)은 국가보안법 위반(회합·통신 등) 혐의로 기소된 방 전 부회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함께 법정에 선 쌍방울그룹 전 임원 A씨에게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다른 공범 2명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북한 대남공작원(리호남)과 접촉하고, 해킹프로그램을 제작하여 대한민국 내 불특정 다수의 PC를 감염시키는 방안 등을 논의하여 반국가단체의 구성원과 회합하는 범행을 저질렀다"며 "북한 대남공작원으로부터 해킹프로그램 관련 이메일을 받는 방법으로 반국가단체 구성원과 연락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북한 대남공작원과 통신·연락하려는 자라는 점을 알면서도 운전기사 및 렌트카 등의 편의를 제공했다"면서 "피고인들이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위험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저지른 것으로 그 죄질이 불량하고 그 책임이 무겁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들이 범행을 반성하면서 자백하고 있고 북한 체제에 적극적으로 동조해 범행에 이르지는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라고 판시했다.
검찰은 방 전 부회장 등이 2019년 6∼11월 중국의 한 호텔 등에서 북한 정찰총국 출신 공작원 리호남을 만나거나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인터넷 도박사이트 해킹 프로그램 제작을 모의한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방 전 부회장은 당시 해킹툴 제작에는 관여하지 않고 공범들과 리호남의 만남을 주선하고 회합 장소를 조율하는 등 여러 편의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방 전 부회장은 선고를 앞두고 '리호남이 공작원인 걸 알고도 접촉했느냐', '(이화영 전 부지사가 주장한) 검찰청 연어 술 파티에 있었느냐' 등 취재진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다.
앞서 방 전 부회장은 이 재판과 별도로 진행된 대북송금 사건 외환거래법 위반 혐의 사건에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뇌물을 주고 대북 송금을 공모한 혐의로 지난 6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켐핀스키 호텔의 리호남 참사2010년 즈음의 리호남북한 공작원 리호남은 영화 <공작>에서 배우 이성민씨가 연기한 리명운의 실제 모델이다. 본명은 리철로 알려졌다. 1953년생이다. 사진은 2010년 즈음의 리호남 모습. ⓒ 김당 ⓒ 김당
한편 북한공작원 리호남은 쌍방울그룹의 800만 달러 대북 송금 사건의 핵심 인사로 송금 과정 전반에 깊숙이 개입한 인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진술을 근거로 북한 공작원 리호남이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제2차 국제대회에서 쌍방울 측으로부터 70만 달러를 받았으며, 이것이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 중 일부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해당 재판에서 리호남의 필리핀 마닐라에서의 '존재' 여부가 끊임없이 논란이 됐다. 김 전 회장의 진술이 오락가락했고, 필리핀 현지에서 리호남과 연락을 취했다는 방 전 부회장 역시 위챗(SNS 매신저 앱) 내용을 삭제해 현재 증명할 수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